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소.녀. 니로 (NILO) 

 

보사노바라는 음악 장르가 생긴지도 이제 40년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보사노바가 많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나 이 조류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바덴 포얼, 짐보 트리오, 조빔, 스탠 게츠, 허비 만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불모지와도 같았던 일본에서 보사노바 뮤지션의 새로운 출현은 뉴스거리가 될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보사노바의 매력은 아마도 재즈에 익숙해진 탓이기도 하지만 브라질의 전통 삼바와 미국식 쿨재즈가 결합한 브라질의 대중적인 음악이 낯선 이국문화에서 오는 세계 공통언어 즉, 음악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요원함이 일치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DISC 01
01. Wave (4:12)
02. Agua De Beber (4:01)
03. One Note Samba (3:36)
04. Mas Que Nada (4:06)
05. So Nice (Summer Samba) (3:05)
06. Moonlight Serenade (4:16)
07. Chega De Saudade (4:19)
08. Aguas De Marco (3:15)
09. The Shadow Of Your Smile (3:02)
10. Dreamer (3:08)
11. Love Me Or Leave Me (4:10)
12. Manha De Carnaval (3:08) 

브라질과 남미음악에 심취되어 무작정 브라질로 떠날 수 있었던 그녀의 열정이 이 앨범을 발표하는데 가장 주역이 되었다고 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부 뮤지션들이 저지르기 쉬운 '수박 겉핧기'식의 음악적 흉내가 그 깊이를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음악에 대한 질적 수준적 저하로 말미암아 비판이 가해지기도 하지만 니로의 보사노바 음악의 대한 집념에 비해 그 실력에 있어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많다.  

(사진출처 : NILO BLOG ; http://blog.livedoor.jp/koizumi_nilo/) 

브라질의 관습과 역사에 대한 인식과 현지인들과의 생활을 통한 삼바와 보사노바의 정열 속에 인종차별과 박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가슴으로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는 충분히 자격을 갖춘 뮤지션이라고 본다. 물론 이 앨범을 감상하면서 정통 보사노바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거의 없었지만 변형된 음악 즉, 브라질과 아시아의 조합으로 새로운 형태의 음악적 시도가 칭찬해줄 만 하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신곡보다는 우리의 귀에 익숙한 곡들이기에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으며 보사노바의 광팬이라면 귀를 기울이게 되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곡이 무려 다섯 곡이나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비판과 찬사가 공존하겠지만 순수하고 맑은 목소리가 그 매듭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가늠해볼 좋은 기회로 보여진다. 

새롭게 시도되는 보사노바의 형식이 어떻게 비칠지는 모르겠으나 그 모태는 결국 브라질 정통 보사노바이기에 변형되었다 하더라도 그 유전자는 같이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자우림 김윤아의 리메이크로 국내에 잘 알려진 'The Shadow of Your Smile'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어 비교하며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주고 있다. 개인적인 평으로 역시 관록이나 가창력이 돋보이는 김윤아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 이번 앨범을 통한 그녀의 평가는 아직 더 배워야 할 수준이라는 것. 

차후 발매될 앨범은 컴필레이션 정규 앨범이라고 하니 이들 뮤지션들의 다양한 음악에 또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다. 올여름 보사노바가 주는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만끽하자. 

끄트머리 : 니로와의 인터뷰가 인테넷상에 올라와 있다. 니로의 음악과 그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알고 싶다면 클릭해 보심이. 

보사소녀

스웨덴 출신의 5인조 재즈-인스트루멘탈 밴드 젯 셋 스웨 (Jet Set Swe)의 2집 [Goodbye Pluto]! 

 

음악을 감상하고 한동안 멍하고 막연한 추억과 낭만에 잠겼다. 마치 6, 70년대 고모님이 사다 놓은 LP판 속에서 흘러나오는 영화음악과 경음악 같은 이미지가 그렇게 그때로 인도하고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지금 현실에서 펼쳐진다. 

Track 01
01. Lady In Cement (3:40)
02. Spanish Flea (2:58)
03. Barbarella (3:44)
04. Tico Tico (1:29)
05. Sicilian Clan (3:44)
06. The Master (3:14)
07. Novelty Accordion (2:16)
08. A Shot In The Dark (1:57)
09. UFO Main Theme (1:32)
10. Danny’s Dream (4:01)
11. Robbi, Tobbi Und Das Fliewatuut (2:17)
12. Lament For A Planet (1:47)
13. Oxygene (3:46) 

듀란듀란과 엔니오 모레코네, 프랭크 시나트라가 나올법한 이 앨범은 60년대 영화 테마들을 변주하여 리메이크 시킨 작품으로 라틴과 재즈, 삼바리듬과 보사노바로 복고 사운드의 간극을 줄여 청각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들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모두 리얼 타임으로 본인의 악기로 사운드를 연주하여 표현해 내고 있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뮤지션들의 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음악을 경청하며 당연히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연주하고 있다고 예상해 보지만 그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마르틴 페르손(Martin Persson : 해몬드 오르간, 아코디언, 무그), 마티야스 스탈(Mattias Stahl : 비브라폰, 하모니카, 퍼커션), 예르커 에크룬드(Jerker Eklund : 기타), 매츠 데르틴(Mats Deltin : 베이스), 올라 보트젠(Ola Bothzen : 드럼), 이렇게 5인으로 구성된 스웨덴 출신의 밴드는 겨우 3~40대의 나이라고 한다. 이들의 모습을 유튜브(Youtube)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말에 검색하여 눈으로 직접 확인했지만 역시 우리 또래인 걸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이들의 음악 세계에는 그들만의 독특함이 묻어 있다. 단순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재즈의 감성으로 하나하나를 재구현해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리메이크라는 단순 재현을 뛰어넘어 악기와 사운드의 변화를 통해 복고 사운드의 향수를 색다르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 곡인 프랭크 시나트라 주연의 스릴러 '벽 속의 여자' 메인 테마곡인 [Lady in Cement]가 그것으로 바로 향수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음악이 이들의 독특한 매력이다. 

인사동 재즈 클럽에서의 연주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그 무엇인가가 젯 셋 스웨(Jet Set Swe)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과 대중성이다. 지금의 20대가 이 앨범을 듣는다면 아마도 분명히 진부하고 우스꽝스러운 음악이라 치부할 것이 자명한 일이겠지만 지금의 30대 이상의 팬들에게는 향수와 추억이 남아있는 낭만이 있는 음악이기도 하기에 이들의 음악 세계는 극과 극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고 있을 거라고도 생각된다. 

다락 위에 노끈으로 묶인 먼지 쌓인 LP판에서 추억을 더듬는 일을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로만 생각한다면 지극히 위험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들의 음악적 재해석 등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추억의 편린을 끄집어내는 또 한장르의 새로운 고전으로 탄생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들 심장과 악기와 연주에 의해...,  

젯셋스웨

한국과 일본 600명의 시민들이 흥겹게 파도를 타고 보이지 않는 국경을 넘는다. 

 

피스&그린보트 세 번째 이야기다. 2005년 첫 출항 이후 2007년에 일본의 요코하마에서 출발해 하치노혜, 구시로, 캄차카반도와 사할린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부산까지 이어지는 총 2주간의 항해 일지를 담고 있다. 피스(평화)와 그린(녹색)이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는 피스&그린보트는 세계평화와 환경보존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로 피스&그린보트는 일본의 피스보트와 한국의 환경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들이 운영하는 대형 유람선 후지마루호를 이용,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테마 프로그램을 제시하여 배와 기항지에서의 체험 여행을 마련해주고 있다. 40층짜리 건물을 옆으로 눕혀 놓은 크기의 대형 유람선에는 여느 호화 크루즈와는 비교가 될 수 없지만 다양한 공간과 문화,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양국 간의 체험학습과 놀이문화를 통한 서로 간접적인 호흡의 장으로도 사용된다. 

600명을 제어하는 스테프의 인원이 5명뿐이라는 사실이 의아하지만 그들의 노고가 말이 아니게 컸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여행은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와 학생들, 가족, 가수, 교수, 기자, 풍물놀이패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깨를 비비고 핵과 자연, 그리고 역사속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하며 이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교집합 시켜가는 과정으로 국경 없는 만남의 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조심스레 엿볼 수 있다. 

 

특히 젊은 계층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무관심이 날로 증폭되어가는 현실에 있어 이 여행은 그들에게 인식의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해 보며 한, 일 양국 간의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조금이나마 기울이게 되는 계기 또한 기대해 볼 수도 있으리라. 가볍게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여행에 대한 흥분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일본 아오모리 현에 위치한 작은 마을 록카쇼무라의 핵 재처리 공장과 마주하게 된다. 아이러니 한 것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 중 유일하게 일본만 핵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년간 핵폭탄 1,000여 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의 추출. 놀랍기만 하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의 재처리 공장 주변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과 체르노빌 사태에서의 교훈도 잊은 채 지역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지는 자연에 대한 부질없는 도전은 인간이 저지르는 최대의 치명적인 실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의 혹독한 지배와 차별을 겪었던 일본 내 소수민족 아이누.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한국과 흡사한 점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문화와 역사, 고유 언어가 말살되어 가는 과정 속에 가슴속 뜨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들에겐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술, 걸인, 자연. 판단력을 흐리는 술이 없으며, 모든 이들이 음식을 나누기에 궁핍도 존재하지 않는 그래서 걸인도 없고, 그들 삶 자체가 자연이기 때문에 아이누인들의 언어에는 자연이라는 말이 없단다. 

 

러일 전쟁 직후 일본의 자원 개발 목적으로 사할린에 한인들을 강제 이주시켜 노동력을 착취했으며 일본 패망 이후 사할린 한인들의 귀국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철수해 버린 일본과 소련의 노동력 확보를 위해 자행되는 한인 억류정책. 광복 이후 미국과 한국 정부에게 또다시 버림받는 사할린의 한인들을 보며 우리와 미래의 후손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노부부의 귀국만을 허용하는 한국 정부의 일련의 작태는 그들의 가족과 생이별이라는 또 다른 아픔과 상처만 남길 뿐이다. 

이 간접적인 여행 속에는 무거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의 뒤풀이를 담은 두 번째 챕터 '배에서 생긴 일'에선 무겁게 전개되었던 전반부의 이야기를 다소 진정시켜준다. 선상에서의 파티와 각 지역의 여행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들로 거듭나는 이야기, 젊음의 열정으로 꽃피워지는 문화와 토론, 자신의 정체성의 근원인 뿌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저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 여정에 동참한 그들 모두가 저자로 각 소주제의 이야기와 사진은 스테프와 참가자의 글로 메워 나가고 있다. 이것이 여행이다. 피스&그린보트에 승선한 그들 모두가 주인공이며 감독이며 조연이고 스테프였다.  

이 항해는 매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휴가철을 맞이해 가족과 모임단위로 해외로의 여행이 아닌 단순 관광만이 날로 증가세를 보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반면, 어느 한편에선 부모와 자식이 손을 잡고 자연과 내 나라의 역사를 배우는 체험여행 또한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모습에서 나또한 일말의 반성을 하게 된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즐거운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