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간 39인의 따스한 가르침.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며 그렇게 아프고 슬펐던 기억은 없었다. 잇따른 비보에 국민의 마음은 비탄과 고통의 충격으로 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으며 당신들의 깊은 뜻을 되새기고자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통해 당신들의 유언을 그렇게 담담히 받아들였나 보다.  

당신들에 대한 기억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 자서전과 살아온 인생의 길이 담긴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보기도 했고 인터넷을 통해 고인의 모습을 찾아 밤을 지새우며 지난날을 회상해보기도 했으며 새로 세워진 비석과 기념비를 보며 이 세상에서는 더는 만나뵐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삵이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말미암아 유언이 주는 교훈이 새삼 깊고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아생전 당신들의 사랑과 신념과 인생은 비록 짧은 유서 속에 남겨 있지만 평생 간직할 수 있는 마음의 재산을 남겨 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의 표하고 싶다. 

유서를 쓴다는 것. 그때의 마음만큼은 진실되고 나를 저만치 아래로 낮추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음이 임박한 순간, 두려움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의 마음 그리고 자신의 삶의 여정을 통해 후대에 교훈이 되는 말을 유언과 유서로 대신해 일러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특별히 유언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이나 좌우명 등을 유언으로 본다고 한다. 

북로그컴퍼니에서 출간한 [바보들의 행복한 유언]은 김수환, 노무현, 유일한, 오드리 헵번, 공병우 등 39인의 유언을 통해 삶의 지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오늘을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자신과 높은 이상을 좇아가는 자신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고 매워 주어 현실을 직시하고 올곧은 자신으로 나아갈 방향에 의미를 부여해준다. 유언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는 점에서 소재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이다.  

 

첫 번째 유언, <바보들의 신념>에는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의 김수환 추기경,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대모로 일컬어지는 브룩 애스터, 정신적인 유산을 남기신 유일한 박사, 숨지기 직전 "난 용서해요. 난 용서해요."라는 유언으로 자신을 죽인 범인을 용서한 수녀 레오넬라 등 12인의 유언이 담겨 있으며.  

두 번째 유언, <바보들의 사랑>에는 내적인 아름다움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오드리 헵번, 시사 코미디의 일인자 김형곤, 일을 사랑했던 희극 천재 찰리 채플린, 세계적인 동양의 무희 최승희 등 역시 12인의 유언이 기록되어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유언, <바보들의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밤새 글을 썼던 시드니 셀던, 헬렌 켈러를 성녀로 키워낸 위대한 스승 앤 설리번, 죽음이 임박해 "나는 먹지 않을 테니 내슈빌 거리에서 힘든 생활을 하는 노숙자들에게 내 식사를 보내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사형수 필립 워크맨 등 총 15인의 유언으로 지혜와 감동을 주고 있다. 

유언과 좌우명이라는 것이 일맥상통한다고 본다면 이 책 역시 잠언집과 같은 책으로도 볼 수가 있다. 기존 발간된 잠언집은 단 한 줄의 좌우명에 간단히 기록된 설명들에서 깊은 여운이 남기도 하지만, 사실 그와 같은 글 속에서 고인에 대한 삶의 여정을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그다지 마음깊이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바보들의 행복한 유언]은 고인의 유언과 함께 살아온 여정이 담겨 있다. 고인의 이름을 익히 알고는 있지만, 그분의 업적과 행적에 대해선 선뜻 답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이 책을 통해 큰 감동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기존 잠언집과 비교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권장할 만한 가슴 따뜻해지는 [바보들의 행복한 유언]은 고인의 인생 여정과 유언, 그리고 평소 삶의 철학을 통해 그동안 등한시 해왔던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교훈을 준다. 이것이 진정한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형성해 주는 도서가 아닐까. 

유언

우리는 어떻게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할 수 있는가. 

 

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에 대한 평가와 비판, 그리고 재해석이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논리로 매우 첨예한 시사문제 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과거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관세 인하와 각종 규제 철폐 등 세계 각국이 자국의 전반적인 산업의 보호를 위해 만들어 놓은 보호 장치와 장애를 폐지해야만 자본과 재화(財貨), 정보가 원활히 유통되고, 곧 이것은 전 세계인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그들 논리의 골자다. 

수많은 학자와 비평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제 금융화, 미국의 과소비로 말미암은 과잉 투자된 설비, 미 패권의 상징인 달러의 기축통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미국발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모기지 은행에서 분산된 부실 채권,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와 금융기관 몰락을 가져오며 실물경제로 급속히 파급되었다. 결국, 패권주의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정책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원인이 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신자유주의 몰락은 이미 예견된 이치였다고 생각된다.  

[신자유주의의 테러리즘]에서는 신자유주의의 극단과 자유민주주의의 체계를 긍정하는 이중성을 노골적으로 파헤친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국내외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사실과 어떻게 하면 제한받고 통제받는 우리의 이 같은 삶을 막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는 저자 '헨리 지루(Henry A. Girous)'는 감사의 글을 통해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인간사랑에서 출간된 [벼랑 위에 선 미국]과 [신자유주의의 테러리즘]은 세인들에게 회자할 가능성이 많은 책이다. 보수와 진보가 확연히 구분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논쟁의 소지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군사주의와 이윤 추구만을 위한 경제 논리, 또한 반박하는 세력은 불법으로 규정하며 권력과 자원의 공유라는 기본 전제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신자유주의 이념은 권위주의를 탈피하지 못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의 이상(理想)을 한층 고취시키기 보다는 편파주의와 반정치로 인한 정치적 부패로 국민을 큰 혼란 상태로 몰아가고 있으며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로 자부하는 주장은 위선에 불과하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커다란 주제에 대한 대응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해결책을 연대로 제시하고 있다. 학생, 노동자, 페미니스트, 교육자, 작가, 환경운동가, 기성세대 그리고 예술가를 포함한 전 세계의 개인과 집단들의 연대이다. 이는 미국에 의해 국내외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로의 회귀를 막고자 결집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미 미국 경제의 몰락으로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예고했지만 적어도 이전과 같은 양상으로 다시 도래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가 향후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분명한 것은 없으나 부시의 후임 오바마 내각의 지지율 하락과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중국의 예를 볼 때 그러하다. 또한, 미국의 눈치 속에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세계 경제를 손아귀에 움켜줬던 단체들보다는 개도국과 신흥경제국을 포함하는 G-20의 약진이 새로운 세계 경제의 질서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 금융위기 조치중 구제 자금을 직원들의 보너스로 유용한 사건에 대한 반감은 신자유주의의 위기를 포괄적으로 시사한다. 

전체주의 체제는 비밀주의에 대한 지나친 의존, 일반 국민에 대한 의도적인 공포의 조장, 외교적 접근이 아닌 군사적 방식을 통한 대외정책의 해결, 맹목적인 애국심의 조장, 인권의 경시, 법치의 위축, 자유언론에 대한 적대감과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체계적인 침해 등을 주된 특징으로 하고 있다....p. 39 (Bob Herbert. "America the Fearful" New York Times - May 15. 2006), p. A25 

미국의 정책과 흡사한 한국. 연계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발견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테러리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비록 신자유주의의 비판과 몰락의 대안으로 지나친 보호주의로 전환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시대적 현실 상황으로 말미암아 프리즘을 투과해 나타난 변종 이데올로기의 재탄생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끄트머리 : 작성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데..., 

테러

고대의 전사 폴른의 부활. 

 

드디어 출간 예정이었던 [트랜스포머 : 로봇내전(War Within) 1, 2]가 발매되었다. 이번 작품은 영화의 이야기와는 별도로 그보다 수백만 년 전 트랜스포머들 간의 내전을 묘사한 작품이다. 

1980년대 일본 완구회사 다카라가 만든 변신로봇의 소재가 영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돌풍을 일으킨 '트랜스포머'가 그래픽 노블로 출간됐다. 이 변신 로봇은 이후 미국으로 수출되어 일본보다는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1984년 미일합작 [트랜스포머 G1]을 시작으로 총 11편의 만화 영화로 제작되었고 만화책은 1987년 마블 코믹스에서 1권이 나온 이후 드림 웨이브, IDW로 회사가 2차례나 바뀌면서도 최근까지 출간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기 발매된 지구와 사이버트론을 배경으로 G1 시리즈의 성공을 거둔 드림웨이브는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지구에서 대립각을 세우기 훨씬 전의 과거 역사를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작품을 구상한다. 이가 바로 [로봇 내전War Within]. 하지만, 드림웨이브의 경영 악화로 IDW로 인수되며 [로봇 내전 1]과 [로봇 내전 2-암흑의 시대]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나 제3부 인[분노의 시대]는 미완의 작품으로 남았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는다. 

  
[로봇 내전 2]의 로봇들은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위트와 유머는 떨어지지만, 인간적으로 묘사된 모습이 마치 사람과도 같이 느껴진다. 1편에서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디셉티콘들의 공격과 새로운 옵티머스 프라임의 탄생,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과의 전투 중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이버트론을 손에 넣기 위한 트랜스포머들의 내전은 한치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2편의 부제와 같은 암흑의 시대로 이어진다. 이 암흑의 시대에 사이버트론의 비밀 고대전사 '폴른'의 부활은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책 소개의 말을 잠깐 빌리자면 2부에 등장한 '폴른'은 영화 속 악역 폴른의 설정에 영향을 준 바로 그 작품이라고 하니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이번 로봇 내전에서 오토봇들은 한없이 나약해 보인다. 아마도 프라임과 메가트론의 파워로 말미암아 상대적으로 작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GI 시리즈와 굳이 비교하자면 이번 새롭게 출간된 로봇 내전편이 훨씬 잘 짜여진 느낌이다. 영화로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내용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어느 정도 구성과 완성도면에서 수작으로 보고 싶다. 

트랜스포머가 지구에 모습을 나타내기 4백만 년 전. 고향 사이버트론에서 벌어진 오토봇과 디셉티콘 사이의 내전. 영화의 내용보다 훨씬 이전의 이야기라는 점에 매력이 있는 그래픽 노블이다. 현재까지 출간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모두 5권, 그중 [로봇 내전 1, 2]가 주는 흥미와 재미는 여타 그래픽 노블보다 소장가치나 스토리면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로봇내전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