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에 관해서 알게 되었을때 느껴지는 느낌은 표지에서 보여지듯이 왠지 잔
잔하고 아름답고도 외로운 사랑이야기 쯤이었다.
사막을 향해 외롭게 서있는 한 여자의 모습과 "러브"와 "차일드"라는 제목에서 느껴
지는 따뜻한 느낌들... 그렇게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되어 지는 것이 있었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넘겼을때 부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들에 정
말이지 당황할수 밖에 없었다.
바로 첫장에 펼쳐지는 것이 낙태로 인해 꺼져가는 어린생명들에 관한 적나라한 모습
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유때문에 그렇게 되어졌는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그것이 무슨 이유에서든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어 버려져서 의료폐기물이 되어가는 어린생명들의 모습..
그리고 이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정말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는 있는 
것인지 모를 정도의 처참한 광경들이어서 몇번을 되돌아가 다시 읽어봤던거 같다.
왜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것인지....
무슨 연휴에서 사람이 폐기물이 되어져서 이렇게 버려지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람이 폐기물이 되어지는 이 곳은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60세 이상이 될수
가 없고 60세 이상이 되면 출생과 관련된 서류를 다시 작성해야 하며 재활용 될것인지 
아닐것인지를 결정지어 지는 그런 삶들이 있는 곳이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태어나자 마자 어머니의 손을 떠나서 이름이 아닌 출생년
도와 월과 시간만으로 불리어지는 사람들....
세상에 이렇게 비참한 삶이 또 있을까 생각될 정도의 참혹한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 진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이러한 이야기가 이러지는 와중에 <러브 차일드>라는 책의 제목에 대한 의미가 더욱 궁
금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찾아보던 중에 일본어사전에서 러브 차일드라는 것이 사생아라는 의미도 있는것
을 발견해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조금은 의미가 통하는 부분도 있겠구나란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펼쳐지고 있는 미래는 너무나 참혹하고도 무섭다.
어쩌면 죽음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해 볼 정도였다.
미래의 현실에 어쩔수 없는 처방책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지나친 상상이었으면 좋겠다.
김현영이라는 작가는 이 책을 7년만에 내어놓은 소설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면서도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작가의 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요즘은 자꾸 자극적인 내용의 소설에 손이 간다.
아무래도 음식도 좀 더 매콤하고 자극적인 맛에 중독되어 가는 것과 비슷한 거 같다.
이 책 역시 무척 재미있게 읽었지만 다음번에는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고도 편안한 내
용의 책을 읽어서 조금은 책을 읽음에도 나에게 중화가 필요할거 같다.

숨김없이 남김없이....
근래들어 이렇게 어렵게 읽은 소설이 또 있을까?
정말 이 책을 읽는 내내 힘듦의 연속이었던거 같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었다거나 읽는 도중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작가가 써내려간 글을 독자인 내가 그의 의도만큼 알아듣고 공감할수 없다
는 이해 능력의 한계였다.
그리고 문학 속 모든 소설들을 다 받아들일수 있다고 자신했었던 내 자신에 대한 
절망감이었다.
김태용이란 작가는 정말 자기만의 세계와 색깔이 아주 강한 사람인거 같다.
왠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들과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써내려갔을거 같
은....누구에게 이해받고 누구에게 인정 받기 위함보다는 자기 속의 이야기를 풀어
내는데만 온 신경을 다 쏟았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정말 난해하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어쩜 그것이 그가 이루고 싶은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한 남자와 미친 노파라 해서 미파라 부르는..(실제로 그녀는 남자의 어머니
이다..) 그런 노파와 서로를 미친듯이 탐하고 또 탐하는 그녀와 그녀가 낳은 뭐 라는 
아이..의 이야기다.
그가 자신의 아들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주야장천 아무것도 넣지 않은 카레만 끓여
내는 노파와 사랑이란걸 하긴 했었는지 아니면 그저 탐욕에 눈이 멀어 서로의 몸을
탐하고 또 탐했었는지 모를 그녀와 그녀가 낳은 이도 저도 아닌 아이.. 뭐..

정말 읽는 내내 어렵기도 했고 도대체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일지 몰라 전전긍긍했
던 이야기들.. 반복 속 반복이 아닌 반복들의 연속..
도저히 한번의 읽음으로는 안될거 같은 소설이다.
두번, 세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읽어나가야 비로소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여러번 읽어나갈수록 새로운 느낌을 받을수 있을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누구에게든 정말 재미있다고 말하며 꼭 한번 읽어보라고 자신있게 권할수 있는 소설
은 아니다.
하지만 문학이라는 장르 속에서 모든 새로운 시도들을 거부 반응없이 받아들일수 있
는 준비가 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도 좋을 만한 소설이다.
아마 색다른 기분을 만끽 할수 있는 몽환적인 소설임을 인정할수 밖에 없을것이다.

아주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소설..
<물>이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때 가진 나의 느낌이다.
마지막까지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모르는.. 그래서 더욱 궁금했던 김숨님의 <물>
물이란 소재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것에 대해서 정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책을 읽었던거 같다.
정말 오랫만에 아주 잘 짜여진 독특한 느낌의 소설을 읽어볼수 있는 기회가 된거 같
아  마지막 한장이 아쉬울 정도였다.

이 소설은 제목 그래도 소설 중심에 물이 있었다.
물.. 그리고 불과 소금, 금, 공기, 마지막에는 납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재미있는건 이 모든게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중에는 물이 어머니인지 어머니가 물이었는지, 불이 아버지인지 아버지
가  진짜 불인지.... 보는 내내 혼란스러웠고 그로인해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더욱 파악하려 애썼던거 같다.
거기에 심지어는 각 물질들의 고유한 성질과 서로의 융합등과 같은 본연의 모습까지 
끄집어내어 정말 그들이 진짜 사람이 맞는지, 정말 그들은 하나의 물과 불과 소금과 금
과 공기인지....혼란 속에서 한장 한장 흥미로움을 더해나갔다.
이 책에서도 나왔듯이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물’이었다.
불인 아버지는 삼백만톤의 물이 있는 저수지를 메우고 그곳에 집을 지었다.
하지만 한방울의 물인 어머니는  끝내 몰아내질 못했다.
그렇게 서로는 융화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처와 아픔을 가
진다. 그리고 이 책에 있는 띠지 말 그대로 생의 아픔과 상처를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놓
았다.

이 책은 시종일관 무뚝뚝하고 무미건조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무엇이 잘못인지 무엇이 아픔인지 알지 못한채, 하지만 서로에 대한 집착과 욕망으로 인
해 아픔과 상처를 가지는 관계들..
작가는 무엇을 위해 "물"이란 소재를 가지고 이러한 이야기를 그려놓은걸까?
끝내는 서로가 서로를 속박하려 애쓰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이루었다 생각했
지만 결국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오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수 밖에 없는 자연의 모
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정말 마지막까지 재미있었던 이 소설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이제껏 이 만큼 독특한 소설은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을 만큼 무척이고 독특하고 특별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