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토리 (http://www.bookstory.kr)

◆ 서평단 모집기간 : 2009년 8월 5일 수요일 ~ 2009년 8월 11일 화요일
◆ 모집인원 : 10명
◆ 서평단 발표일 : 2009년 8월 12일 수요일 (북스토리 홈페이지 -> 서평마을 -> 서평단 공지사항 참조)
◆ 서평작성마감일 : 2009년 8월 25일 (책수령후 평균 2주 이내)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호미) /  원철 (저자)
「할喝로 죽이고 방棒으로 살리고」는 선사들의 어록과 일화 가운데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77편을 한데 모아 선불교의 진수를 보여 준다. 무비 큰스님은 이 책을 “선불교의 진면목을 한 자락씩 끄집어내어 시대의 눈으로 보고, 시대의 감각으로 살핀 ‘현대판 선서禪書’다”라고 하였다. 곧, 어렵게 여겨지는 화두를 이 시대의 쉬운 말로 풀어 놓았다.
달마, 혜능, 마조, 백장, 남전, 조주, 위산, 임제, 황벽 등 쟁쟁한 선사들의 날선 법 거량은 촌철살인의 묘로 허를 찌르고, 선사들과 팽팽한 대결을 펼치는 노파나 아주머니 선사지식들(?), 떡장수 여인의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 출가는 하지 않았지만 절집안과 인연을 맺은 소동파, 배휴, 장상영 등과의 일화도 흥미롭다.

지금의 말로 풀어낸 선사들의 일화는 더러는 무협지처럼 박진감이 넘치고, 때로는 저자의 톡톡 뛰는 감성과 글쓰기로 배곱 빠지게 웃기기도 한다. 참선이니 깨달음이니 하는 불교를 잘 모르는 이들이 보아도 쉽고 재미있다.

심오한 통찰과 독창적인 생각거리들로 가득한 소설같은 책. 

 

임상실험과 두뇌의 연구란 말만 들어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이들에게 신경학이라는 세계로 인도하는 근접거리를 알려주는 [사일런트 랜드]. 이 책은 신경심리학자 '폴 브록스'의 임상기록이 담긴 내용으로 기존 이와 같은 종류의 도서와는 근본적인 틀을 달리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아픈 영혼을 한 인격체로 대면하며 치유하는 직업을 가진 임상 학자 '폴 브록스'의 뛰어난 글에서 그의 통찰력과 경이를 경험한다. 

일단 흥미와 재미가 있다. 지루함도 없으며 어려움도 없다. 이 책이 찬사를 받는 이유가 환자를 3인칭 시점이 아닌 1인칭 시점으로 묘사하는 관찰자와 피 관찰자 간의 시점 변환이 그것으로 환자 1인칭 시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이상행동의 증세를 묘사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책이다. 뇌의 손상으로 말미암아 기이하고 고통스러운 행동은 한편으론 가슴 아픈 마음이지만 이러한 간접 체험은 그들을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한 비평가는 프란츠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의 소설 기법인 1인칭 시점의 시도를 일컬어 "아름다운 구상, 아름다운 집필,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책장을 넘기며 비평가의 평은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데 특히 독특한 점은 마치 에세이와도 같은 형식으로 한편의 임상기록들이 영화를 감상하는 착각이 들 정도라는 것. 

추락 때문에 머리의 두개골절과 뇌출혈로 피가 오른쪽 전두엽으로 흘러들어 생명지표가 위험 수치를 넘어섰던, 그리고 여지없이 한쪽 뇌의 일부가 움푹 들어간 마이클, 사흘이 지난 후 소생하지만, 그의 이상행동은 안타깝기만 하다. 육체와 마음이 2원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본 '플라톤'과 물질이 영혼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유물론적 입장에서 바라본 '마르크스' 등의 논리 역시 두뇌와 마음의 치유라는 숙명 과제에는 아무 조력(助力) 이 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가 보다. 

 

역시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거리 인식을 못 하는 소녀의 이야기, 특히 일종의 종양과 같은 항목으로 분류되어 일부에게는 정신과 증상이 동반된다는 '나비형 신경교종'을 앓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이는 남자] 제임스. 심지어 자신의 장기와 혈관은 물론 뼈까지 보이는 환각을 체험하는 1인칭 시점의 제임스와 그의 입장에 선 저자의 미묘한 상황이 매우 흥미롭다. 또한, 자격 있는 외과의사의 도움을 받아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실제 혀를 가른다고 한다.) 데서 쾌감을 얻는다는 '절단 기호증'의 내용을 접하며 다소 충격을 받았다. 

"나는 제임스 문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이는 남자다!" 그가 투명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입김이 투명한 왼쪽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바닷바람이 그것을 휩쓸어갔다. "이게 바로 나라는 존재다!" 그의 생각들은 그의 두뇌 주름 속에서 뛰어오르고 다시 접혀졌다. 레이저처럼 날카로운 그 생각들은 하늘 가득 검은 그림자를 던졌다.p.136 

'유령나무'와 '절반쯤 돌아온 부두교 아이' 그리고 '자꾸만 내가 죽은 사람처럼 느껴져' 등 일단 이 책을 손에 쥐면 놓지 못하게 되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16편이나 있다. 비록 신경 심리학 서적이긴 하나 '월 코후'의 말대로 아름답고 투명한 책이다. 영화의 소재로 쓰여도 될 만한 뇌 관련 신경장애에 걸린 평범한 사람들의 기이한 상황들은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저자 '폴 브록스'는 이 책을 통해 환자들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대상을 관찰, 무엇보다 1인칭 시점으로 환자 입장을 더욱 생생하게 묘사했다는 점이 [사일런트 랜드]의 매력이다. 한편의 공상 소설과도 같은 이 매력으로 말미암아 간과할 수 있는 정신과 질병의 심각성과 그들의 고뇌를 함께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일런트

런던을 즐기는 법, 느끼는 법, 사는 법. 

 

여행에 관한 도서치고는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여타 작가들과 같이 문장과 문체가 발랄한 느낌이 드는 마치 인터넷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학 특기자로 대학(국문학)에 입학하고 졸업도 하기 전에 기자 생활을, 그리고 "보그걸'의 피처 에디터, '페이퍼'의 객원 기자와 런던 통신원 출신답게 글재주가 뛰어나다. 

[런던 프로젝트]는 영국 런던의 문화와 생활, 그리고 여행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런던 기행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이와 같은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지독하게 일에 열중한 나머지 건강에 무리가 오면서 그녀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심, 즉 런던 여행에 20대 청춘을 올인한다. 돌이켜보면 나의 20대 때는 과연 무엇을 하며 지냈고 젊음을 어떻게 소비했는가 하는 물음의 커다란 벽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앞을 가로막는다.  

배낭 여행의 열기가 한창이었던 대학 시절, 모든 여행 계획과 자금 계획, 여행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 현지 지인들의 연락처 등을 3개월에 걸쳐 친구와 준비했지만, 막상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여행이 코앞에 닥치자 막연한 두려움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 것을..., 결국, 배를 타고 일본으로 출발했고 교수님의 친구 분인 '안도' 교수님의 환대와 지극 정성으로 젊은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비행기표를 사고 남은 퇴직금 전 재산과 23kg짜리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떠난 그녀의 런던 여정 길은 그렇게 시작된다.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에서 오는 느낌으로 여행지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특히 같은 동양권 나라의 여행지는 익숙한 분위기를, 유럽과 같은 서양권의 여행지에선 낯설지만, 이국적인 분위기이기에 그녀 역시 런던의 이국적인 매력 속에 푹 빠지지 않았나 싶다. 

'러브 액추얼리'에서 나왔던 히드로 국제공항의 기대를 멋대가리 없고 늙수그레한 스타일에, 상냥하길 하나, 세련되길 하나 라고 표현한다. 런던 중심지 중 한 곳인 옥스퍼드 서커스에서 볼거리와 템즈 강의 남성적이며 시원한 분위기가 살아있는 변모된 '서더크(Southwark)'와 엘리자베스 왕조 시대에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극장인 '셰익스피어 글로브 시어터(Shakespeare's Globe Theater)의 자세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눈길을 끄는 것은 서점 답사. 세계에서 가장 서점이 발달한 도시가 런던이며 이곳의 서점들은 단순히 수적 보다는 질적인 면에서 뛰어나며 책의 성격 역시 특별하다고 한다. 사진을 통한 서점의 모습에서 해리 포터를 연상케 하는 고시대의 서점부터 대형 매장의 공세 속에서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전문서적으로 승부하는 전통 있는 서점까지 한숨에 내딛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밖에 다양한 문화와 풍경, 인터뷰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 주의 낭비 결산'이라는 코너를 통해 그녀가 사들인 잡다하고 소소한 물건을 사진과 함께 싣고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젊을 때 무모하다 싶은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패하면 새롭게 다시 시작하면 된다. 패기와 용기는 젊음의 상징으로 이 시기의 여행은 적극 권장할 만 하다. 여행을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사람과 어깨를 부대끼며 정체성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사이 어느덧 젊음의 성장판은 활짝 열릴 것이다. 젊을 때 떠나자!! 

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