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딸들이 꿈꾸는 최고의 엄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일은 힘들고도 험난한 일이다. 한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경이와 감사로 눈물을 흘리지만, 이 순간 역시 부모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바꾸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았다고만 해서 그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나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부모라는 이름으로 그를 평생 열정과 책임, 사랑으로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임신 이후 육아 방법과 자녀 교육서에 대한 책을 많이 접하며 남들보다 더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자신과의 굳은 약속도 해 보지만, 정작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자기계발에 소홀한 부분을 보여주기도 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글들이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많이 소개되어 지름길 아닌 지름길로 인도하고 부모는 그것을 맹신하여 자기계발의 교과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자신만의 비전이 설정되지 않았다면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네 아들을 둔 엄마인 저자 '홀리 앤더슨'은 아이들과의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 엄마와의 유대관계에 근간이 되는 신뢰 속에서 자라나게 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며 이는 자식과 엄마 사이가 친구 같은 존재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고의 엄마]는 기존 자기계발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딱딱하다거나 지루하지 않은 게 큰 특징으로 마치 수필과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특히 현재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 있는 엄마가 집필한 책이기에 공감 가는 부분도 많으며 특히 주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들과 남편의 이야기도 재미를 주는데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많은 성공스토리나 자기계발서의 최우선으로 여기는 것이 비전의 수립이다. 부모가 비전을 갖고 양육했을 때 아이 역시 비전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아는 통제력과 자제력을 갖출 수 있으며 설령 그 비전이 주체할 수 없이 크다거나 고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침범했을 때는 부모가 과감하게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아이들과의 충분한 시간을 같이 함께하고 관계를 쌓아갔는가. 온종일을 같이 있다고는 하지만 부모는 자신만의 일에 몰두하거나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시청하는 등의 일이 과연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얼마나 오래 같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에 아이들과 관계를 얼마나 쌓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만큼 큰 각오도 해야 된다. 단순히 아이에게 젖을 물려 키우고 학비를 납부하고 학교를 졸업시키며 아이들의 신체적인 성장만이 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좁게는 부부 사이의 사랑, 부모에 대한 공경, 집안의 화목한 분위기, 이웃들과의 관계에서 넓게는 비전을 세워 평생 지속적으로 보완과 정립을 재창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엄마]는 '어떻게 해라.'를 제시해주지 않는다. 생활 속의 이야기의 예를 통해, 그리고 자신 아들의 생활상을 통해 아이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어 현재 내 아이에 대한 사랑표현을 비교하고 참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서이다. 일부의 부모들은 양육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 등으로 아이의 양육을 포기하거나 목적의식 없이 아이들을 방치한 채, 또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좋은 부모가 되길 스스로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 

올바른 아이로 커 나가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스킨쉽과 진실한 의사소통, 그리고 사랑 등으로 아이를 평생 열정과 책임을 갖고 양육해 간다면, 내 아이가 아이를 낳았을 때 부모가 남겨준 최고의 유산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반드시 느끼게 될 것이다. 

최고의엄마

어의에게 듣는 생로병사의 비밀 

 

[5천 년 내력의 중국 황실 건강법]은 중국의 황궁 귀족들을 진료하는 어의를 통해 중의학 비법이 소개된 책으로 의학관련 서적이기 보다는 흥미로운 역사의 한 자락을 보는 역사서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최초의 어의가 등장하는 선진(先秦)시대와 진한(秦漢)시대, 국가에서 어의를 배출하기 시작하는 삼국 양진남북조(南北朝 )시대, 본초학(本草學)이 급속도로 성장했던 수당오대(隋唐五代), 중국 최고의 의학기구 한림의관원이 설치된 송대(宋代), 황제의 건강과 국가 경영까지 참여했던 어의 허국정이 활약했던 시기인 요서하금원(遼西夏金元)과 명(明)대 청(淸)대에 이르기까지 어의의 활약상을 일목요연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 책이 좀 새로운 것은 그동안 중국역사에 관한 책들이 출간되면서 학문의 발달과정이나 왕을 중심으로 통치에 대한 이념 등의 서적이 주를 이루었었다면, 황실 어의를 중심으로 한 비사와 중의학의 발달과정, 그리고 현대의학과 생활과의 연계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신선한 소재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책에 제시된 황실 건강법의 소개와 더불어 양생비결(養生秘訣)이라는 코너를 마련하여 생약재의 효능과 효과를 설명해주고 있다. 

의술이 고명한 '곽옥'도 신분이 높은 귀인들을 치료할 때 빠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귀인에게 일반 백성의 옷으로 누추한 곳에서 치료받게 하자 병이 즉시 나았다는 얘기다. 진한시대 어의 '곽옥'은 이러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는 그들의 지위가 너무 높아 진찰자가 불안에 떨고 있음에도 자신의 주장을 펴며 의사를 믿지 않는 것, 둘째는 전심전력으로 몸을 보양하는 것을 경시하는 것, 세 번째는 귀인의 몸이 너무 허약하여 약기운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편안하고 한가로움만 지향하고 노동은 멀리 하는 것으로 말미암아 의사들은 대담하게 치료를 할 수 없으며 치료가 실패했을 때 닥치는 재앙을 두려워하여 치료에 소극적이라고 한다. 

 

중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수 양재(隋煬帝)의 병을 고치지 못한 어의는 모두 목이 잘렸다. 천지(天池)의 물로 황제의 병을 치료하겠다고 자원한 인물은 어의 '막군석'으로 황제의 신장에 염증이 생긴 것을 그림 두 폭으로 심리치료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두 폭의 그림을 본 수 양제는 심폐가 뚫리고 쌓였던 열도 사라짐을 느꼈고 그림 속의 매실을 통해 침이 고이기 사작하고 입술과 혀가 마르는 증상이 자신도 모르게 사라졌다고 한다. '막군석'을 불러들인 수 양제는 천지(天池)의 물을 마신다면 완전히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천지(天池)의 물을 황제의 입속에 고인 침이었다고 답변한다. 

강희제(康熙帝)는 순치제(順治帝)의 8명 아들 중 한 명으로 4명이 천연두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었지만 2살 바기 강희제는 강포에 쌓여 피신한다. 하지만, 그도 허사로 결국은 그도 천연두에 전염되고 어의와 유모의 세심한 배려로 기적적인 소생을 하게 된다. 훗날 왕위 계승하고 강희제가 종두법(種痘法)을 이용하여 천연두를 예방하는데 이 방법은 천연두 종기의 딱지를 갈아 장뇌와 빙뇌를 첨가, 사람의 코 안으로 불어넣는 방법으로 면역력이 생기는 이론이다. 현재 우리가 맞는 독감백신과 간염백신 등과 맥락을 같이한다. 

사지와 목숨을 담보로 황실의 건강을 책임졌던 중국 어의는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치료에 실패하면 팔, 다리, 등이 잘려나가는 육형(肉刑)의 참수에도 치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어의가 있는가 하면 정권에 결탁해 참형 당하는 어의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서양 의학이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나 현대에 들어 역사적으로 유래가 깊은 중의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이뤄지며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우리 한의학은 소외되고 도태되어 가고 있으며 미국에서 한국의 침술도 중국에 땅을 빼앗겨 더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처지라고 한다. 일반 대중들이 한의학을 외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많은 논문의 발표와 세미나의 개최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들만의 잔치로 치부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인들이 더욱 쉽게 한의학에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의 확대와 전문서가 아닌 대중들과 호흠을 같이 하는 도서들의 출간을 통해 한의학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중국황실

한 탐서주의자의 서점예찬 

 

초등학교 시절 지방학교에 무료로 배포되는 주간지의 출판사 카탈로그를 보고, 모아두었던 동전으로 책을 주문하면서 맺었던 책과의 인연이 대학입학 후 서점의 직원으로 출판사의 외판원으로 살아온 지난 17년간의 회상을 담아낸 내용으로 매우 독특한 책이다. 

그는 독서라는 사명감의 방파제를 훌쩍 넘어서 버린 탐서주의자와도 같다. 일을 그만뒀지만, 아직도 그는 일주일에 적어도 다섯 번을 서점에 방문하는, 책과 서점을 그와 격리시킨다는 것은 결단코 생각할 수 없는 불치병 아닌 불치병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표현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노란 불빛의 서점]은 책표지에서부터 편안함이 몰려온다. 누구나 동일한 생각은 아니겠지만, 서가에 켜켜이 꽂힌 책을 바라만 봐도 흡족해하는 독서인들이 대부분 느끼는 공통적인 마음으로 저자 역시 그러하다.  

서점과 책에 대한 거의 모든 일화를 만날 수 있는 책으로 책과 서점의 역사, 이집트 파라오 무덤의 상형문자에서 발견된 서적 판매업자에 대한 최초의 기록, 중국의 목판 인쇄술이 발명된 6세기까지 유럽에선 쿠텐베르크 이동활자가 15세기 말까지 복사본은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기로만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과 양피지, 종이의 발명 등 책의 역사가 관심을 끈다. 

특히 정부의 검열이나 단속의 대상이 된 출판사와 작가는 수많은 고통을 받았지만 서점의 경우는 영세한 업자로 치부되어 오늘날까지 정부나 기업의 규제에서 자유롭다고 한다. 한때 세간의 화제를 가져왔던 루시디의 [악마의 시]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그리고 딸아이와 자주 찾는 서점에서의 편안함과 안락함, 고요 속에서 기쁨을 만끽하는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서점들을 선별해 소소한 이야기로 나들이를 시켜주기도 한다. 

 

서점에서의 지난날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새로운 친구에 대한 충고와 격려 속에 통찰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e-book의 출현과 함께 위기를 겪을 뻔 했던 서점가의 일화는 매우 흥미롭다. 화면을 통해 볼 수 있고 몇 분 만에 신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대다수 독서인구는 아직까지 책을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나 자신도 경험해 봤지만, 종이책만큼 정감이 있는 게 없더라. 이 책에서도 표현되어 있지만 책장 넘길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정성스레 말린 나뭇잎을 끼워둘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교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제는 온라인 서점이라는 거대 시장의 탄생으로 오프라인 서점과의 괴리가 더욱 심해지고 있지만, 모두 그들만의 장단점을 내포하고 있기에 단정 지어 얘기할 수 없다. 지금은 도심 외곽 소형서점의 경우 폐업상태이거나 중고등학교 인근의 서점만이 서점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명맥 상으로만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전 매체에서 헌 책방에 대한 소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던 적이 있다. 그분들의 책에 대한 사랑과 서점에 대한 사랑이 오롯이 담겨 있는 내용으로 중고등학교 시절 나를 헌책방으로 인도했던 추억들에 관심을 두고 지켜본 나로선 동서양의 향이 상이하지만, [노란 불빛의 서점]속에서 또 다른 매력을 맛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과 함께 서점에서 생활했던 날들을 통해 책과 함께 하는 여행 속에서 딸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사람을 이끄는 힘은 온라인 서점보다는 오프라인 서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아주 가끔 서점을 방문하여 책을 직접 고르기도 하고 종이 향에 취해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 시절 내 누이를 따라 서점에 다니던 추억의 편린을 떠올리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좋다. 

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