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고,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접사 사진의 세계.
유년시절 장롱 깊숙이 모셔져 있던 카메라 한 대와 각종 장비가 생각난다. 기자출신 언론인이셨던 아버님의 보물 1호였던 카메라가 바로 그것으로 밥벌이는 물론 가족 나들이의 필수 동반자였고 주말마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아버님의 손에 강제로 이끌려 북한산 계곡으로 승가사로 지침없이 당신의 모델이 되어 드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별다른 자세도 없이 모두 차려자세에 웃지 않는 얼굴이면 늘 아버님께 한소리를 들어야 했고 약이 올라 많이 울었던 기억에 미소마저 머금게 된다.
그때 몰래 꺼내 가지고 놀던 렌즈도 없는 위아래가 뻥 뚫린 깡통 모양의 세트가 이제 생각해 보니 확대 용도로 사용되는 익스텐션 튜브라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보다는 카메라에 더 관심을 보이며 학원까지 다니던 친구를 보며 내심 부럽기도 했었고 그가 찍은 사진첩들을 볼 때면 수준 높은 사진가가 찍은 듯 마치 사진 속 장면들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장면에 시선을 뗄 줄 몰랐던 그때의 기억에 카메라와 사진이 우리에게 주는 추억은 아마도 영원히 함께하리라 생각한다.
이번 청어람 미디어에서 출간된 브라이언 피터슨의 [접사사진의 모든 것]은 포토 라이브러리 중 8권으로 접사의 모든 것에 대해 나열되어 있다. 초보에서 중급으로 그 대상을 한정 짓고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용어로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보조사진의 부재가 약간은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다.
반면, 올컬러로 구성되어 있고 자세한 설명까지 제공되어 있어 이해하기가 쉬웠으며 장비를 갖추기 전, 후의 비교 사진, 배경의 변화에 따른 사물의 모습, 접사 사진의 기본이 되는 꽃들과 더 나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한 접사 사진들을 통해 그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보는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이게 접사 사진의 매력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장비에 관한 것으로 실물 크기 이상을 촬영하기 위한 매크로렌즈, 카메라 몸통과 렌즈 사이에 장착하는 익스텐션 튜브, 클로즈업렌즈와 캐논 500D를 창착한 뒤 찍은 접사 사진, 망원렌즈와 함께 사용되도록 고안된 캐논 500D와 광각렌즈와 사용했을 때의 주의점,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불안정한 구도에서 새로운 발견을 즐기기 위해 장착하는 리버싱 링은 카메라의 본체에 렌즈를 거꾸로 장착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기존 표준렌즈로도 4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밖에 일반 자동 디지털 카메라, 광각렌즈, 어안렌즈, 반사판, 링 플래시, 삼각대 등 기본 용어는 모르지만, 역으로 각 장비에 대한 설명을 보고 있으니 용도 효과 등을 사진을 통해 쉽게 깨우칠 수가 있었고 바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각 장비의 생김새를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 저런 장비들로 말미암아 접사 사진의 효과가 100%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진 세계로 인식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지 앞뒤 부분의 선예도를 일컫는 심도와 조리개의 중요성이 사진의 예를 통해 설명되어 있으며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구도와 질감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홈 스튜디오 만들기 부분이다. 흥미로웠던 전자의 것은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로 저자의 작품에 그저 감탄만 할 수 있을 뿐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상상은 아예 가까이 근접도 못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거의 7~80%가 접사 사진으로 각 작품에 대한 주안점과 설명, 저자의 의도는 물론 각 작품에 사용된 카메라와 렌즈, 장착물, 조리개 값의 설정과 셔터 속도가 일목요연(一目瞭然) 하게 설명되어 있어 초보자들에게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책으로 또 쉽게 따라 해 볼 수 있는 접사 사진에 대한 관심과 흥미로움을 배가해 주고 있다.
얼마 전 이와 비숫한 도서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에 비해 훨씬 깊이 있게 다루어졌다는 점과 내용 면에서도 알찬 구성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사진 교육가라는 면도 그 작용을 더하지만, 이론과 실제가 명확히 일치하는 그의 작품 속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를 보며 사진의 새로운 매력을 또 다시 발견하게 된다. 접사 사진의 예술적 경지를 경험하고 싶은가.
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