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최고의 선택을 이끄는 직관의 기술. 

바둑을 가끔 즐기는 나로서는 이 책에 매우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랫동안 생각하는 것이 신중함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주관적인 생각일 뿐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생각한다는 것은 주저나 망설임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치로 다른 시각의 견지에서 생각해 본다면 생각만 있을 분 행동이나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바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시간적인 제약이 있는 바둑의 경우, 고민이 오래될수록 시간은 자기 자신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는 결과를 초래하여 승패를 확정 짓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가 있다. 말 그대로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가 아닐 수 없다.

사회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 특히 간부들의 결정이 그것이다. 경험상 미숙한 부분에 대해선 결정을 미루거나 오랜 고민을 함으로써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가까스로 기일에 맞춰 결정을 내리지만, 차후에 집행되어야 할 일들이 그만큼 시간적인 부담으로 졸속진행이 되거나 서류상의 결격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유명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는 어떻게 한순간의 직관으로 판단하는가. 그것이 핵심만을 선택하는 예리한 통찰력이다. 이 통찰력은 직관력에서 오는 것으로 지식과 경험이 근간이 되고 있으며 두뇌에서의 이러한 직관의 선택은 무의식중에 온다고 한다. 그간 도외시 되어 왔던 무의식이라는 세계가 많은 심리학자와 신경학분야 등의 학자들에 의해 기억력, 판단력, 때로는 타인의 얼굴에서 감정을 파악하는 능력 등이 직관의 원천임을 발견한다.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통찰력]은 '이성은 힘이 없다', '직관의 메커니즘', 직관을 활용하면 통찰력이 높아진다' 이렇게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식이 어떻게 뇌로 전달되어 어떻게 직관이라는 것을 간파하여 발휘하는지, 실패가 어떻게 학습으로 이어지는지, 다양한 실험과 환자의 경우를 통해 합리적인 선택이 직관적인 선택과 같이 존재하며 이러한 이성적인 결정은 곧 직관적인 결정이며 이전에도 언급했던 무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생활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직관의 결정 예를 통해 정신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직관의 함정 편에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네만(Daniel Kahnemann)'의  "우리는 자신의 직관을 믿어도 좋은가?'라는 물음에 돈에 관련된 사항일 경우는 예외일 수 도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통계와 분석, 심리 등이 그들의 자양분이기에. 마지막으로 직관과 이성이라는 전략이 공존하는 상태도 설명되고 있다. 

직관을 이루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는 침착함, 지식 그리고 결단력이다. 섬광처럼 내리꽂히는 [통찰력]은 위의 세 가지 요건이 잠재의식 속에 내재 되어 있다가 한순간에 발현되는 감정에서 온다고 보이며 특히 이 책 속의 내용에서 '선택과 결정의 규칙', '직관 훈련하기' 등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잠깐의 수면이 최고의 지적 결정을 내리고 깨어난 즉시 생각되는 것이 최고의 결정이다.

적게 주어진 시간에 빨리 판단하는 것, 물론 어려운 판단이지만 직관을 믿고 선택하는 길이 최선의 길이라고 보여진다. 그 직관적인 판단에는 성공과 실수라는 양면이 존재하지만, 실패가 많을수록 경험으로 축적되는 지식이 더욱 많이 쌓이게 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이후의 직관에서 오는 통찰력에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찰력

프랑스 천재 미술평론가 아드리앵 고에츠의 미스터리 소설.

 

신선한 소재의 미스터리다. 역사 속에 실존했던 화가들과 현존하는 작품들, 그리고 실제 역사가 작가의 예술적인 상상력과 완벽히 결합한 미스터리물로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라는 사라진 작품의 행방을 쫓기 위해 일생을 다 바친 실존 화가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집필된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는 많은 독자에게 폭발적인 관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키며 프랑스 5대 문학상인 '되 마고 상'과 '로제 니미에' 상을 2007년 수상했다.  

프랑스의 화가 앵그르(1780~1867)는 신고전주의 회화의 대표주자로 균형잡힌 그의 작품들은 동시대의 낭만주의 사조와는 대조를 보이고 있으며 신고전주의 회화 중에서도 가장 관능미를 발산한다.  

프랑스의 화가 카미유 코로(1796~1875). 바르비종파(派)의 한 사람으로 작품은 고전주의적이지만 자연주의적 감각에 의해서 인상파의 선구자로 꼽히며 많은 풍경화를 남겼다. 

테오도르 제리코(1791~1824) 역시 프랑스의 화가로 고전주의에서 탈피된 낭만파의 선구자이다. 우리가 잘 아는 루벤스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며, 낭만주의 선구자로서 들라크루아에게 영향을 미쳤다.

제1장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위의 세 사람은 실존한 인물들로 화가 '앵그르'의 전설적인 작품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가 나폴레옹의 누이와 결혼한 '뮈라'의 실각으로 나폴리가 부르봉왕조로 복권된 이후 작품의 모델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이후 세 화가는 '작품과 모델'에 매료가 되어 이에 대한 행방을 뒤쫓게 되는데..., 이미 결혼한 '앵그르'는 모델에 사랑의 연민을 느끼며 금세기 최고라고 불리는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를 완성하지만, 그녀와 친구에 대한 배신과 용서는 그의 냉철함으로 점철된다. '앵그르'의 독백이 담긴 부분으로 그의 사랑과 고뇌, 번민이 시종일관 차분하게 전개되고 있다.

제2, 3장 : 파르네세 전원 풍경, 기수 없는 말들의 경주
화가 '카미유 코로'는 자연주의적 감각에서 작품을 완성하곤 했지만, 우연히 사교클럽의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소개된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에 마음을 빼앗기지만, 그 역시 미친듯이 50년이란 세월을 그녀와 작품의 행방을 쫓는다. '샤토브리앙'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예배당에 주검으로 보관된  잠자는 미녀를 목격하게 되는데..., 3장, 낭만파의 선구자인 '제리코'의 친구이자 제자인 사진작가의 서술이 담긴 내용으로 '제리코'의 작업실에서 발견되는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더욱 흥미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 팩션은 루브르와 우피치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에 전시된 서양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들을 소설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담론되고 있다. 이 소설 속에는 '나폴레옹'과 '조아생 뮈라', 신고전주의 화가 '다비드'와 '앵그르', 낭만파의 선구자 제리코와 들라크루아, 등 예술사조에 영향을 미친 거장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양미술사와 미술사를 공부하지 못한 독자들에겐 매우 어려울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각 장마다 각주를 달아 설명하고 있으나 역시 어렵게 읽은 소설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이 방면에는 문외한이라 할 수 없이 두 번을 읽게 되었다. 처음은 모든 각주를 무시하고 주요인물에 대한 각주만을 통해서, 두 번째는 모든 각주를 통해서 일독했다. 이러한 고전 소설의 경우는 영화 속의 책이라고 감상한다면 매우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종결 부분의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은 것처럼 영 개운치가 않다.

이 작품은 '앵그르'와 '코로'의 독백과 이야기가 볼만하다. 특히 '앵그르'와 '모델' 사이의 플리토닉 사랑이 그러하며 사랑, 배신, 증오, 용서, 그리움이라는 모든것을 대처하는 '앵그르'의 심리적인 묘사가 백미라고 본다. 더욱더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실존했던 미술계의 거장들이라는 점에서 허구와 실재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이기까지 하며 이야기 내내 나오는 거장들의 작품과 설명들은 당시의 역사와 상황을 몰입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내가 스승들에게서도 다비드에게서도 배우지 못했던 것, 그때까지 겨우 어렴풋이 볼 수 있었던 것, 사는 동안 내내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 그것은 바로 아름다움이었다. 어느 한 시대나 우리 시대 취향의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의 아름다움, 나 자신에 의해 여인의 모습으로 구현된 아름다움이 그것이었다. 그중 첫 번째가 나폴리의 여인이었다... p. 26

그리스 로마시대에서 시작된 서양미술사는 물론, 19세기 프랑스사와 예술사조 등에 대한 높은 문턱이 이 소설을 접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줄 수가 있다. 하지만, 18c말~ 19c에 이르는 단편적인 서양 미술사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사건의 배경과 전개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그리 어려운 소설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끄트머리 : 뛰어난 작품임에도 번역이 못 따라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며 문맥과 이해할 수 없는 표현들을 다시 재정돈해서 알아차려야 하는 번거로움마저 준다. 고전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한글로 옮겨졌을 때 어렵다는 말. 다시 한번 실감한다.

나폴리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

종교의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냐고 따져 묻는 과학 철학자, 장대익.
진화론을 비롯한 현대 과학과 종교를 다시 통합하려는 신학자, 신재식.
현대 과학에 잠재되어 있는 종교성을 들춰내는 종교학자, 김윤성.

표지를 접하며 내가 아는 '종교전쟁'은 16,7세기 신, 구 교파 간의 대립으로 벌어진 전쟁, 즉 십자군 전쟁이나 위그노 전쟁 등으로 이와 같은 내용을 다룬 소설류로만 판단했으나, 이번 사이언스 북에서 출간한 [종교전쟁]은 종교 간의 전쟁을 다룬 소설도 아니며, 그렇다고 학자들의 연구 논문 따위도 아닌 근래에 들어 회자가 되는 종교와 과학에 대한 과학, 신학, 종교학의 만남이다. 

종교는 인류의 역사와 삶 속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현상이다. 그것은 영적 차원의 신과 자신의 내면의 삶을 드러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생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현대에 이르러 더욱 폭넓고 치밀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의 사이비 종교와 사이비 과학이라는 또 다른 침입자들에 올바른 믿음과 도덕적 윤리마저 잃어가며 퇴색되어 가고 있다.

서로 다른 궤적을 걷는 과학 철학자와 신학자, 그리고 종교학자가 종교와 과학 간의 괴리를 확인하고자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은 메일과 태국의 치앙메이에서 가진 좌담회의 내용을 기록한 책으로 그간 조심스러웠던 종교와 과학 간의 마찰을 심도 있게 담아냈다. 비교적 젊은 교수들이지만 그들의 머리와 입에서 쏟아내는 신랄한 비판과 논리의 정연함은 읽을수록 매력적이기까지 하다고 그들의 진지한 의견교환과 흐트러지지 않는 서로의 의견에 대한 존중에서 진정한 학문을 느낀다. 

교황 베네딕토를 바라보며 종교는 늘 세상을 내려다보며 걱정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세계관처럼 군림해 왔다는 주장과 17~18세기 과학 혁명과 계몽주의 시대에 주춤했던 종교가 첨단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에도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주장에 공감을 해보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선교원의 끔찍한 사건을 두고 개신교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한 공격적인 발언마저 서슴지 않는다. 이 [종교전쟁]이란 표현은 종교를 둘러싼 전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학, 예술, 문학, 철학, 사회학, 과학 등과의 전쟁과 인권, 평화, 윤리, 환경, 여성 등을 둘러싼 전쟁 등이 모두 포함된다. 

과학은 인간에게 풍요로운 혜택을 주는 존재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과학은 신의 영역을 침범하여 인간과 자연 모두를 파괴하는 크나큰 재앙을 맞이하고 또 예고하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대재앙의 초래를 막기 위한 과학의 몸부림은 오히려 깊은 늪과도 같이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린 샘이다. 이 책에 서술된 9.11테러의 언급을 보며 나는 종교와 과학의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근본주의 기독교와 중동의 근본주의 이슬람간에 벌어진 신 종교전쟁이라는 것과 과학으로 부터 잉태된 파괴가 그것이다. 이 지루한 과학과 종교 간의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두 가지 주제 역시 서로 내세울 것이 없다는 개인적인 견해이다.  

반면 종교의 경우를 살펴보자. 나의 짧은 견해이지만 종교는 항상 권력자와 함께했고 현재에도 각 종교단체의 이기가 언론과 매체를 통해 또는 권력을 가진 자들을 통해 여실히 드러내며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세부터 과학에 대한 압력과 간섭, 비판으로 일관됐으며 결국 신의 이름을 내걸고 진리와 사랑을 전파하는 본연의 임무를 잊은 채 신과 동일시하는 오만과 독선을 불렀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말미암아 종교와 과학이 상생하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중세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치는 이론이 배우 볼만 하다. 그들의 메일에서도 느끼는 바가 크지만, 교수 3인 모두의 생각이 서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학이 종교의 이론을 하나씩 증명해가는 시점에 과연 종교의 존재는 무엇인가와, 현대 과학 속에 내재 되어 있는 종교성을 들춰내는 주장, 마지막으로 종교와 과학을 통합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냉철하게 교환하고 있다. 종교를 해부하려는 과학적인 시도에 '반성 없는 과학은 중세의 기독교와 다를 바 없다.'라는 신재식 교수의 날카로운 비판과 기도와 기적에 대한 과학적인 시각에서의 비판과 초자연 존재에 대한 과학적으로 해부하는 장대익 교수, 그리고 종교와 과학 간에 침범할 수 없는 커다란 영역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김윤성 교수가 보여주는 모습들이 흥미진진하다.

과학이 종교에게, 종교가 과학에게, 과학과 종교가 함께, 마지막 과학과 종교의 미래로 릴레이 되는 편지와 대화 속에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라는 화두와 관련, 건전하고 비판적인 담론이 구축되는데 크게 이바지할 책으로 단순 흥미꺼리가 아닌 종교와 과학 간의 소통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길을 모색한다. 

종교와 과학은 더이상 상극으로 치달을 수만은 없다. 어느 것이 우선이 되건 각자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그렇게 믿으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신에 대한 도전과 과학에 대한 지나친 압력과 비판이 이들에겐 치명적인 모순이며 이 종교와 과학 사이에는 인간이라는 매개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자. 서로의 소통은 인간들의 몫이며 서로 왜곡된 시각에서가 아닌 인정하는 시각으로 변화의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한다면 더 이상의 논쟁은 줄어들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시작되는 엉킨 실타래를 푸는 작업, [종교전쟁]에서 보여준 진보적이고 깨어난 생각들과 대화를 나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종교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