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역사를 무척 좋아하고 특히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시절에 관해서는 알아도
또 알고 싶고 무조건 더 알고 싶을 만큼 관심이 많다.
그러던 중에 그런 나의 관심을 충분히 충족시켜줄만한 한편의 팩션소설의 출현으로
첫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벌써 설레임으로 가득 찼던거 같다.
이 책은 통신사로 위장했던 고종의 비밀첩보기관인 제국익문사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 이 책이 나오게 된 동기에서부터 벌써 흥미로움으로 다가오기에 충분 할만한
소설이었다.
이 책의 저자 강동수님은 소설이 나오게 된 동기에 관해서 우연히 얻은 책 한권에서
부터 비롯되었다고 서장에 밝히고 있다.
대학교 동창인 최가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했던 중국에서 아는 교수에게
얻은 한 조선인 테러리스트에 대한 관동군 첩보대의 신문조서철과 그 테러리스트를
통해 알게된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그 테러리스트의 거처를 수색해서 압수한 것으로 보이는 우범선의 비망록도
소설 속에 삽입하였고 약간의 첨삭은 있었을지언정 비망록 속에 없는 허구의 이야기
를 끼워넣은것은 없으며 당대의 지명과 인명 등도 현대에 맞게 고치지 않고 원본대로
옮겼다고 밝혀두었다.
테러리스트.. 이인경....
일제강점기, 우리는 많은 분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는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인경이라니....
그 이름은 정말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는 낯선 이름이었다.
아무래도 그 시절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애국지사들의 순고한 희생이 있었겠지만 다
른 사람도 아닌 오쿠마 시게노부를 저격했던 큰 사건의 장본인이었는데 이렇게 알려
지지 않을수 있었을까?..
오쿠마 시게노부가 누군가..?
근대 일본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토 히로부미와 더불어 일본 정치계의 거물 중에서도
거물이 아닌가...
이토를 저격했던 안중근 의사는 정말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오쿠마 시게노부를 저격했
던 이인경이라는 인물에 관해서는 아마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인거 같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긴 했지만 그냥 이대로 묻힐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텐데 참으로 이상
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의문에 대해서 비밀리에 진행되어서 외부로 알려지면 안되었던
오쿠마의 만주 방문과 그로 인해 안중근 의사와 같은 공개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
에서 이유를 찾았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 분의 순고한 희생이 그것도 조국 땅이 아닌 머나먼 중국이
라는 이국 땅에서 캐캐한 먼지 속에 파묻혀 있었다는 것이 정말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수면에 떠오른 제국익문사에 대한 이야기와 그것의 중심에 있었던 고
종황제에 관해서 이제껏 나라를 빼앗기게 만든 주범 쯤으로 평가되어왔던 그가 그렇게
무능한 왕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처음부터 진실만을 담았다고 밝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들과 더불어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이야기하고 있어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명성황후 시해에 관련한 사실들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아서 무척 흥미로웠다.
정말 오랫만에 많은것을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그와 반면에 이런 인물들과 일들이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다시 한
번 고종황제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