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아이] 이 제목을 보고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6년 내내 같은 반을 했던 남자아이...늘상 공부도 잘하고 인물도 훤해서?

혼자서 참 많이 좋아했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어디서 뭘하며 잘 살고 있을까?

주인공 폴은 리종이라는 여자아이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날 우연히 리종이 채식주의자인걸 알고 절망에 빠진다.

폴은 부모님이 하시는 햄 가게를 물려받아 리종과 같이 열심히 장사를 하며

살고 싶은데 리종이 채식주의자라 햄을 만들며 자신과 살 수 없으리라

생각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친한 친구 테오필이 폴의 고민을 듣고 리종에게 사실을 얘기해주고

리종은 있는 그대로의 폴을 좋아한다는 고백편지를 보내온다.

이로서 둘의 갈등은 사라지고 다시 정겨운 친구로 돌아간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전 우주가 그 사람으로 가득차 버리는 경험이다.

누구도 그를 혹은 그녀를 향한 마음을 되돌릴 수 없고 자신조차도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감정으로 당혹스러운 시간이다.

그러나 이런 사랑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어른으로 성숙해가고, 그 사랑을

쟁취하면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게된다.

아직 어린 폴과 리종의 사랑앓이는 역시 여자아이의 현명한 태도로 무사히

끝이 났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와 똑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그를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한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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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이 책을 내려놓고 잠시 세상이 텅비는 것 같은 공허함을 느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단지 영화로 만들어진 책이란 정도만 알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반 넘게 읽을때까지 낯선 미국 문화와 그것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세한 묘사들이

지루하고 짜증나서 힘들었다.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었겠지만 미국문화 전반을 모르는 나에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아

벅찬 느낌에 지루한 전개.......

"도대체 본론은 언제 나오는 거야?"

이책은 2000.11.8부터 2001.4.8일 까지 주인공 에바가 남편 프랭클린에게 남긴 편지글이다.

주인공 에바는 여행앱을 운영하면서 전세계를 여행하는 것을 즐기는 커리어 우먼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여성이다.

장소 로케이션을 하는 남편 프랭클린을 만나 결혼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그의 품에 안기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평범한 여성이기도 하다.

둘의 사이는 너무도 좋았지만 아들 케빈이 태어나면서 엄마와 아빠로 만난 그들의 사이에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케빈은 엄마가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이질적이고 낯선 존재에 사랑을 줄 수 없는 아이였고

아빠에게는 누구보다 총명하고 정상적이며 사랑스러운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케빈은 엄마에게는 무뚝뚝하다 못해 냉소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아이였지만

아빠가 돌아오면 쾌활하고 어린아이다운 사랑 표현도 하는 또래의 아이들로 변할 줄 알았다.

아이가 자라면서 학교에 들어가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는 더욱더 교묘하게 친구들을

괴롭히고 선생님들에게 반항하는 아이로 자란다.

에바는 자신의 모성에 회의를 느끼고 다른 아이를 원해서 여자아이인 셀리아를 출산한다.

셀리아는 케빈과 달리 모든 일에 감사하고, 타인을 위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란다.

당연히 에바는 셀리아에 대한 사랑을 더 표현하고, 프랭클린은 케빈을 더 감싸고 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케빈 친구의 자전거 사고와, 케빈 반 여자 친구 엄마가 에바에게 와서 하는 항의,

경찰관이 와서 밝히는 케빈의 벽돌 투척사건....

가장 큰 사건은 동생 셀리아의 눈에 산(酸)이 들어가 한쪽 눈을 실명하게 되는 일도 벌어진다.

이 모든 소소해보이는 사건들이 암시하는건 케빈이 어른이 되기 3일전에 벌이는

석궁 살인 사건의 예고편이다.

마음에 안드는 친구들을 학교 강당에 몰아넣고 한 명 ,한 명 활로 쏘아 죽이는 일로

케빈을 일약 전국 TV의 스타가 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 16세가 되기 3일전에 사건을 계획하고 (미국은 미성년자의 범죄에

무척이나 관대하다), 범죄가 끝날때까지 들키지 않으려고 시끄러운 총이 아닌 아버지가 선물로

사준 석궁을 사용하고, 게다가 몇 년 동안 꾸준하게 연습을 해서 명중률을 높이는 아이의 행동이

소름끼치게 묘사되어 있다.

1999. 4. 8 이 하루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학교에서 일을 벌이기 전에 집에서 아빠와 동생을

같은 방법으로 쏘아죽인 아이는 감옥에서 2년을 살고 성년구치소로 옮기면서 엄마에게

회한의 한마디를 한다.

"조만간 어떤 깡패 녀석이 그걸 훔칠 테니까. 그럼 그건 싸구려 개그에 이용될 거고, 그냥 뒀다간

누군가의 수프에서 발견될 거야. 그게 아니어도 그걸 갖고 있으니까 그 애가 항상 날 쳐다보고 있는

거 같아. 이제 으스스해지기 시작했어." (P.609

평생 남을 의식하지 않던 아이가 자신이 적출한 동생의 눈동자를 엄마에게 건네주면서

하는 이 말이 변화의 전조를 나타내 보이는 거라고 믿고 싶다.

케빈에 대하여는 관점이 엄마인 에바의 시선으로 쓰여진 글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좀 더 객관적이고 냉철하지 못한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확고하게 객관적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본 글들이 소름끼쳤다.

케빈은 이렇게 냉철한 엄마와 자신의 계략에 말려드는 멍청한 아빠 사이에서 어떤 감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으니까.

아이의 양육은 부모가 균형을 잃으면 절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부모는 끊임없이 질책하고, 그 옆의 한 부모는 끊임없이 감싸줄 때 아이가 느끼는 혼란은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가치관의 혼란을 아이에게 심어주고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렇게 아들을 싫어하던 에바는 케빈과 같은 성인 캇차두리안을 쓰고

딸에게는 아빠의 성을 물려준다.

케빈은 자신을 그렇게 믿고 따라주던 아빠를 죽이고, 자신에게 비겁할 정도로 복종하던 동생도

죽음으로 내몰지만 자신에게 가혹하게 냉정하던 엄마는 살려둔다.

아마도 케빈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엄마, 나를 좀 바라봐 주세요. 따뜻하고 정답게 그리고 맹목적으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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