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한번 끌리고 표지에서  또 한번 끌리게 되어 읽게 된 편혜영님의 <재와 빨강>
이다.
이 책은 첫 페이지 부터 어딘지 알지 못하는 C국이라는 곳에 입국하는 장면부터  시
작한다.
그리고 무엇인지 알수 없는 전염병이 완연하게 퍼져있어서  입국 절차부터 순탄하지 
못했고 그로인해 끝까지 남자의 삶이 편안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역시나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울하고 우중충하고 지저분했다.
나중에는 뭐가 우울한지, 원래부터 우울한게 일상의 삶이었는지 착각하게 만들 정도
였다.
그래서 였을까? 솔직히 독특한 소재에 비해서는 속도감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일반적이지 못한 상황과 환경에 처해진 남자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1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내용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무덤덤하고 아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그저 소소
한 일상을 얘기하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큰 사건이 발생했다.
남자의 강아지와 전부인이 괴한에게 끔찍하게 살해 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살해 용의자로 남자가 지목되었고 그로 인해 남자의 평탄하지 않던 생활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쥐와 전염병, 희뿌연 소독약에 가려진 세상, 부랑자로 전락한 생활과 끝내 벗어나지 못
하는 남자의 삶..
이 책은 읽는 도중보다 읽고 난뒤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소설인거 같
다.
쥐와 같은 사람인지, 자기 스스로 자신을 부랑자의 삶으로 내몰았던 것인지, 부인은 왜
누구에게 살해당했던 것인지, 그 어떤것도 속시원히 대답해주지 않고 제대로 알지는 못
하지만 그 현실적이지 못할것 같은 상황들이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과 동일시 되는 
기분은 뭘까?
아무래도 이 책의 전반을 읽는 내내 소소한 삶을 이야기하는 듯 편안하게 읽을수 있었던
걸 보면 은연 중에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조금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담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이 책이 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수 밖에 없게 만드는 소설인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