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강의는 중국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삶을 살았던 영웅 항우를
[사기]에 바탕을 두고 재조명한 중국 CCTV 백가강단의 국보급 학자 왕리췬교수의 강의다.
포악한 진나라의 폭정에 맞서 파죽지세로 진나라를 장악한 불세출의 영웅 항우는
왜 사면초가에 빠져 스스로 오강에서 목숨을 버려야 했을까를 왕교수는 여러가지
면에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항우가 실패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항우 자신에게 있었다.
정치적 유치함, 군사 활용의 수동적 자세, 성격적 약점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항우가 그렇게 되도록 주변의 인물과 역사의 우연성도 간과할 수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유일한 모사였던 범증은 제대로 항우를 보필하지 못했을 뿐더러 홍문연에서 명확하게
유방을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므로 해서 천하패권의 판도를 바뀌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나라를 점령하고 있던 한신을 제압하러 갔던 장군 용저가 적을 가볍게 생각하여 패함으로서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항우의 패업까지 망치고 만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이 패배로 인해 항우는 처음으로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데 무섭을 보내 한신을 설득하도록
하지만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간다.
항우가 유방과는 달리 초한전쟁에서 실패하는 요인을 이렇게 여러군데에서 포착된다.
왕리췬 교수의 말처럼 유방은 전혀 백성을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이 제왕이 되는 데만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의 말을 듣고 현실정치에 반영할 줄 아는 그야말로 정치가였다.
그러나 항우는 전형적인 군사혁명가, 전쟁에 능한 무장이다.
오히려 남의 지위를 받고 전쟁에만 충실했으면 삶이 달라졌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성에 대한 사랑도 있고, 우미인에 대한 순정도 있는 사람냄새 나는 사람이었지만
정략적인 계산을 할 줄 모르고, 눈에 보이는 대로 믿어버리는 단순함이 그의 결정적 패배의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두목의 [제오강정] 이라는 작품에서처럼 했다면 과연 항우는 재기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 질 뿐이다.
승패는 예측하기 힘든 병가의 상사 아닌가,
치욕을 참고 은인자중하는 것도 사나이 아니던가,
강동의 인재들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권토중래는 알 수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