“이 그림이랑 잘 어울리는 다섯 자 소개에요. 북피니언 메인 사진이죠? 항상 볼 때마다 인상적이었거든요. (웃음) 북 마스터라는 직업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음 제 책 읽기의 흥미는 90% 이상이 만화로부터 시작됐어요. 고등학교 때는 <댕기>라는 순정만화잡지를 매달 모으는 것이 취미였고, 다달이 나오는 <드래곤 볼>, <슬램덩크> 모으는 재미로 10대를 보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읽는 재미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집을 읽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책 읽기에 빠지게 됐고요.”

“책을 좋아하게 된 분명한 계기가 있었군요.”

“네. 그래서인지 책과 관련된 직업에도 자연스럽게 눈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네요. 근데 요즘은 아무래도 책을 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직업으로 대하게 되니까 순수했던 마음과 거리가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 그 마음을 다시 가다듬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어학을 담당하고 계시잖아요.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어학은 특히 전문성이 요구될 것 같아요.”

“아, 이건 왠지 회피하고 싶은 질문인데요. (웃음) 글쎄요. 한 분야를 오래 담당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능력과 상관없이 전문성이 쌓이는 것 같아요.”

“대한민국에서 ‘영어’란 뭘까요?”

“이거야 말로 다섯 자로 답할 수 있겠어요. ‘욕망의대상’이 아닐까요?”

“절묘한 답변이군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언어가 있잖아요. 그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언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전 일본어요. 딱딱 끊기는 음이 마음에 들거든요.”

“어학 말고 관심 가는 다른 분야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역사요. 학교 다닐 때에는 그렇게 싫었던 역사라는 녀석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세종대왕님이 절 역사로 인도하신 건지(웃음) 고등학교 때는 왜 역사를 단순히 암기과목으로만 치부했었는지, 역사 속 인물을 대할 때면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려요. 머릿속으로 막 그림이 그려지고, 흥미진진한 상상 속 세계가 펼쳐지곤 하거든요.”

“지금은 어떤 책을 읽고 계세요?”

“지금 제 가방에 들어있는 책은 <느낌으로 아는 것들>이라는 책인데요.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의 작가 호어스트 에버스의 최신작이에요. 독일…하면 왠지 우울한 잿빛 하늘부터 떠올리게 되잖아요. 근데 호어스트 에버스 덕분에 그 편견을 버리게 됐어요. 유머코드가 저랑 맞는다고 할까요? 뜬금없이 웃기는데 그 재미가 쏠쏠해요. 키득키득 웃음이 나는 그런 느낌이 좋아요.”

“문정님에게 가장 특별하게 기억되는 책은 뭔가요.”

“글쎄요. 같은 책을 대하더라도, 그 나이 대에 따라 느낌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20대 때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도 지금 다시 펼쳐보면 ‘대체 왜…’ 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맞아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네, 워낙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지금은 정확히 어느 단편 소설집에 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 이라는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지막 부분을 보면 ‘파업을 하면 우리는 정말 행복했다. 하루 종일 단 한 대의 열차도 선로 위를 달리지 않았다. 나와 그녀는 고양이를 껴안고 양지바른 선로로 내려가 햇볕을 쬐었다. 마치 호수 바닥에 앉아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우리는 젊고,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고, 햇볕은 공짜였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읽을 때마다 머릿속에 그려져요. 지금 이 부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웃음)"

“역시, 책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내공이 팍팍 느껴져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혹시 스트레스 해소도 책으로?”

“두 가지 중 하나에요. ‘자거나, 읽거나’요. 하루 종일 자거나 아니면 하루 종일 엎드려서 저렇게 켜켜이 쌓아둔 책들을 읽곤 해요.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습관이 있어서, 이거 읽다가 저거 읽다가 그러다 졸리면 자다가… 뭔가 하나에 집중하면 그 때만큼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어요. 그래서 뭔가에 늘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그럼 만약 내일부터 일주일 간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워낙 제가 행동반경이 짧아요. 글쎄요. 일주일간의 자유시간이 생긴다고 해도 내내 집에만 있을 것 같은데요. 평소와 똑같이 자거나, 읽거나 하면서 말이죠. 정말 내일부터 일주일을 쉰다면 일주일의 자유 보다 그 날을 기다리는 오늘이 더 즐겁고 행복할 것 같아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오늘만 고생하면 일주일을 쉬는구나…’”

“(웃음) 뭔지 알 것 같아요.”

“아시겠죠? 금요일 밤에는 특별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없어도 TV 를 새벽 2,3시까지 보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요. 왠지 금요일 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가장 공감되는 답변이에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추천하고 싶은 책 6권 소개해주세요.”

“제가 추천해드릴 첫 번째 교재는 <ARROW ENGLISH> 인데요. ‘화살처럼 되돌아오지 않고, 직선적으로 이해가 따라가는 영어학습법이에요. 쉽게 말하면 원리 이해식 학습법인데 처음 영어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적당한 교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 번째 교재는 <ENGNLISH RESTART>인데요. 손을 놓았던 영어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할게요. 한글 해석이 없이 그림으로만 영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민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사이즈가 작아서 출 퇴근하실 때 보기 딱 이죠. 세 번째는 <Big Fat Cat Book & CD 세트>요. 이건 뚱보 고양이 빅팻캣과 에드가 펼치는 만화보다 재미있고 소설보다 감동적인 얘기에요. 쉬운 영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해설이 따로 필요가 없을 정도에요. 영어에 흥미를 붙이기는 그만이죠. 네 번째 추천 도서는 <러브 액츄얼리 - Love Actually>요. 겨울만 되면 이 영화가 생각나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인데, 이런 고마운 교재가 있다니 반갑네요.”

“네. 영화 원문이랑 한글해석이 함께 달려 있어서 독해나 회화 모두 도움이 되는 교재죠. 다섯 번째는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 낱말 편 1>이요.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의미가 유사한 단어들을 다루면서 상황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길러줘요. 마지막 추천 교재는 <비전업! 굿모닝 독학 일본어 첫걸음>으로 정했는데요. 일본어 첫 걸음의 최장기 베스트셀러에요. 동영상 강좌도 무료라서 혼자서도 쉽게 일본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답니다. 일단 어학공부는 매일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볍게 미드나 시트콤 같은 영어회화로 흥미를 붙이는 것도 좋고요. 지금은 어학 책이라도 딱딱한 느낌 보다는 독자들의 취향에 맞게 편집부터 표지까지 웬만한 소설책 부럽지 않게 출간되거든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어학공부가 더 즐거워지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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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정 북 마스터 북피니언 다시보기] 



김문정 북 마스터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 든 생각은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강한 색깔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쉽게 휩쓸리고, 그에 따라 쉽게 변색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 그것을 그녀에게서 볼 수 있었다. 그 가장 강력한 색을 고르라면 그녀가 책을 대할 때 느낄 수 있는 열정 가득한 레드가 아닐까.

10대에는 만화책을 통해 책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20대에는 소설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그녀, 이제 그녀의 일상 속에서 책이란 결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의 말처럼 과거에 그래왔고, 지금을 함께하듯, 책이란 좋은 친구는 앞으로도 언제고 그녀 곁을 든든히 지켜줄 것이다. 김문정 북 마스터와의 인터뷰를 읽고 난 느낌을 댓글로 남겨주길 바란다. 추첨을 통해 3명에게 김문정 북 마스터가 추천하는 책을 1권씩 선물한다. 이상 정글북의 열 한 번째 인터뷰는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