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일인지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무라카미 류, 에쿠니 가오리,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과는 달리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 작가였다.

친숙한 번역가 김난주가 옮긴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그래서 내가 처음 만난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다.

이 책을 작가는 "지금까지의 제 작품 중 가장 좋아합니다."라고 표현했다.

이 책에는 유령의 집, 엄마, 따뜻하지 않아, 도모 짱의 행복, 막다른 골목의 추억 다섯편의 글이 실려있다.

난 이중에서 엄마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전에 다니던 직장에 불만이 있던 남자, 야마조에가 회사식당 카레에 독극물을 넣어 주인공 마쓰오카가 병원에 실려가 치료를 받고 회사에 돌아오면서 많은 사람의 뜻하지 않은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 된다.

자신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직장동료인 미쓰코와 다시 사원식당에 가서 식사도 하고 씩씩하게 업무를

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자신도 모르는 자극을 받게 된다.

항상 긍정적이고 안정된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어린시절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그 충격으로 자신을

학대하고 그로 인해 버림받은 상처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마쓰오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속깊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 계기가 된 독극물 사건을 통해 그래도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어린시절의 모습은 행복하고 따뜻했음을 깨닫고 앞으로의 삶에 담담히 마음을 내맡기게 된다.

사실은 아빠도 가족을 남겨 둔 채 죽고 싶지 않았을 테고, 사실은 엄마도 내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나 역시 가족과 함께 살고 싶었다. p.123

삶이 자신의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거기서 따뜻함과 위로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주인공은 왜인지 모르지만 언제든 '그럼, 잘된 일이었지.'하는 상냥한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나도 예기치 않게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상처를 많이 받아서인지 어린시절 기억속에 있는 엄마!로부터

위로받고 따뜻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마음에 몰입할 수 있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를 이렇게 포근하고 다정하게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는 챙겨서 책을 읽게 되는 작가가 될 거 같다.

한우리북카페서평이벤트추억, 위로, 치유, 사랑

사람이 태어나서 일생을 사는 동안 거쳐야 하는 전통 의례에 대해 할아버지가 이야기 해주는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현대화가 되면서 전통 의례를 소홀히 하거나 혹은 없어지고 변형된 것들도 많지만

사람의 일생에 전환점이 되는 전통 의례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해준 책이었다.

첫째 마당 통과 의례

둘째 마당 출산 의례

셋째 마당 태어난 아기를 위한 의식

넷째 마당 전통 육아법

다섯째 마당 성년 의식

여섯째 마당 혼례 이야기

일곱째 마당 육십갑자를 지나 환갑을 맞다

여덟째 마당 상례와 제례

아홉째 마당 제례 이야기

로 나누어서 사람이 태어나서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고 이승을 떠나기까지

우리 조상들이 사람에게 들인 정성과 의례의 의미를 이야기 해준다.

나도 관례와 계례의 구분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관례는 남자아이의 성년 의식으로,땋아 내렸던 댕기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관을 씌운다는 뜻이고

계례는 여자아이의 성년 의식인데, 머리를 올려 쪽을 지고 비녀를 꽂는다는 뜻이다.

결혼을 해야 상투를 틀고 쪽을 지는 줄 알았는데 성년 의식이라는 걸 알고 놀라웠다.

우리 조상들의 오랜 경험과 지혜가 담긴 전통 의례의 가치와 의미를 알게되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한우리북카페서평이벤트, 관혼상제, 전통의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