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7년 1월 30일 인조는 청 태종에게 항복을 하고 삼전도의 치욕을 당했다.
그 일로 인해 세자와 왕자들이 볼모로 잡혀가고 숱한 조선인들이 고통을 당했다.
하지만,
1910년 8월 29일 고종은 제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그 일로 인해 나라가 없어진 2,000만 조선인들이 35년동안이나 뼈를 깎는 고통을 당했다.
나는 항상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요즘같이 역사 서적이 많을때는 좋은 정보를 많이 얻기를 바란다.
그런 와중에 좋은 기회를 빌어 <남가몽>이란 책을 접할수 있게 되었다.
<남가몽>이란 고종과 순종을 최측근에서 모셨던 시종원 부경(現 대통령 비서실 차장) 정환덕이 1863년에서 1910년까지
조선과 궁중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과 궁중 비화들을 기록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생생하게 느낄수 있었던 암울한 역사에 가슴이 아팠고 이제껏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의 진실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1. 명성황후는 풍악을 무척이나 좋아하셨고 임오군란이 일어난 계기가 되었다.
"고종이 갑자년(1864)에 즉위한 뒤 임오군란이 일어난 1882년까지 19년 동안 곤궁(명성황후)이 음악을 지나치게 좋아하시어
배우들을 궁중에 데려다가 노래 부르게 하고 기생들로 하여금 묘기를 부리게 하기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러니 이 때문에
백성은 극도로 곤궁해지고 국고는 탕진되어 바닥이 드러났다. 그러나 배우들은 배가 불러 죽을 지경이었고, 군인들은 배가
고파 죽을지경이었다" -28쪽
2. 독립협회 주동자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승만을 하야시가 살려냈다.
[이때 독립협회 주동자는 18명이었는데, 윤치호를 뺀 나머지 17명 모두가 서소문 감옥에 갇혔다. 그 중에서도 이승만은 가장
과격한 분자로 지목되어 사형선고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한 번 탈옥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들어왔으므로 꼭 죽어야 할 신세
였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한규설이 법무대신이 되더니 그를 감형하였고, 1904년 일본 공사 하야시가 고종에게 상주하여
특사로 풀려났다.] -53,54쪽
3. 정도전은 조선왕조의 운명을 예언했다.
[종묘에 창엽문이 있었고 그 글자는 정도전이 쓴 것이라 전한다. 창자의 초두는 쌍십자로 20이란 뜻이요, 그 밑에 여덟팔자와
임금 군자가 붙어 있으니 28대라는 뜻이고 엽자 또한 초두 쌍십자에 인간세 그리고 나무목자에 여덟팔자가 들어 있어 28세로
읽을수 있다. 정도전이 어쩌면 그렇게도 조선 왕조의 운명을 알아맞혔는지 모두 탄복하고 있다. 고종은 26대, 다음의 순종은
27대, 그리고 영친왕이 28대인 셈이다. 종묘에도 우연히 28칸이 마련되었다.] -66쪽
4. 순명황후는 11살때 태자비로 간택되어 33살 승하하신 22년 동안 처녀의 몸으로 지내셨다.
= 순종은 여색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
"순종이 방에 앉자마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주안상이 들어왔다. 상궁과 나인 모두가 밖으로 나가 일이 잘 되기를 기원했다.
그러나 방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빈궁으로서는 시집온 지 20년만인 이 날 처음으로 화촉을 밝히는 것이었
으니 운우의 기쁨이 얼마나 그리웠겠는가. 그러나 순종께서는 앉은 자리가 따뜻해지기도 전에 일어나시더니 곧장 함녕전으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126쪽
"이후에도 밤마다 11시경이면 순종이 빈궁의 침소를 찾았으나 아들을 낳을 희망은 전혀 없었다. 도대체 우주만물이 모두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가 있겠는가" -126쪽
"순명황후 민씨가 죽자 곧바로 계후 윤씨를 태자비로 봉했는데 윤택영의 12살 난 딸이었다. 그러나 동궁(순종)전하께서는
처음에 친영을 마친 뒤로는 한번도 들르시지 않았으니 지난 날의 빈궁과 지내듯 담담하게 허송세월하게 되었다.." -130쪽
1863년 말 강화도령으로 이름난 철종이 32살의 젊은 나이에 후사없이 죽게되니 흥선군은 극비리에 조대비와 내통하여
자신의 둘째아들을 왕좌에 올려놓았다.
사실 흥선군은 영조대왕의 현손(증손자의 아들)으로 유력한 왕위 계승권자 중의 한사람이었으며 그로 인해 철종14년간을
살얼음 밟듯 조심하며 살아가야했다.
안동 김씨의 눈을 피하기위해 옛날 양녕대군이 그랬듯 온갖 미친짓을 다하며 정신병자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게 고종이 조선 제26대 왕으로 등극하고 흥선군은 자신의 처가쪽에서 며느릿감을 고르게 되니 그녀가 바로 명성황후이다.
이렇게 세사람은 잘했든 잘못했든 마지막 조선역사에 빠져선 안되는 인물들이다.
당시, 나라가 망할 징조인지 심한 가뭄이 들고 고을엔 화적패가 끊이질 않았으며 밖으로는 서구열강세력으로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것이 하늘이 정해준 운명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든 무덤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이들을 나라를 빼앗기게
만든 장본인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도 항상 나중에야 때지난 후회를 하기 마련인데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수 있을것인가?
특히, 우리는 고종에게 너무 가혹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황제폐하(고종)는 타고난 자질이 어질고 착하며 자애로웠다. 만약에 그 분이 삼대의 태평성대에 태어나셨더라면 덕이 있는
사람에게 그냥 정권을 선양할 수도 있는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나 황제폐하는 조선 500년이 끝날 때 임금이 되시어 안으로는
어진 보좌관이 없고 밖으로는 훌륭한 장수가 없는 데다 태평스러운 해가 오래 지속되어 우리나라는 미처 전비를 갖추지 않았었
다. 하물며 강한 진나라가 동쪽에 있고 거센 초나라가 북쪽에 있어 서로 시기하고 의심하니 비록 덕이 높은 요임금이 왼쪽에
계시고 순임금 같은 훌륭한 신하가 오른쪽에 있더라도 독자적으로 정치를 하기는 어려운 처지라 할것이다" -45,46쪽
이렇게 정환덕 역시 나라가 힘이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왕이 옳은 정치를 펼치려면 곁을 지키는 충신들이 많아야하거늘 이건 온통 간신들로 가득하고 하물며 한 나라의 임금을 능멸
하고 대놓고 왕에게 사기를 치니 세상에 이런일이 또 있을수 있다는 말인가?
죽은 명성황후의 귀신을 불러들일수 있다고 하질않나,,
[어전에 불려나온 성강호는 갑자기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땅에 내려앉았다. 그런 다음 "지금 죽은 명성황후의 혼령이 이
의자에 와 앉으셨습니다"라고 하니 고종은 의자를 붙들고 대성통곡을 했다.] -68,69쪽
뇌물을 먹고 나라 땅을 팔아먹지를 않나..
"인천이 검은 먹구름에 싸여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왜냐하면 어느 놈이 귀신도 모르게 월미도를 팔아먹었
기 때문이다." -82쪽
스스로 명의라 자처하여 고종을 진맥하고 고작 ’가미진피귤강탕’을 처방으로 내어놓지를 않나..
젊을 때 독일에서 유학하여 군함제조술을 배워왔다고 하질 않나..
해도해도 너무하고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다.
조선시대 무속인들은 천대받아 특히 궁궐이나 사대부에서 굿을 하거나 무당을 끌어들이는 행위를 엄히 다스렸었다.
그러니 장희빈도 무당을 끌어들여 인현왕후를 저주했다고 하여 사약을 먹지 않았던가?
그런데 왕이 오죽 힘들고 답답했으면 대무들을 불러 궁궐에서 몰래 점을 쳤을까?
고종은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고종황제는 이미 1882년에 임오군란을 겪은 후부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에는 11시
까지일어나 계시다가 잠시 1시간쯤 눈을 붙이고 다시 일어나 새벽까지 정사를 보셨다. 이윽고 날이 새면 그때서야 비로소
침소에 들었으며 일어나는 것은 대낮인 12시였다. 이때 아침을 드셨으니 아침이 아니라 점심이었다.] -56,57쪽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을까?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거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고종은 그렇게 순순히 나라를 내어놓을만큼 약한 왕이 아니었다.
나라가 힘이 없어 결국에는 나라를 잃었지만 마지막까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음을 <남가몽>에서도 이야기한다.
"이때 전 판서 심상훈도 역시 칼을 빼어 목을 찌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황제의 부르심을 받게 되어 입궐하였다. 이때 상감께서
말씀하시었다. ’죽어서 국가에 보답하는 것이 살아서 국가에 보답하는 것보다 못하다’ 그러자 심상훈은 죽기를 중단하였다"
-183쪽
"어느 날 밤 고종은 이준에게 직접 돈 2만원을 하사하시었다. 덕수궁 함녕전 동반침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준은 사은숙배한 뒤
물러나 곧바로 인천항으로 향하였다. 인천에서 화륜선을 탄 이준은 주야로 달려서 목적지인 해아(헤이그)에 도착하였다.
-187쪽
[오죽했으면 고종 황제가 박영효 같은 인물에게 매달리게 되었을까. 재위 44년만에 아무도 믿을놈이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충신은 죽고 측근에 매국노만 득실거리니 박영효라면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194쪽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1910년 우리는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재위 43년 동안 고종은 외우내환에 시달렸고 하루도 편히 쉴수 있는 날이 없었으며 마지막까지 편히 눈을 감지 못하셨을것이다
정환덕의 말처럼 만약 좋은 시기에만 나셨어도 성군이 되고 태평성대를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정도전의 예언처럼 하늘이 그렇게 운명을 주셨는지 알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제껏 고종에 대해 그리고 조선 최후의 48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고종에 대해서 재조명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혹 하늘에 빌어서라도 그 수를 늘리는 법이 없는가?" -67쪽
"어제 불고 그저께 분 바람은/ 러시아 군대의 대포소리요/ 지금 방금 떨어지는 달은 빈궁 전하의 운명이라네." -127쪽
"이에 이준은 한 번 죽어 국가에 보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 칼을 빼 스스로 목을 찔러 각국 대표들의 의관에 더운 피를 어지
럽게 뿌리고 죽었다. 이 날 해가 빛을 잃고 푸른 하늘이 캄캄했다." -188쪽
"짐이 대통을 이은 뒤 생민은 도탄에 빠지고 사직은 위태로워 망할지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환란과 재난이 없는 해가
없었던 것은 치안유지에 실패한 탓이었으며 짐이 부덕한 탓으로 그 화가 2천만 국민에게 미쳤다. 지금 뉘우친들 무엇하겠는가?
세부득하여 동궁에게 전위한다. 천지신명과 종묘사직에 성심으로 이를 고하는 바이다." -203쪽
"대장부 사내가 되어 한 번 죽음은 당연한 것이거늘 어찌 이처럼 고달프게 문초하는가? 원래 조선에서는 사람 죽인 자에 대해
서는 죽음으로 갚게 되어 있다. 어찌 한 치라도 사심이 있겠는가?라며 당당했다." -207,209쪽(안중근 의사)
"하늘이 가르쳤다. 누가 가르쳤겠는가.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법대로 하라. 이토로 말하면 우리 3,000리 강토를 늑탈하였으며
500년 종사를 멸망케 하였으니, 내가 그 원수를 갚은 것이다. 나는 귀국의 원로를 죽여 조선의 수치를 씻었다. 그러나 귀국은
나를 살인죄로 죽이려 들 것이니 구차하게 문답할 필요가 없다" -209쪽 (안중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