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언니가 이 책을 지은 작가에 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다.
이번에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는 쌍둥이 자매이고  자매 모두가 소설가라
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였을까?
원래부터 읽고 싶어서 눈여겨 봤던 책인데 더욱 읽고 싶은 욕구에 서둘러 봤던거 
같다.


이 책은 집에 있으면 발작증세를 일으키는 한 남자와 한때 맹인 안내견이었으나
지금은 사고로 자신의 눈이 멀어버린 와조라는 개의 편지여행 이야기다.
그들은 3년이란 세월동안 함께 여행을 하며 남자의 뛰어난 기억력을 통해 외워두
었던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주소로 편지를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 남자는 그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며 그들에게 수많은 숫자를 부여하면서 그들
을 기억하고 있다.
숫자란 끝이 없고 중복될 일도 없어 특히 숫자에 강했던 남자에게는 더할나위 없
이 좋은 방법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던거 같다.
그래서 그들의 흔적을 따라 모텔, 지하철, 고시원 등을 전전한 기분이다.
남자와 와줘, 그리고 뜻하지 않게 동행한 751번 소설가 여자, 그리고 이제껏 남자
가 만나왔던 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들..
그리고 남자의 또다른 사연들..
의외의 결말까지..


마지막장을 덮으며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었나 생각한다.
항상 빠른것에 익숙해져 이메일을 쓰거나 전화를 통해서 모든걸 해결하려고 한 탓
에 편지쓰는것을 무척 어려워했던 거 같다.
쓴 편지는 절대 아침에 다시 읽어보지 않고 펜으로 쓰면 고칠수 없어서 편지는 무
조건 연필로 쓴다는 남자처럼 나도 그런 이유 때문에 편지를 꺼려했었기에 이 참
에 편지를 연필로 한번 적어볼 요량이다.
보는이는 성의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도 괜찮은 방법 일듯 싶다.
나처럼 편지쓰는게 힘들었던 사람이라면 말이다.. 
이 책은 재미있다.
흥미롭고 많은 기분을 오가며 책을 읽을수 있었던거 같다.
그리고 이 책과 작가의 다른 책들을 살펴보면서 작가에 관해서도 많이 알게 된거 같다.

예전에 한참 우울했던 시기가 있었다.
정말 우울하고 힘들었던거 같다.
그때 처음으로 책이 사람을 다시 살릴수 있구나 생각하게 만든 두권의 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에쿠니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이었고 또 하나가 바로 김언수의 "캐비닛"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거나 선물을 할때 가장 먼저 고르는 것이 이 두권의 책이다.
특히 캐비닛은 참 엉뚱한 발상이 희한하다.
아직도 이 책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난다.
한참 우울하게 지낼때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혼자 이 책을 읽고 가며 큭큭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혼자 큭큭대고 있는 어느 한 여인네의 모습을 아마 엄청 이상하게 봤을것이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이 책을 펼쳐서 보고 있다.


이 책은 정상적인 범위와는 한참이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 비밀들이 13호 캐비닛에 숨
겨져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놓고 마지막에는 주인공 또한 비극적인 결말을 가진다.
그런데도 이 책은 왜이리 재미있을까?
왜 이렇게 이 책을 보며 그렇게 살거 같았을까?
지금와서 일컨데 나 또한 완벽하지 못하기에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느꼈던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한참 이 책을 읽고 개인홈피에 글귀를 남겨놓았을때 내 친구가 그걸보고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
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참뒤에 어떠하냐 물으니 그냥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느낌이고 어이없는 이야기들이라고
하지만 재미는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뜬금없이 다 읽고 난뒤에 이야기하는것이 정말 재미있고 이상하게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고 
정말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역시 그 진가를 발휘했구나..


다른 김언수의 소설이 읽고 싶다.
그런데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캐비닛 한권밖에 안 나온다.
얼마전에 천명관의 "고령화가족"을 읽었는데 마지막 작가의 말에 김언수라는 이름이 잠깐 언급되었던데
너무 반가웠다.
얼른 다른 책도 냈으면 좋겠다.

예전에 "고래"라는 소설을 정말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작품 이외에 천명관이란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고 싶어 찾아봤었는데 단편소설 
이외에는 장편소설이 없었다.
원래 단편소설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지라 다음을 기약해야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우연히 서점에서 본 그의 작품이 여간 반가운것이 아니었다.
잠깐 엿본 내용 또한 제목에 걸맞게 흥미로웠기에 꼭 읽어보고 싶고 마냥 궁금했다.


이 책은 인생에 실패를 맛본 이들이 중년의 나이에 다시 고령의 어머니 밑으로 들어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그 나이에 늙은 어머니 밑에 들어가 폐만 끼치고 사는 것이 여간 꼴사나운게 아니었지만
현대사회에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읽었던거 같다.
그 한명 한명의 캐릭터가 웃겼고 어이없었고 그 가정사가 너무 한심스러웠기에 지겹지 않게
읽을수 있었던거 같다.
어쩜 너무 콩가루 집안이라 우울하고 슬퍼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 이런 요소
들은 참 흥미롭고 재미있다.
아마도 힘들고 암울한 주제에도 재밌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해서겠지?


소설의 마지막 장을 읽으며 다음의 천명관의 소설이 또 다시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역시 천명관표 소설은 재미있고 어쩜 이런 생각들을 해낼까 신기하기도 하다.
뭐.. 고래에서도 그랬지만 조금 정신없는 면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재미있었고 오랫만에 맘 편히
읽을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작가는 마지막에 응원해준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소설이란 이야기를 했던데..
좀 더 나락으로 빠지는 모습들을 보고 싶은 못된 마음도 있었지만 개개인이 나름 자신이 사는 방
법들을 찾아가는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