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제멋대로 사는 선수들 이야기.
한마디로 그들의 삶이 담백하고 맛깔 나다. 자연으로 회귀하고 자연인의 삶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 자연을 한없이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이나마 소중한 경험을 맛보게 해주는 책이라 하겠다. 사방이 콘크리트로 매워진 도시, 미세한 먼지와 공해가 어깨동무를 하며 공존하는 숨 막히는 도시 그리고 그 속에 물질적 풍요로움에 함박웃음을 짓고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자신을 방목하듯 풀어헤쳐 살아가고 있는 산을 좋아하는 28인의 이야기가 저자 박원식님의 구수한 능변과 인터뷰, 그리고 몇 컷의 사진과 어우러져 하나의 자연을 그려내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 '간디학교'를 설립하고 현재는 무주의 산골로 이주하여 소박한 농부로 살아가는 김광화, '방랑'을 덧없는 인생의 대항마로 내세운 현대판 김삿갓으로 불리는 김만희, 위계와 권위, 그리고 현실 교단 풍토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교사직을 파하고 버스에서 살림하며 자연을 떠도는 목수 김길수, 병마로 말미암아 믿을 만한 의료진이 포진한 명문병원 자연을 선택한 시인 도종환, 기인이라는 메타포에 그의 산전, 수전, 공중전을 담기엔 용량부족인 화천 감성마을에 사는 소설가 이외수까지의 이야기가 흡사 티브이 속 인생극장의 주인공과도 같은 느낌이다.
이 산골에서 사는 선수들의 개념은 모두 하나같이 차지고 옹골차다. 열에 일곱이 실패한다는 산속의 생활, 과연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며 이겨낼 수 있었는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고개가 끄떡이며 마음은 당장에라도 지긋한 현실을 떨치고 산속으로 달려 가고자 하나 몸은 꿈쩍하지 않는다.
"왜? 심플한 이유가 있다. 학교에 가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학교 가기 싫어한다고 학교를 때려치운다? 이 사람, 제 자식을 정말 사랑하는 아비 맞아? 남들은 땡감 씹은 듯 떫은 기분을 느끼며 이렇게 의아해할 수 있을 게다."----Page24
비록 홈스쿨링의 방법으로 부모가 교사가 되지만 진정 위대한 지도자는 자연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는 한때 간디학교의 설립자, 현재는 농부로 살아가는 김광화의 이야기다. 이러한 자연에서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들을 보면 우리가 시험 점수에 벌벌 떠는 아이들과는 또 다른 맑고 고운 심성을 엿볼 수 있다. 이분이 겪었던 지난날의 삶을 보면 나와도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가 있다는 것에서 더욱 애착과 공감이 가는 글이다.
자연을 파괴하면 같이 파괴되는 것이며, 자연을 보호하면 자연도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과도 같은 논리이다. 현재 대운하 사업과 관련하여 딱 부러지게 대답도 안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다. 이에 대한 소설가 이외수님의 이야기 역시 눈길을 끈다.
"대운하, 그거 정말 섬뜩한 일입니다. 네티즌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2MB'로 부르죠. 뇌 용량이 2메가바이트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유행가 가사 1절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용량이거든요....중략....하지 말라는 의견이 대다수로 나오는데 어쩌자고 밀어붙이죠?....중략....자연에 대한 소중함과 존경심을 잊고 살았기에 운하니 뭐니 터무니없는 발상이 나오는 겁니다." 속 시원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어쨋든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을 통해서 부당성을 알려야겠죠. 국민의 정서를 묵살하는 정치가는 결국 역사의 지탄을 받게 마련입니다."....Page402~403
쿠오바디스 경제학의 저자 이준구 교수님도 정부에 대한 대운하의 신랄한 비판이 있었지만, 그것은 경제학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시각이고 이외수님의 글은 자연에 대한 관점에서 같고 다름이 있다.
일산으로 이사온 지 10년이 넘어간다. 서울에서 딸아이 진료의사의 권유로 그다지 멀지 않은 그래도 자연과 조금은 가까운 곳으로 이주한 이후 1년에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지금까지 큰 병치레 없이 자라준것을 보면 의사의 말이 마술이었다기 보다는 자연이 인간에게 베푼 힘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지금도 아내와 얘기를 하곤 한다.
[산이 좋아 산에 사네]는 서로 경쟁을 하며 살아가는 도심에서의 생활과 경제위기라는 반복되는 일상에 미련없이 산속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 또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제2의 삶을 설계하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자연을 통해, 또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깊이 박혀있는 공허와 무기력증을 해소시키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음을..., 미련없이 산속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구나.
![san2[2].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173/74673/1/san2%5B2%5D.JPG)
산이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