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에세이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립니다.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것들은 죽음 이후에도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게 쌓인 눈물이 모여 구름이 되면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립니다. 소금 사막이 놓아주지 않아서, 진득하게 썩지 못해서, 떠날 수 없던 것들이 눈물을 흘려, 비로소 몸을 놓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비가 내리는 것입니다. ... p. 258
감성적인 에세이스트 '테오' 그리고 [당신의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 여느 여행에세이와는 또 다른 맛을 담고 있다. 일관된 차분함과 정갈한 그의 글에서 내 마음을 가슴 깊이 성찰해 본다. 여행 포토 에세이인 이 도서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향하는 여정 중에 만난 그곳의 따뜻하고 순박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글과 사진으로 그려냈다. 글이 참 곱다. 아니 그보다는 저자의 심성이 곱다.
미국인 파트너에게 속아 쓰디쓴 좌절에 아프리카로 훌쩍 떠난 저자, 몇 년간의 사진 촬영과 시인을 꿈꿔왔던 그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라는 여행 에세이를 출간한다. 저자가 말한 대로 이 첫 에세이는 고통의 증거이며, 실패의 결과, 그리고 좌절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책에서도 극히 일부분이지만 좌절에 대한 극복이라는 저자의 생각이 피력되기도 한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방식의 삶을 산다는 말입니다.' 미래를 알려 주는 잉카 예언술, 배고픔과 잘 자리마저 없는 히피 호르헤와의 만남,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변호사의 살인사건, 아빠가 일본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꼬마 숙녀 게이꼬, 해발 3,815미터 높이에 있는 볼리비아의 호수 마을 코파까바나, 브라질보다 더 큰 그리스도상이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코챠밤바의 그리스도상, 그리고 비가 내린 소금 사막 등 사진과 글을 통해 만난 이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은을 녹여 그 모양으로 사람의 미래를 예언한다는 잉카 예언술. 형상이 만들어지지만, 예언자는 저자에게 앞으로의 미래를 되묻는다. 예언의 증거와 만나는 것은 잉카의 예언자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작은 가르침에 우문현답이라는 속담이 생각난다. 이렇게 여행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나는 다시 사막으로 향합니다. 소금 대신 익숙한 일상이 휘날리는 나의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다시 목마를 것입니다. 도시의 사막은 그런 것이니까. 자주 지치니까.' .... p 290
도시에 사는 우리들. 어쩌면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많은 우리들이기에 여행이란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우물에 갇힌 물처럼 그렇게 한자리에 머물러야만 한다. 여행은 오로지 관람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리라. 그가 말하는 여행은 '떠남'이 아닌 '향함'이라는 사실에서 그저 아련한 동경만을 할 수 있는 우리들, 그런 우리들에게 마음의 치유를 받게 해줄 수 있는 [당신의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 사람을 향한 여행은 분명히 다른 방식의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사막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여행은 끝났습니다. .... 이 책의 마지막 글.
다음 여행은 당신과 함께하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당신과 손잡고 떠나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여행.... 에필로그 중.
끄트머리 : '그대에게'라는 에필로그에는 저자의 손과 애인인듯한 손,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사진과 글이 있다.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의 감성적인 필체가 또 한 번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라시아스..... Deo gratias: Thanks be to God.
소금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