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본격 장편 추리소설

삼청동에서 태평로까지 부민관에서 경성역까지. 경성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명탐정 유불란의 대활약!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이라는 수식어답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한번 펼치기 시작하면 도저히 눈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글들. 반전에 반전, 또 수없이 이어지는 반전이지만 얄팍한 글재주라는 것이기보다는 깊이와 필력이 따라주는 책이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출간 5년 만에 18판, 광복 후 30판, 과연 이 시대의 사람들이 왜 그리 이 소설에 열광했는지 가히 짐작을 해본다. 아직도 주인공 유불란과 담배연기 자욱한 사무실, 또 광화문 네거리 때로는 삼청동 일대의 경성거리를 떠돌고 있는 느낌은 이 책이 주는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마인]의 주인공인 <유불란>과 가장 중요한 핵심인물인 조선의 최고 무용가 <주은몽>, 마지막 열쇠의 비밀을 풀어 줄 냉정함을 잃지 않는 변호사 <오상억>과 그의 아버지 <오첨지> 그리고 실체 없는 살인마 <해월>. 그 밖의 인물이 다수 등장하나 이 정도만 소개해도 책의 내용을 모두 알려주는 것 같아 이만 등장인물의 소개를 이것으로 마칠까 한다. 거대한 재산을 놓고 벌이는 풀리지 않는 연쇄사건의 이야기이지만 그리 잔혹성이 묻어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그러나 고도의 명석한 추리는 독자들에게 감탄을 불러 일으킬 정도이며 거듭하는 반전과 이에 따른 경이로운 짜릿함의 극치는 이 책을 읽어야만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라 본다.

인물과 배경의 묘사는 내가 짐작했던 것 이상으로 허황하거나 장황 스러운 허풍, 그리고 과장된 문체 없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인 양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고인이 되신 저자 <김내성>님의 뛰어난 내공에 기인한다 하겠다. 내용과 결과를 통째로 이 서평에 옮겨적고 싶은 심정이나 출판사에 대한 도가 이닐 것 같아 어떻게 작성을 해야 할 지..., 일독하신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약간의 고민이 있지 않을까?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

 북수귀의 눈초리! 난무하는 복수귀의 칼날! 귀신인가 짐승인가? 바람과 같이 나타났다 바람과 같이 사라진 도승 해월이! [p163]

이 책은 페이지마다 끊이지 않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도대체 왜, 왜, 왜, 이 살인마가 누구인지 조금의 예상을 해볼라치면 가차없이 그 예상을 뒤집고 하나씩 죽어나가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존재한다. 소설의 중간 정도 읽어 내려갈 때 '아..., 바로 살인마가 이 사람이었구나.'하고 짐작케 하지만 또 가차없이 예상은 빗나간다.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는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라는 최고의 선물이 선사다는 것. 이야기의 막을 내리는 순간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두 개의 얼굴(해설집에는 인간의 이중성을 표현한다고 기재), 이는 [마인]의 최대 클라이맥스로 더이상 시리즈의 출간이 없다는 사실에 커다란 아쉬움마저 느끼게 해준다.

"이번 사건은 나에게 가장 귀중한 교훈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나에게 탐정의 소질이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결코 슬퍼하지 않습니다....중략...탐정의 혈관에는 피가 순환하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나는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탐정의 혈관에는 강철이 돌아야 합니다!" [p475]

어느 독서카페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세계에서 출간되는 추리소설의 반 이상이 일본 작가라는 사실에 매우 놀란 적이 있다.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하고 국내 추리소설 장르가 많은 장족의 발전을 거두었다고 어림짐작으로만 생각했던 나, 이 장르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 나의 짧고 편협된 생각은 경솔함 그 자체였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추리소설은 거의 일본판으로,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그동안 내가 읽은 추리소설도 모두 일본판이었다는 것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역시 일본 추리소설의 두터운 독자층, 그 힘을 실감한다. 

많은 작가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작품들이 많은 출판사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본격 장편 추리소설 [마인]의 재발간은 그동안 소위 말하는 돈이 되는 책을 주로 출간했던 국내 출판계에 던져주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고 하겠다. 문학계에서조차 외면받는 추리소설, 나 역시 색안경을 쓰고 기피했던 사실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1939년에 연재되었다는 사실. 광복 전 혼란기에 최초의 한국 추리소설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 이유는 일본의 대동아전쟁 즉, 태평양전쟁 바로 이전의 상황으로 일제의 발악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던 시절이었다는 점과 그 당시 우리 문화에 대한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문학이 전쟁홍보용으로 전락해버린 시기였다는 점을 참작한다면 이 역시 내가 생각하는 것 즉 마인 속에서 보여준 이데올로기의 부재, 그 당시 비극적인 우리 역사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배경 등을 비춰볼 때 [마인] 또한 억압의 희생물로 이용당하지 않았었겠나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게 된다. 

1930년대의 경성을 배경으로 한 마인, 그리고 18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70년이나 지난 오늘 새롭게 태어난 [마인]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금번 김내성 선생님의 [마인] 재발간을 통해 추리소설 장르의 저변 확대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사랑과 본연의 임무에서 고뇌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주인공 '유불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와의 만남이 무척이나 설렜다. 지금도 70만 경성시민들의 '유불란'을 외치는 함성과 쇼팽의 장송행진곡이 귓가에 어른거림을. 

나는 [마인]을 읽고 나서 한국 추리소설의 논법을 배웠다. 추리소설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마인]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김성종(소설가) 추천사.

 

마인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44가지

교육이란 참 어렵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아이를 낳고 올바른 인격체로 키우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자 책임이기에 다시 한번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본다. 수학이나 과학, 영어 그리고 국어 등만을 가르치는 것, 즉 인문, 교양, 기술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지식과 교양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 영혼을 키워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며 이것을 인지하고 교육에 임하는 것이 교사의 책임이라는 사실에 동감한다.

[아이를 칭찬하는 법 꾸짖는 법]은 교육 문제와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 교사와 학생 간의 문제를 폭넓게 다루는 자녀 교육서이자 어른들의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해주는 지혜가 담긴 책으로 아이들을 직접 교육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아이가 태어날 무렵 모든 부모는 ’내 아이는 정말 잘 키워야지.’ 하는 바램과 희망, 결심을 하곤 하지만, 이러한 결심 뒤에는 반드시 변화된 부모의 모습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특히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부모의 모습과 행동은 한 아이의 인생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그만큼 부모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가 된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이 제시되고 있는데 바로 <어른이 되면 안 하게 되는 일들>이 그것으로 첫째는 ’쓰기’ 둘째는 ’읽기’ 셋째는 ’긴장감이 결여된 무사태평한 마음’ 아~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진다. 소위 말하는 ’페이퍼 워크’ 말 그대로 습관화된 글쓰기와 메모를 통해 준비하고 실천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 아이가 시사문제나 교양, 역사에 대해 물어올 때 아직은 알 나이가 아니라고 피해가는 읽기의 부족에서 오는 회피, 아이들의 긴장감 있는 생활과는 달리 나태한 생활에서 오는 무사태평함, 이 모든것이 결여된 상태에서 어떻게 아이와 대화하며 또 어떻게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인지 나로서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일말의 자책을 한다.

누구나 한 번씩은 보아왔을 식당에서의 광경. 아이가 수저통을 엎어놓고 장난을 하는데도 그냥 웃고 있는 부모,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리저리 휘젓고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꾸짖을 생각조차 않는 부모들, 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 학교에서도 그 학생의 태도와 품성을 보며 교사는 그 부모를 항상 생각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한 반 아이들의 98%가 놀랍게도 부모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교육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마음을 다잡고 당장 나의 잘못된 생각들을 뜯어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다.

교사 또한 오로지 학과목을 가르친다면 진정한 교육자가 아니라 기술자에 불과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참된 교육은 아이의 정신에 물과 볕을 골고루 섭취하게 하여 맑고 올바른 품성을 가진 인간으로 배양하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사제지간의 예절과 서로의 관계라는 것이 허물어져 가는 요즘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나 자신의 잘못된 아이사랑에서 기인하는 병폐라고 여기고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진정한 교육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아이’란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얘기한다. 초등학생이건 중고등학생이건 심지어 미취학 아동에 이르기까지 두루 해당하고 부모와 교사 역시 내용의 주된 근간을 이루며 다양한 예를 통해 비록 짧은 글들이지만 깊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도서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부모와 교사에겐 더없이 소중한 교육서라 생각하며 우리가 많이 접하는 인문, 교양, 과학, 철학 등의 도서만을 일독하기보다는 이러한 아이들의 교육서의 일독을 통한 부모로서의 확고한 신념을 갖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TIP : 아이가 등교하기 전 식사시간에 뉴스를 틀어주세요.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시사와 현실의 정세에 대한 내용이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옥에 티 : 이 책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한가지 있다.

"어릴 때처럼 손을 잡거나 뺨을 비비지만, 사춘기인 아이는 질색을 한다. 아빠에게는 좀 슬픈 일이지만.....중략.....이처럼 아이는 부끄러움이나 고상함, 조신함 같은 감각을 점점 몸으로 익히며 성장한다. 엄마를 예를 들면, 바겐세일 중인 시장이나 할인 매장을 가면 고상함이나 조신함 같은 것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뻔뻔한 마음이 고상함을 앞서는 안타까운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 것이다.....중략.....고상함이나 조신함 같은 아름다운 감각을 언제까지나 잃지 않았으면 한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회복하자 중에서)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나의 이해 부족인지 이 문구의 의미가 매우 궁금하다. 저자에게 설명이라도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교육서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을 위한 거장들의 감동적인 릴레이 강의! 

국내 명사 일곱 분과 [마지막 강의]로 유명한 랜디 포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청소년을 위한 마지막 강의]는 청소년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로 그들이 역경을 딛고 도전하며 깨달은 교훈을 일러준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는 하나 담겨 있는 내용이 성인들에게 읽혀져도 좋을 만큼 풍부하고 새롭다. 그동안 간단하게만 접할 수 있던 명사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도전이라는 커다란 포부를 통한 교훈들은 지난날 우리가 잊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꿈을 다시 찾을 수 있게끔 인도한다. 

예전 고3 때 이어령님의 '청년들에게 고함'이라는 책을 읽고 성년이 되기 전 인생의 시각을 달리 보게 된 계기가 되었었는데 이와 같은 책을 접하니 지금의 감회가 새로워진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날마다 도전하는 습관), 컴퓨터 의사 안철수(위대한 리더십의 시작은 정직과 성실), 소프라노 조수미(내가 가장 즐거운 것을 찾아라), 생각 대통령 이어령(누구든 생각대로 환경을 지배할 수 있다) , 나눔 전도사 박원순(아름다운 인간의 조건, 나눔), 옥수수 박사 김순권(작은 것에서 가치를 찾다), 역사학자 이이화(역사에게 길을 물어라), 그리고 47세의 나이에 시한부 선고를 받고 지금은 고인이 된 꿈의 마술사 랜디 포시(꿈에는 시효가 없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진실한 삶에서 가슴 벅찬 감동을 맛볼 수 있다. 

 

특히 4전 5기 끝에 해발 8,000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과 카라코람 산맥의 14개 봉우리를 완등한 엄홍길 대장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귓가에 생생하다. "성공과 실패는 똑같은 비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실패가 없는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그의 말처럼 14개의 봉우리를 오르는데 성공을 한 반면, 14번의 실패를 맛보았다는 거짓말같은 기록이 존재한다. 실패 없이는 성공도 없다라는 교훈과 말없이 꾸준히 도전하는 정신에서 깊은 존경심마저 느껴본다. 

시간과 꿈 사이의 법칙을 강의한 랜디 포시. 꿈이 얼마나 커다란가 보다 얼마나 자주 꾸느냐가 중요하다. 하루하루 꿈을 꾼다는 것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날 잊었던 꿈을 다시 펼쳐 다시 도전해 보면 어떨까? 

대학시절 사이클부에서 국토순례를 떠난 일이 있다. 서울에서 사이클 20대를 기차에 싣고 진주에서 출발, 강원도 해안도로를 따라 춘천, 그리고 서울까지. 선배들의 강압에 못 이겨 억지로 갔었지만 9박 10일이라는 시간을 통해 고생보다는 짜릿한 성공의 기쁨을 맛보았다는 것에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계령을 올라오면서 타다가 걷다가 그렇게 3시간 만에 도착한 산 정상. 사이클 복은 땀으로 범벅이었고 팔뚝과 다리에 잔뜩 앉은 하얀 소금기..., 화상도 입고 한동안 걷기조차 어려웠지만 내 인생에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페달을 밟고 밟았던 정열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추억에 미소만 띠게 된다. 

도전 없는 삶은 죽은 삶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한 삶이다. 언젠가는 그 실패들의 담금질이 자신을 더욱 굳고 견고하게 만들어 줄 무기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청소년들에게 삶의 멘토와 멘티의 관계의 형성이 부모님 외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간접적으로나마 [마지막 강의]를 통해 책과의 멘토 그리고 멘티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는 그들에게 꿈을 키워가며 미래를 개척해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될 책이라 생각한다. 

끄트머리 : 단원마다 명사들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그들에 대한 생각들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마치 강연회장에서의 질의 응답시간이라는 착각마저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으며 이러한 새로운 구성들에서 저자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마지막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