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기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미국과 일본의 탐방기.
체계적인 쓰기 프로그램의 보유와 법의 제정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읽기를 활성화해가는 두 나라가 다른것을 제외하고 이렇게 부럽긴 처음이다. 글쓰기를 활용한 의사소통 교육을 연구하는 논리적 글쓰기의 전문가답게 자신의 분야를 위해 미국의 글쓰기와 일본 독서운동의 전개를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연구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이 책의 취지가 잘 드러나고 있다.
날로 심화되는 탈 독서 현상과 인터넷상의 넘쳐나는 정보로 말미암은 글쓰기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약화되어 가는 현실에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이 과연 옳은 길을 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외국어의 중요성에 비해 국어의 중요성을 더 가치있게 판단하는 일본은 이바라키 현에 있는 다이고 읍에서 최초로 '독서마을'을 선포하며 독서 장려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영어마을'과 비교가 된다는 점이 그 의문의 중심이다.
비록 좋은 의도에서 출발하였다고는 하나 각 지자체의 과욕이 낳은 적자 덩어리 영어마을은 폐쇄한 곳도 많거나 한낱 촬영을 위한 셋트 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득과 실을 떠난 교육정책의 부재로만 볼 수 있다. 국민의 혈세로 문제의식도 없고 장단기 계획도 무시한 채 불과 몇 개월만에 졸속으로 처리되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교육정책의 안일함에 할 수만 있다면 경고등이라도 달아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는 총 2부로 구성되어 제1부에서는 하버드 대학교의 논증적 글쓰기 강좌(Expos)와 MIT 대학교의 의사소통 집중교육(CI), 미국 대학교 글쓰기 본부의 교육 실태 그리고 미국 공교육 단계인 초, 중, 고의 글쓰기 교육 현황에 대한 취재를 통해 글쓰기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취지와 효과를 공개하고 있으며, 제2부에선 일본의 젊은 층들로 비롯된 독서에 대한 이탈 현상을 극복하고자 '활자문화 부흥운동'의 전개와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아침독서 운동', 이바라키현의 명소가 된 '독서마을'에 대한 소개, 그리고 일본 독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독서의 힘에 대해 자세한 인터뷰와 충고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미국 대학교에서의 글쓰기 프로그램의 강의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아하게 생각되지만 그들의 교육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 학습을 위한 교육이 아닌 한 인격체로 자립하기 위한 평생교육 개념이 무엇보다 강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버드대의 젠교수가 단언하는 내용으로 글쓰기로 인해 생각을 명석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자신의 추측과 주장을 너무 보편화 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반대의견은 없는지 등을 글쓰기 과정에서 검증할 수가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 큰 공감을 한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한다면 윤곽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글쓰기를 하는 이유이다. 또 우리가 오류를 범하기 쉬운 부분으로는 과학자와 기술자는 글쓰기와 거리를 두어도 되는가에 관한 문제로 문과와 이과로 구분된 우리 교육과도 연관되어 있어 큰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역시 이들의 업무 중 35%가 글쓰기와 관련이 있으며 문장력의 부족에서 오는 결과 때문에 뛰어난 연구 업적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일방적인 강의 대신 1:1 정밀 첨삭지도와 토론을 곁들인 세미나식 글쓰기 수업, 초안 쓰기와 고쳐 쓰기의 반복, 읽기자료를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글 쓰는 훈련이 미국 글쓰기 교육의 뿌리이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글쓰기와 첨삭이 그 핵심이다. 무조건 많이 쓴다고 해서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생각하며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젠교수의 말에서 읽기의 중요성도 강조한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일본으로 건너가 보면 활자문화 부흥운동의 일환으로 요미우리에서 시행 중인 활자 크기의 확대된 신문 사진이 눈길을 끈다. '문자이탈현상'이 나타나자 신문의 활자를 키움으로 독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이 일본의 한 단면을 말해준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장년층은 책을 젊은 층은 게임기와 휴대전화, DMB 시청의 모습을 전철 안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일부 교육자들과 시민단체, 일부 정치인들은 자발적인 '아침독서 운동'과 '북 스타트 운동'을 전개함과 동시에 '활자문화 진흥법'을 제정하여 독서교육의 강화를 통한 국가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장기적인 구체안들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독서의 힘이고, 책을 읽지 않고 경제만을 외치면 붕괴될 것이라는 일본인들의 냉철한 시각에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국내 일부 교육계에 경종을 울렸으면 한다. 우리나라 독서 현황은 아이들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가 있다.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독후감과 첨삭지도라는 것은 전무, 읽고 쓰기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이수한 전문가 없이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사고만을 주입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과연 어디인가.
끄트머리 : 읽기와 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교육 관계자, 부모와 교사 그리고 읽기와 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권장한다. 단, 중복된 내용이 다소 많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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