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아버지에게 보내는 용기와 희망의 응원가

책의 리뷰를 보고 선택한 책인데 마치 저자 자신의 자서전적인 내용 같아 망설여졌고 물론 자서전이라는 것이 좋은 면도 있지만, 한없이 미화된다는 점이 없지 않아 존재하기에 그러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이 책에 대한 강연회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하곤 인터넷에 올려진 내용을 간접적으로 나마 체험을 하고 보니 생각이 바뀌더라. 아마도 일독 후,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아버지라면 모두가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에 매우 공감할 것이다. 아니 50대일지라도.

말없이 소주잔을 내미시던 아버지의 얼굴은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다. 아버지와의 기억은 손끝에 묻어나는 지문처럼 고통의 시간마다 나를 쫓아다니며 포기하지 않도록 추슬러준다...... (시작하는 글 중)

고꾸라진 경제의 그늘에 어깨를 내린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 가족의 가장이자 아버지의 아들, 아이들의 아버지인 바로 대한민국 40대 아버지들. 직장에서 동료들로 부터 부러움을 샀던 한때는 소위 말하는 잘나갔던 그들이기도 했지만 하루아침에 명퇴 1순위가 되어버린 현실에 쓴웃음만 짓게한다.

경제, 경영, 소설, 시 영화 시나리오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폭넓은 활동은 하고 있는 저자. 문학을 전공하고 뉴욕시립대학원에서 TV&Radio를 전공,  이후 미국 NBC TV와 CBS 방송국을 거쳐 삼성전자 미디어본부 등에서 근무했다. IMF 시절 경영자로서 사업 일선에 나서다 야후코리아 총괄이사로 현재는 KTF 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로 대표적인 저서는 40대 삶의 애환을 그린 [마흔으로 산다는 것]책이 있다.

이 책은 힘든 현실에 고민하는 40대 가장인 저자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낸 에세이로 실직 가장의 비환으로 시작된다. 한없이 작아지는 그의 모습과 가족들의 진심 어린 응원, 그리고 지난날을 힘겹게 살아온 아버지의 교훈을 새롭게 인식하고 느껴가는 저자, 아니 이 땅을 힘겹게 살아가는 40대 가장들의 애환과 희망을 같은 몸부림으로 동참하고픈 생각이다.

대한민국에서 아버지로 산다는 것., 아버지의 마음., 아버지가 되던 첫 마음을 기억하라., 내 인생 후반전에는 이라는 4가지 대주제와 '첫번째 날에서 서른번째 날, 그리고 다음날'이라는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부분에 '아버지가 들려주는 39가지 삶의 지혜'에는 삶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는 잠언과도 같은 글이 실려 있다. 특히 책 중간마다 나오는 감성적인 사진과 명사들이 짧은 글귀가 매우 인상적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이외수, 시인 김현승 등.

무뚝뚝하고 말없이 내심으로만 응원하시던 아버지의 기억을 통해 추스르고 일어나는 가장이자 아버지인 저자의 이야기와 노점상을 하고 있지만, 아들만은 안정된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을 보는 것이 소원인 아버지, 대기업을 그만두고 장어 양식이라는 제2의 인생길을 선택한 친구, 마음 따뜻한 가족의 이야기들이 매우 가슴깊이 다가온다. 난생 처음 듣는 IMF의 경제위기로 허리가 굽어진 아버지들, 그러나 또 한 번의 경제위기를 몸과 어깨로 사력을 다해 힘겹게 떠받치고 정체성과 딜레마를 함께 짊어진 채 살아가는 아버지를 보라.

삶의 한구석으로 처박혀 버린 기분은 아버지의 기억만이라도 충분히 떨쳐버릴 수 있으리라. 내 아버지가 그렇게 힘겹게 살아오며 우리를 어떻게 배불리 먹이고 입혔는지를 생각한다면, 홀로 외톨이가 되었다는 생각은 한낱 사치에 불과함을...,

우리들의 아버지는 끝까지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외면할지라도,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성공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우리의 아버지들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인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눈길을 생각하면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김홍식 중) 

아버지의마음

"대수야, 난 저들에게 좋은 임금이 되고 싶다. 이 땅에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저들이 걱정도 근심도 없이 좋은 것들만 누리며 그렇게 살게 해주고 싶어. 스탈도 착취도 없는, 배고픔도 차별도 없는 세상을..., 그렇게 내 백성에게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가장 귀하고 좋은 것만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 (이산 정조의 대사 중)

 

MBC PD공채 2기 연출가 이병훈. 워낙 유명세를 타고나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티브이에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상도, 서동요, 이산, 대장금, 허준'의 연출자, 더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수사반장, 제3교실'의 연출자 하면 금세 무릎을 치며 떠올릴 수가 있다. 근래에 들어 TV에 자주 출연하여 마치 동네 아저씨의 푸근한 이미지를 받은 기억에 연출자 이병훈님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다. 

"새로운 삶을 창조해내는 황홀한 고통과 떠나보내고도 밤마다 여전히 가슴속에 살아 있는 꿈이 얼마나 행복한지 말해주고 싶었다." (프롤로그 중) 

[꿈의 왕국을 세워라] 연출자 이병훈님은 작품 하나하나를 왕국이라 지칭하며 성을 쌓고 허물던 이야기를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새로운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 속에는 주연배우의 섭외과정과 왕국을 세우는 장인들의 이야기 등 그들과 함께 하나의 왕국을 세우고자 동고동락했던 다양한 에피소드가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사극에 대한 그의 유별난 사랑과 열정이 드라마 한류의 붐을 이루는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인생에는 연륜과 나이라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항상 새로운 왕국을 찾아 오늘도 길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엔 비움과 채움이라는 아름다운 미학이 여운이라면 여운이랄까 오늘날 그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상도와 대장금. 

내가 중국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듣고 보고 한 것이 상도와 장금이가 아닐까 한다. 저녁 약속이라도 있을라치면 한결같이 상도와 대장금 얘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우리와 문화와 관습이 다른 그들에게도 감명깊게 비쳤나보다. 거리에 간판에서도 쉽게 상도와 대장금을 쉬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시 외곽 음식점에도 여지없이 이영애 사진이 항상 걸려 있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마치 70년대풍의 조악한 사진이란..., 

여기서 짧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장금의 주연배우인 이영애. 단숨에 한류의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한 그녀가 실은 7번째 섭외 대상이었다는 사실. 이병훈님의 송윤아에 대한 각별한 사랑은 이야기 초반부터 등장하며 그녀를 대장금의 주인공으로 섭외하기 위한 삼고초려가 눈물겹기까지 하더라. 물론 송윤아 측에서 고사를 하긴 했지만, 출연 약속을 해 놓고 연락 두절이라니. 

  

"박완서 선생님, 제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이병훈님은 영화나 비디오 같은 영상매체에서 드라마의 소재를 찾을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찾으라는 것이다. 이유는 영상매체에만 의존하는 사람은 표절의 욕구를 느낀다는 것이다. 1990년대 드라마의 소재를 찾던 중 여러분이 잘 아시는 소설가 '박완서'님의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판권을 사고자 구두계약을 하게 된다. 회사 내부의 결재를 받아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여 재차 방문하지만, 그 판권은 이미 KBS로 넘겨진 상태. 박완서님이 잘 아는 지인이라 넘겼다는 사실에 그 당시 이병훈님의 심정과 원망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물론 차기작의 판권을 넘겨받기로 약속을 받아냈지만. 

"아,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대한민국이 다 인정하는 소설가를 계속 다그칠 수도 없지 않은가. 정말 땅을 치며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p. 93 

이병훈님의 [꿈의 왕국을 세워라] 읽는 재미가 있다. 재미도 재미지만 교훈이 있다. 드라마라는 왕국을 세우기 위해 수많은 스텝, 배우들의 애환과 노고가 눈물겨울 정도다. 이러한 열정들은 결코 그들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이미 많은 왕국이 보여 준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인간은 삶을 살아가며 수많은 도전을 하며 살아간다. 도전 없는 삶을 죽은 삶과 같기에. 우리도 우리만의 왕국을 위해 끝없는 도전과 열정을 내 던진다면 그토록 갈구하던 '희망'이라는 끈을 잡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끄트머리 : 부록으로 제공되는 '내가 보는 이병훈 감독' 코너, 그와 같이 왕국을 세우고자 드라마에 참여했던 배우들의 인터뷰가 흥미롭다. 

"나는 이제 시작하려 한다....중략....또 다시 기나긴 시간들을, 나는 고통의 길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심한 고통도 후회보다 더한 것은 없기에, 돌아보고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에필로그 중) 

나의왕국

19세기 명품 악녀가 당신에게 말을 건다. 

 

스트레스를 좀 풀어보려 선택한 책인데, 아... 더 쌓이는 스트레스. 

공식적인 노예제도의 시초가 된 네덜란드인들의 만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충격적인 책이다. 책의 표지만 본다면 무슨 내용인지 또 매우 흥미로운 유럽의 소설이 아닌지 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104페이지의 짧은 책 두께가 더욱 궁금하기만 여겨지는 책이다. 소설이라는 이미지를 뒤엎는 짧은 산문 형식의 악녀일기라는 것. 그것도 아주 추악한 악녀들. 

이 짧은 내용의 일기가 미국의 노예제도 당시의 상황을 모두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주로 청소년, 어린이 책을 집필해 온 작가는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미국 수리남을 우연한 기회에 방문하여 수리남에 거주하는 흑인들과 많은 교감과 친분을 쌓아간다. 자신이 직접 노예제도 시대의 잔혹한 만행을 역사의 한편에서 목격하고 40개의 짤막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책 한 권을 수중에 넣으며 집필을 결심, 모두 실화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 바로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1인당 50에이커의 땅을 지급했던 아메리카의 이주 정책으로 수많은 잉글랜드인과 네덜란드인들은 흑인들을 잡아들여 일명 '노예시장'에서 사고 팔기도 했던 역사의 불행한 시초가 바로 그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흑백평등 주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색인종의 차별은 불편했던 서로의 과거를 바꾸어 생각해 보는 입장에서 견지해 본다면 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 

노예 네 명이 뚜껑이 있는 쟁반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중략...아빠는 쟁반 뚜껑을 손수 열었다. 한 작은게 보였다. 쟁반 안에서 몸을 잔뜩 쪼그린 채 앉아 있었다...중략...엘리사네트 아줌마가 준 선물은 작은 채찍이었다. 채찍은 내 핸드백에 넣기에는 좀 컸다.... p. 24~25

딸아이 마리아에게 준 생일 선물이 어린 노예 꼬꼬와 채찍...,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마리아의 태도.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들도 엄연히 교육이라는 것이 있을 테고 종교에서 오는 윤리라는 것이 있을 텐데 14살 마리아의 행동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동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눈에 거슬리는 행동들이 독자들에게 커다란 자극을 주는 책으로 귀여운 악녀이기보다는 늙은 마녀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많이 보았던 노예에 대한 채찍질과 위험한 탈출, 그리고 성적 착취가 마리아의 눈에 그려져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른들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받아 점차 노예 부리는 방법을 알아가는 무덤덤한 마리아의 모습과 말투에서 뼛속을 아리는 아픔마저 느껴진다. 

아빠는 여자 노예를 새로 샀다. 오늘 아빠는 그 노예를 집으로 데려왔다...중략...나는 아빠가 새로 사온 노예를 어떻게 쳐다보는지 보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건 충격이었다.... p. 38 

브러시에는 머리카락이 잔뜩 있고, 은그릇은 닦아놓지도 않았다. 어제는 채찍을 휘둘렀다. 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노예는 신음 소리를 내고 비명을 지를 뿐이다.... p. 74 

내심 기대했던 반전은 없다. 일상이 되어 버린 노예에 대한 악녀 마리아의 덤덤한 말투와 무개념의 극치를 보여주는, 그리고 내면적인 성찰과 자각 없는 행동들이 더욱 나를 자극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와 미래를 위해 지난날의 과오를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함이라. 하지만, 지금 이 시간 인도, 아프리카 등 일부 빈곤국가에서는 오로지 돈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팔아넘기는 일들이 지구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부 사업장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해 보면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또 장 보던 주부를 불법체류자로 오인하여 무자비하게 끌고 갔던 그들. 질곡한 역사의 되풀이 되는 순환이 아마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착잡한 심정이다.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이 책 한 권으로 독일문학상 수상과 구스타프 하이네만 평화상 수상했다. 특별하게 다른 형식으로 불편한 역사를 말하며 독자들을 경악과 분노로 빠지게 하는 악녀일기. 우리가 모두 주목할 만한 '책' 임에 틀림없다. 

옥의 티 : 제본 상태가 미흡해요. 

악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