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를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아리고 쓰린 기억이다.

 

[그에게서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누리꾼 글 중 베스트 뷰만을 모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초판 발행 연도가 2002년인 이 책은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 2002년 3월 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치러진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승리하기까지의 노풍의 열풍을 몰아간 정치인 노무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개혁과 통합'을 기치로 내건 노무현 경선 후보의 당선은 그를 열망하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마침내 국민대권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지역주의 정치 타파를 위해 당선이라는 말이 무모할 정도였지만, 그의 과감한 부산에서의 도전은 3번의 낙선을 겪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희망, '노무현'을 처음 검색하던 날, 벽을 넘어서, 그리고..., 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된 [그에게서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정치인 노무현을 왜 좋아하는지, 관심조차 없던 사람이 왜 그에게 손길을 내밀었는지 등 그의 향기가 좋아 노무현 공식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사연들과 모 신문에서 발췌한 누리꾼의 사연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그와 우리가 동질감을 느끼는 이유 중에 하나는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일류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했으며, 대학의 졸업장도 없이 오로지 독학으로 판사의 자리에 오른 후, 보장된 직업을 뒤로한 채 변호사의 길을 택한 그였기에, 또한 인권과 민주에 눈뜨고 정치계에 입문하여 국회의원과 장관 마침내 대통령이 된 인물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 당시 파벌과 학연, 지연 등을 무시하고 정치계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절이었음에도 당당히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노무현" 그는 분명히 신화다.

이 책 속에는 노무현의 아들이 군대에 있을 때 선임으로 근무했던 사람의 글과 어린 시절 노무현과 벗이었던 친구의 글을 통해 인간 노무현의 또 다른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 볼 수가 있다. 경상도 사나이가 전라도 아내를 맞이하지만 5월이면 친척도 없는 광주에 혼자 다녀오는 사연 글 등에서 잔잔한 감동마저 느끼게 된다. 멀리는 시에틀에서 가깝게는 대한민국에서 건설 노동자, 회사원, 기자, 학생 등 우리와 함께 등을 비비고 사는 서민들의 노무현에 대한 응원과 소망들에서 2009년 오늘, 더욱 그가 그립고 또 그립다.

그렇게 우리는 노무현을 이야기했습니다. 반칙이 아닌 원칙으로, 작은 이익이 아닌 소신으로 자신을 지켜온 사람.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자신을 던지면서, 여럿이 함께 나누는 세상을 위해 도전해온 사람. 언제나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사람. 우리는 노무현에게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서문 중.

주류사회의 비도덕성과 비겁함을 호되게 질타했던 비주류 희망의 상징. 불의에 굴하지 않고, 자본과 타협하지 않으며, 언론권력에도 과감히 맞서는 '바보, 노무현' 이 책이 발간된 2002년 그해,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사람향기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날을 위한 셀프카운슬링북.

 

고도성장으로 말미암아 물질적인 혜택은 많이 받고 살아가고 있지만, 정신적인 피폐함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만 간다. 내가 외톨이로 혼자 있다는 생각을 하거나 타인의 관심 밖이라는 생각들은 심하게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자신이 우울하거나 고독감을 느끼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이를 감추거나 우회하여 애써 웃음 짓고 있으며, 그것은 자칫 타인이 자신을 꺼리거나 남들의 동정이나 사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표현의 기피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과 함께 하기에 자신 내면의 감정조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어느 날 문득 혼자가 된 쓸쓸한 느낌,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는 느낌 등의 원인을 찾아내어 자기를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치유를 위한 두 가지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한 가지는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는 날' 증후군을 빠르게 치유하기 위한 '비상 레시피(진통제와 비유)'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변덕의 감정을 즐거운 방식으로 치유해 주는 '장기적 레시피(근본적인 원인 제거)'가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치유는 자신의 자긍심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데 저자의 주장 중에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발견된다. 인간의 내면에는 세 가지의 자아가 존재한다고 한다. 즉, 어린아이인 나와 부모인 나 그리고 어른인 나.

아이와 같이 유쾌하며 장난, 혹은 겁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어린아이인 나'와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부모인 나' 마지막으로 이 둘 사이에서 조율하고 중용하는 '어른인 나' 한 가지 덧붙이자면 올바르지 못한 부모의 역할 부재로 말미암아 내면의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면, 아이의 나와 부모의 나가 지속적인 충돌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임을 강조한다. 

한때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심리 상담 치료를 받으러 다닌 기억이 있다. 첫 상담에서 의사는 함구로 일관하며 오로지 나의 이야기만 들어주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는 심리상태를 느낄 수가 있었다. 나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내면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나의 배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행복한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은 다소 기본적이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임에도 간결한 문체와 적절한 예에서 매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은 책이며 시종일관 차분하고 횡간의 의미를 잘 파악하도록 해줬다는 점에서 어느 책보다 쉬운 이해를 돕고 있다 하겠다. 이 책을 통해 그간 잊고 있던 내 자신을 돌이켜보고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고 받아야 할 존재는 바로 자신이라는 인지와 타인과의 더욱 따뜻하고 인간적인 관계에 관심을 가져본다. 

자긍심이 충분히 강하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동요하지요. 또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크지 않으므로 주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외부의 상황에 따라 아주 작은 비판에도 자기 의심의 심연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거나 작은 칭찬에도 황홀경에 빠지기도 하지요..... p. 43

행복한나를

뇌성마비 장애아와 안락사 문제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다. 태어날 때부터 뇌에 손상을 입어 눈 하나,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는 정신연령은 생후 3~4개월, 아이큐는 1.2라는 판정을 받은 '숀 맥다니엘'의 독백 형식의 청소년 소설이다. 비록 식물인간에 뇌성마비 '숀'이지만 그에게는 남달리 타인의 말을 모두 기억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지만, 휠체어에 의지하고 장애가 있기에 그의 내면에 뛰어난 지능과 남들과 같이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며 끊임없이 외치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사랑해요.'라는 숀의 외침이 공허하기까지 하다.

'숀'에 대한 가족들의 심리적인 묘사, 특히 '숀'에 대한 시를 지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빠는 아들의 고통에 괴로워하며 이혼을 하지만 그가 아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자신으로 말미암아 아빠가 떠나갔다는 자책을 하는 '숀'의 생각과 하루에도 몇 번이고 되풀이 되는 고통을 동반한 발작을 하는 아들 '숀'의 가슴 아픈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안락사라를 이슈화시키는 아빠를 보며 '숀'은 두려움과 공포로 일관된다.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몇 년 전 정신지체아 아들을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없애고 감옥에 수용되어 있는 자의 인터뷰를 통해 유명 쇼프로그램에서 안락사에 대한 필요성을 외치는 아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숀'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숀'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누나와 형, 동네 불량배에게 조롱을 당하는 '숀'을 이성을 잃으면서까지 보살펴줬던 누나와 형의 이야기에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린다.

발작할 때와 꿈에서만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숀' 꿈속에서 아빠를 만나 '아빠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라고 얘기하지만 '숀'의 마지막 말은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마지막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아빠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보내는 '숀' 과연 어떻게 막을 내릴까.

우리가 함께 마주앉은 묘하고도 불가능한 이 순간, 아빠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인다. "사랑한다." 나는 가만히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말을 이끌어 낸다. "저도 사랑해요. 아빠." ...... p. 160

저자 '테리 트루먼'은 실제 '숀'과 같은 증상을 가진 '헨리 쉬한 트루먼'이라는 아들이 있기에 더욱 이 글에서 작가의 심정과 아픔을 읽을 수 있다. 고통을 동반한 불치병이나 신체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즉, '자비로운 살인'(mercy killing)이라고 불리는 안락사. 얼마 전 안락사를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지만, 의료계, 법 해석 및 윤리, 종교상 견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의 소지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는 비록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설이기는 하나 어른들에게도 일독을 권장한다. 식물인간에 뇌성마비인 14살 소년 '숀'은 자신이 안락사로 말미암아 죽음이라는 위험에 처해있지만, 자신만의 삶이 있고, 살고 싶어하는 그의 의지에서 절망보다는 살고자하는 가슴 아픔이 엿보인다. 안락사는 과연 사랑이라는 이름의 살인인가..., 고통스러워하는 자식의 아픔을 보며 내가 저 같은 경우라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고 한참을 울어봤다.

 저능아, 바보, 아이큐 1.2, 정신연령 3~4개월..., 하지만, 이건 내 본모습이 아니다. 나는 영리하며 삶을 사랑한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