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워준 99%의 힘.
첫 장부터 눈물 나게 만드네요. 일전에 어느 스타 강사가 가족을 주제로 집필한 책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책으로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방송되었던 사연들을 발췌하여 엮은 [가족]이라는 책이다. 고도원님과 이혜인님의 추천사만으로도 벌써 이 책의 인기를 예감해 봅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희로애락'이라는 것을 가장 많이 느껴봤던 가족. 이 단어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함축되는 것이 어디 또 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큰 주제와 마흔다섯 분의 사연속에 부모님, 아내, 아이들, 그리고 내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젖을 물고, 투정을 부려도 다 받아주시며, 힘들 때는 그늘이 되어 쉬어가라 말씀해주신 부모님. 행여 다칠까, 상할까 곱게 울타리를 만들어 주신 부모님. 늦었지만, 이제는 제가 부모님의 울타리가 되어 드립니다.
[가족]이라는 책을 접하면 누구나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 사연속에 그려졌있는 어머님과 아버님이 제 부모이고 예쁘게, 때로는 신경질 부리는 딸아이, 무뚝뚝한 아들 녀석이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워보니..., 바로 이것이 내 부모 마음이었다는 것을 느껴보고 가슴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왜 힘들고 숨에 겨운 그림자는 모두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만 드리우는 것인지, 과연 조물주는 공평한 기회를 주고 계신지 이 책을 보며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금은보화보다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희망'과 '사랑'이라는 것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사실에 저의 어리석음을 깨닫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에 왜 공감이 갈까요. 물론 저와 같은 세대들의 이야기라, 또 부모님 연세들이 모두 같은 6.25.를 겪으신 고된 삶을 살아오셨다는 점에서 이기도 하겠으나 바로 우리들이 경험했던 이야기들이라는 점에서 큰 공감대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중풍으로 말미암아 오른손을 못 쓰시고 힘겹게 가족을 이끌어가시는 질곡한 삶을 사신 아버지와 딸아이의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사랑이 이 책의 첫 장에 등장합니다. 티브이보다 라디오를 많이 듣던 시절, 5월이면 방속국에 응모된 사연을 들려주는 프로에 귀를 기울이며 행여 누가 볼까 봐 숨어서 눈물을 훔치던 기억도 나지만 그때마다 잘 모셔야지 하는 생각만 있었을 뿐, 정작 내 아이만 생각하고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은 뒷전으로 생각한지가 습관처럼 되어 있는 나의 행동에 반성을 합니다.
무서움을 많이 타는 딸아이와 아들에게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은 지금 현재 우리의 행복이라고 보여지네요. 무뚝뚝한 아들이 웃어주는 작은 미소에 그렇게 큰 기쁨을 느꼈다는 한 어머니의 사연에서도 후회의 한이 느껴졌습니다. 올해 어버이날에 중3 학년인 딸아이는 이렇게 편지를 우리 부부에게 보냈습니다. '아빠, 엄마. 그동안 낳아주시고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휴~ 별일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벌써 이만큼 자라서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줬다는 감동보다는 가슴 뼈저림을 느꼈습니다. 딸아이가 보내준 한 통의 편지로 인해 내 부모님 생각이 나서...,
고마워요 ~ 엄마!...미안해요 ~ 아빠!...사랑한다 ~ 우리 아들 딸!...
나이 40에 어머니에게 꼬깃꼬깃한 용돈을 받는다는 사연, 중풍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제사를 모셔가는 두 내외의 이야기들이 가슴깊이 느껴집니다. [가족]은 행복과 슬픔, 사랑, 희망이 모두 담겨 있는 이야기로 그들의 현실을 말하는 솔직한 얘기 속에서 그 여는 책들과는 다른 감동을 맛보기에 충분합니다.
하나를 얻어가면 하나를 갚는 게 사회의 속성입니다. 가족도 하나의 작은 사회이지만 '한없는 배풂'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희생'이라고도 여겨지는 것을 끝없이 실천하시는 분이 우리네 부모님이십니다. 원하는 것 없이, 바라는 것 없이 그렇게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일러주시는 모습에서 그저 죄책의 감사만을 표시할 수 있을 뿐..., 청소년들에게는 가족이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사랑과 행복, 용서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알게 해 주는 따뜻한 사연으로 기억될 것이며, 어른들에게는 자식의 마음을 이해하고 부모의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책이 되어 줄 책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책입니다. 가족이 있음에 마음은 따스합니다.
평생 자식을 위해 눈물을 흘리셨던 어머니, 이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나도 나보다는 자식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일이 더 많아졌다. "어머니, 하늘나라에서는 어머니를 위해 눈물을 흘리세요," (본문중)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