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많이는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일본작가들 중에서는
에쿠니가오리와 더불어 꼭 한번은 챙겨보는 작가다.
보통 일본 작가들의 책은 이상하게 정서가 맞지 않다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
고 있었는데 그나마 거부감없이 받아들일수 있어서 항상 그들의 책만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던거 같다.

이 책은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실제로 영화도 잠깐 보았다.
그런데 역시나 책을 읽고 난 뒤에 영화를 보는것은 정말 아닌거 같다.
만약 영화를 보고 나서 책을 읽어 보았다면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좀 더 구체적
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바라볼수 있었을텐데 책을 읽는 동안 너무 많은 내 상상
속 이미지를 만들어놓았었나 보다.
등장인물도 배경도 느낌도.. 내가 이미 머릿속으로 만들어놓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기에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던거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그렇게 맘이 편
하질 못했다.
불륜 아닌 불륜으로 만난 인연을 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 남자..
아무것도 모르고 묵묵히 곁을 지키는 여자..
그리고 또 한 여자..
남자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결국은 두사람.. 아니 세사람 모두 상처 받았다는 생
각이다.
그러하기에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그렇게 그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그것에 감동
이라던지 눈물이라던지 공감이라던지 하는 단어는 하나도 떠올릴수가 없었다.
마냥 그들의 관계와 그들의 행동과 그들의 마음이 어이없을 뿐이었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부분에만 치중하고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이런 부분을 가지고 감성적이지 못하다로 결론을 내려야한다면 그냥 이대로  나는 
감성적이지 않고 싶다.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에 내 나름의 생각일 뿐이지 글 자체로서는 괜찮았던거 같다.
츠지 히토나리의 문체도 그대로 느낄수 있었고 그래도 나름 끝까지 읽어나갈수 있
었던걸 보면 충분히 재미도 있었던 모양이다.

 몇년 전 김언수작가님의 <캐비닛>이라는 작품을 처음 접했을때 그 경이로움이란..
도대체 김언수라는 사람은 누구길래 이런 글을 쓸수 있는것인가?
정말 권여선 작가님이 평하신 "질투"라는 말을 몸소 느낄수 있을 정도였다.

한참 힘든 일이 있을때 지하철에서 <캐비닛>이라는 소설을 처음 읽었었다.
몸도 마음도 너무나 지쳐있었던 그때,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하고 혼자 모든걸 감
당해야했었던 그때.. 
그런 나를 이끌어준 책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 바로 김언수작가님의 <캐비닛>이었을 
것이다. 
그 책은 미소를 잃어버렸던 내게 위트 넘치는 웃음을 주었고 마른 가슴에 한번 더 잔
잔히 생각할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주었다.
그 이후, 아직까지도 웃고 싶을때나 생각이 많아질때는 항상 그 책을 손에 쥐곤 한다.

아마 그 이후였던거 같다.
김언수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찾아헤매고 내가 느끼는 그에 대한 경이로움이 단지, 
<캐비닛>이라는 한권의 책에만 국한된것인가 아닐것인가를 두고 꼭 알아보고 싶었고 
알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특별히 김언수작가님의 이력조차도 제대로 알수 없었고 제대로된
사진조차도 보질 못했었다.
그냥 간간히 아니, 딱 한번..
어떤 책의 작가의 말에 언급되어진 그의 이름에 반가워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책구경을 하다가 발견된 김언수의 신작이란 소식에 놀라서 정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번에 구입을 했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오자마자 정말 단숨에 읽어나갔던거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얼마만큼 읽혀진지도 모른채.. 나중에는 한장한장이 아깝다는
오랫만에 느끼는 아쉬움마저 느끼며.. 
정말 제대로된 독서의 즐거움을 온몸을 던져 느꼈던거 같다.

아직 2010년도 넉달은 남았고 아직 읽을 책들도 많지만 감히, 올해 최고의 책을 꼽는다
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설계자들>을 외칠것이다.
이 책은 다시 한번 나에게 경이롭다는 표현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살아있는 책이었다.
요즘은 읽는 책마다 느끼는 것이 재미는 있지만 느낌이 없다 혹은, 충격적이지만 죽어있
는 느낌이다였다.
그래서였을까?
읽을때는 신나게 읽었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남는게 없고 분명히 재밌고 즐거운 요소가 
다분한데 반해서 왠지 모르는 따분함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설계자들>은 달랐다.
느낌이 있고 글에 리듬도 있고 <캐비닛>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가지고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 책이었다.
<설계자들>의 대화에 담겨진 속 깊은 뜻과 등장인물 하나하나에게 지어진 이름 하나 마
저도 역시 김언수!! 라는 감탄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의 그 위트 넘치는 웃음과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래로 내려놓지 않는 깔끔한 마무리까
지 나는 이 책이 너무나도 좋다.
오랫만에 인공조미료가 아닌 천연조미료로 깔끔히 맛을 낸.. 
정말 맛있어서 자꾸만 또 먹고 싶은 책이었다.

빨리빨리 김언수님의 또 다른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기다림마저 행복할거 같다.
왜냐하면 분명, 그의 책들은 다시 올것이기에.....

"천사(Angel)인가, 아마조네스(Amazones)인가, 간통(Adultery)한 자들인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띠지에 나온 이 문구에 특별히 더 끌렸던거 같다.
천사?? 아마조네스?? 간통한 자들??
서로 별로 연관이 없을것만 같던 이 단어들이 도대체 무슨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더욱더 궁금증이 더해졌다.
이 책은 하성란 작가님이 10여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제껏 하성란 작가님의 책을 읽어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읽게된  "A"란 작
품을 통해 하성란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은 1987년에 일어났던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책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아주 어릴때 일어났던 일이라 이제껏 오대양 사건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
었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오대양 사건이 무엇인지 알아두면 책을 읽는데 수월
할거 같아서 조금 찾아보았다.
오대양 사건은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오대양(주)의 공
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종업원 등 신도 32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시체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고 한다.
아마도 집단 자살사건이라고 알려졌던 모양인데 실제로는 타살 의혹이 있었고 당시에
상당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다고 한다.

이 책의 첫 장면에서는 <나>가 태어나고 그 당시의 냄새며 풍경등을 모두 기억한다는 
대목에서 부터 시작되어진다.
아마도 그 장면과 식당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젊은 여자들의 모습에서 그 당시 집단생
활을 하고 있었던 실제 오대양(주)의 모습이 보이는듯 하다.
그리고 처음 책을 읽을때 왜 젊디 젊은 여자들이 남편도 없이 제각기 아빠가 다른 아
이들을 출산하는지 이해할수 없었는데 그 또한 실제 오대양(주)와 연관지어보니 이해
가  되는듯 했다.
그리고 이 책은 빠르게 전개가 이루어져 집단 죽음 뒤에 홀로 살아남은 "나"와 당시 이
모들의 자식들이었던 신신양회의 아이들이 모여 다시 신신양회를 재건하는데 이른다.
이 책은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는.. 아마도 모계 위주의 집단을 형성했던 모양인데 거기
서 아마조네스라는 단어가 이해되어지고 새로운 신신양회를 재건한 뒤에도 그 체계는
계속 되어졌던거 같다.

이 책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사실 첫번째 신신양회 다음에 두번째 신신양회가 재건된 뒤에도 계속적으로 되풀이 되
어지는 일들이 두렵기도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고 예전에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알게된
계기가 되어 더욱 좋았던거 같다.
그리고 실제 오대양사건과 하성란 작가님의 "A"는 많은 부분 다르지만 보이는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처럼 작가는 실제로 이 책을 쓰면서 아주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 사건을 바라
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