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책에 대한 열정과 정신이 담겨 있는 110개의 서평.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읽기를 넘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책읽기를 꿈꾸다.

'호모 부커스' 도서평론가 이권우, 읽었던 책에 대한 서평을 리스트별로 정리하여 담겨진 책으로 독서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시사저널]의 편집장이었고 오로지 책만 읽고 싶어 평론가의 길을 선택한 그도 글쓰기가 얼마나 어렵다고 했던가. 하물며 평론가의 근처에도 못 가는 내가 저자의 책을 보고 서평을 쓴다니 매우 조심스럽고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

역사, 문학, 예술, 과학 등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챕터마다 저자가 읽은 서평들이 빼곡히 튼실하게 쌓아져 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기분이다. 글쓰기에 대한 단상과 저자의 사상,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생활상들이 언뜻언뜻 내비치는 모양새가 마치 서랍 속에 숨겨놓은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 또한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차만 보았을 뿐인데 수많은 책의 종류에 입이 안 다물어진다. [죽도록 책만 읽는]에 담긴 서평들은 평점을 주는 별도 없으며 지극히 중용의 자세로 객관적인 평이 되어 있다는 사실과 다년간 묻어난 경험과 필력이 눈길을 끈다. '글쓰기란 이런 거야.' 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겐 교과서 같은 책이다. 110가지의 책 중 내가 읽은 책이라곤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며 더군다나 글쓰기 하나 해놓은 게 없으니 그때 받은 나의 감동과 느낌을 기억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더라.

스스로 사유력과 논리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고전을 읽어보면 되리라. 무엇부터? 이런 눈치가 이렇게 없어서야. 그야 당연히 뒤풀이 자리에서 벌어진 말의 성찬을 기록한 [향연]이 아니겠는가."....p164 (조안 스파르의 '플라톤 향연' 중) 일부를 적은 것이지만 이렇듯 그의 서평에는 그만의 재치가 묻어난다.

"정위새에 얽힌 신화를 차용해 분단의 비극을 형상화한 시구는 압권이다. 누구는 읽어도 무슨 뜻이지 도통 알아차릴 수 없는데, 누구는 그것을 바탕으로 빼어난 시를 써낸다. 왜 그럴까."....p241 (산해경 중) 

학창시절 독후감 제출하는 과제가 주어지면 아무튼 모든 책을 뒤지고 뒤져 그대로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베껴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 보면 철이 없던 시절이었다. 나에게 실이 되었으면 실이 되었지 전혀 득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있어 서평 하나쯤은 1분도 안 되어 작성할 수 있다는 얘기를 딸아이에게 들은 적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 병폐는 고칠 수가 없나보다. 졸업 후 이제는 글쓰기가 내 인생에서 마침표를 찍는 줄 알았다. 입사 후 중간 관리자에 이르니 이 지긋지긋한 글쓰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것도 기획부에 몸담고 있었던 터라 기획서 하나 제출하려면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발로 뛰어다니며 힘들게 작성하여 제출했던 기억이 남아있지만, 오히려 그로 말미암아 글쓰기에서 오는 두려움은 아직도 남아있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생각한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으로 누구나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스킬을 익혀가는 것이 최선이라고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관점을 작가가 서평한 책에 두지 않는다. 이미 서평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기에 작가의 글에만 집중적인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서평 중 저자 자신이 쓴 글도 포함되어 있어 글쓰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직장인이 글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인터넷 도입 이후 모든 업무나 소통이 전자우편이나 인터넷 게시판의 글쓰기 방법으로 바뀌었고 이러한 이유로 글쓰기의 능력이 매우 중요한 경쟁력으로 대두하였다고 한다. 그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잠시 살펴보자면,

"글을 써서 먹고 살아야 하는 저 같은 사람도 글쓰기란 거의 공포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신의 몰골이 드러나게 되어 있고, 잘 쓴 사람의 것과 비교하면 부끄럽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는 우를 범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p354.

"좋은 글을 쓰려고 애를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더욱이 우리가 써야 할 글은 문학적 품격까지 갖출 필요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요사실을 알기 쉽게 간결하게 쓰면 됩니다."....p355

이 책을 읽으면 서평의 기본을 알 수 있다. 전문가가 쓴 서평을 하나도 아닌 110개를 훔쳐보는 재미, 그 안에서 배우는 글쓰기의 중요성과 진심 어린 충고가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그냥 여기에 써져 있는 서평을 통째로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지식이 부족한 탓과 세월의 경륜에서 오는 내공의 부족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신세 한탄 하지 않고 몸소 열심히 체득하여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라며...,  

끄트머리 :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의도는 아니지만, 여기에 소개된 서평을 통해 좋은 책에 대한 정보도 얻고 자신의 구미에 당기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만끽하자.  

호모부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