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꿈을 내일의 성공으로 이끄는 장미의 비밀.

 

 

비가 온종일 내리는 오늘 같은 날에는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아껴보려 하루하루 미뤄왔던 책장에 누워있는 [장미의 비밀]을 집어들었다. 아, 정말 끌렸던 책이라고 생각했다. 수천 년간 이어온 예수의 성흔에 감춰진 행복과 성공의 비밀이 담긴 내용이라는 문구에서, 그리고 '말라기'가 예언했던 이 세상의 마지막 교황 '로마인 베드로'를 세상에 알리고 보호해야 한다는 임무를 수행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그러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문체는 소설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텔링의 형식으로 컨설팅 강사에게 교육을 받는 기분이었으나 내용의 초반부 우연과 그 우연이 만들어 낸 기막힌 사연에 책 속으로 빠져드는 긴장과 재미가 그나마 교육받는 기분을 상쇄시켜 주었다. 중반부로 들어서니 좀 이상하다. 역시나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책이다. 추리소설과 자기계발서라는 어울리지 않을듯한 장르를 하나의 범주에 담아낸 책으로 저자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구성과 전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백만장자로부터 받은 이메일 한통과 집필 제안으로 바티칸으로 떠나는 주인공, 그리고 예수의 몸에 난 다섯 성흔을 의미하는 '장미의 비밀'이 책의 제목이 될 거라는 백만장자의 긴박한 이야기 속에서 대단한 사건을 기대해보려 했지만, 그가 말하는 책, 즉 [장미의 비밀] 역시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행복과 성공의 비밀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라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소설로만 보았을 때, 스토리의 전개는 긴장감 넘치는 초반부를 제외하곤 거의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구성 역시 소설로서의 완성도가 미약하고 소재는 좋았으나 그에 비해 극적인 반전과 결말의 허술함에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한 책이다. 다섯 가지 인생의 교훈이 담긴 [장미의 비밀]을 자기계발서로서의 측면으로 본다면 그리 부담없는 구성으로 소설을 통해 자연스레 노출되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고 특히 예수와 플라톤, 갈릴레오, 벤저민 프랭클린, 헨리 포드 등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이 남긴 명언이 인상깊다.

 

소설과 자기계발서가 같이하는 독특한 형식의 자기계발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해버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지만, 자기계발서를 소설에 접목시킨 참신한 발상으로 [장미의 비밀]이 주는 교훈은 독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책이다.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관계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더욱 확산시키고 독재체제와 권위주의적 지배자들의 통제를 과연 무너뜨릴 수 있을까. 이 책은 사회적으로 통념화된 인터넷과 민주주의에 관한 긍정성에 도전하며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 즉 사회적 통념화의 그늘에 숨겨진 위험을 권위주의적 체재에 있는 8개 국가들의 인터넷 이용 실태를 통해 조사하고 분석한 인터넷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관한 이론서이다.  

인간사랑에서 펴낸 [권위주의적 지배와 인터넷, 그리고 민주주의]는 권위주의적 체제에서 인터넷 이용에 따른 체계적인 지역 간 비교연구를 통해 인터넷에 대한 정책 담론과 학문적 논쟁에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본서는 카네기연구재단에서 3년간 수행한 연구 결과를 공동저자인 '산티 칼라틸'과 '테일러 보아스'가 정리한 책으로 정책결정자들, 사회운동가, 그리고 이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실증적 논거를 제시해주고 있다. 객관적인 연구를 위해 4가지의 가정을 두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시민사회, 정치와 국가, 경제, 그리고 국제적 영역의 조사를 통해 각 나라의 인터넷 이용을 검토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1990년대에 이르러 정보화의 시도가 확산되면서 IT 기술이라는 신용어는 한 국가가 지향하는 미래사업으로 발전하기까지도 했다. 이렇듯 IT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비약적으로 늘어감에 따라 우리 현대사에는 혁명이나 정치적 도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도 작용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목격할 수도 있었고 현재에도 이러한 시도는 진행 중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이중 이미 연구되었던 인터넷 이용을 통한 즉, 옛 소련 군부의 기습적인 쿠데타 저지를 위한 옐친의 이메일 사건과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이메일의 이용 등은 배제되어 있다.  

 

8개국 조사와 연구 내용은 비교적 상세하고 중립적이다. 미국의 대쿠바 정책으로 말미암아 연구대상 국가들 중 가장 경제적으로 고립된 쿠바의 공산주의, 권위주의, 그리고 미국의 정책 등이 그러하며 중국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인터넷 이용에 대한 서술 부분이 그러하다. 부시는 중국에 인터넷이 정착될 경우 자유가 확산될 것이라 확언했지만 적어도 내 관점에선 다르게 본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이슈 중에 하나가 될 만큼 위협적이지만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반체제 인사들의 이면에는 일당 체제 중국의 강력한 통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림픽을 전후해서 중국에서 겪은 일로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된 시점에서 PC방의 출입 통제가 그것이다. 외국인의 출입은 금지, 자국민의 출입은 주민증의 제시와 인적사항 기록, 그리고 24시간 공안의 모니터링과 사이트 폐쇄라는 웃지 못 할 헤프닝까지 목격했다. 

8개국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인터넷과 민주화의 섣부른 연계의 경계이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IT 기술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여 장단기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또한 자국의 정치, 경제 등을 위해 인터넷을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에는 국가의 강력한 통제와 억압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마디로 표현해 바로 '양날의 검'이다. 이 책은 권위주의 국가에 인터넷이 연결되었다고 민주화가 이뤄질 것이란 인식은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사람과 권위주의적 국가의 시민들 모두에 해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또한, 인터넷은 단지 수단에 불과한데 마치 인터넷 자체가 곧 민주화로 이어지는 추론에 비판적인 생각을 피력한다. 다만, 권위주의적 국가의 경계에 너머에 있는 국제적 이용자들의 상호 연계는 인터넷 활용을 통해 국민들에 정보를 제공하며 정치적 저항의 촉매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한다.  

정책결정자들을 위해....중략...."인터넷의 (구체적) 이용에 따른 부가 효과가 정권교체와 동일하다."라는 방정식을 고안하려는 시도는 가치 없는 것이며, 이 연구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치인들과 전문가들 모두 인터넷과 민주화를 연결시키는 서투른 견해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p.299 

부시와 북한에 대한 현황의 언급과 그 밖의 소사에서 비록 몇 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편협한 논리의 오류를 명확하게 인식하여 현 상황에서의 심각한 오류 또한 재 정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권위주의적 지배와 인터넷, 그리고 민주주의]는 그동안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해왔던, 즉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확산이라는 '황금빛 시대'만을 예측했던 이론에 실증적인 문제를 제기하여 인식의 변화를 꾀할 권장할 만한 도서이다. 

끄트머리 : 심각한 상태의 오자 발견, '권위주의적 지배'가 본문의 모든 페이지에 '권위주의적 재배'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만화를 통한 일본 컬쳐 여행기. 

 

어디, 어디, 어디에서 나타났나! 황금박쥐~ 어린시절 보아왔던 TV만화 영화가 모두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줄만 알았던 순진했던 어린시절. 타이거 마스크, 마징가 Z, 캔디, 철인 28호, 우주 전함 야마토 등과 같은 일본 만화와 일본의 것을 모방해 만든 태권브이, 마루치 아라치, 똘이장군, 근래에 둘리 등의 국내 만화영화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는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그 역사가 비교적 짧은 국내의 만화시장과 진흥정책에 다소 한계가 있으며 특히 어린이와 교육용 위주로 제작되어 독자층이 얇은 국내 만화는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고르게 제작되는 일본만화에 비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대중문화 중 가장 발달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아니메('아니메'란 애니메이션의 일본식 발음으로 이미 그들에겐 그들만의 단어인 양 통념화 되어 있다.)'는 국제시장을 염두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국민들을 위해 만들어지기에 우리는 일본 만화를 통해 그들의 문화와 역사, 국민성 등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랜덤하후스에서 발간된 [만화 공화국]은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캐릭터를 따라가는 재미있는 컬처 여행기로 일본 상점가와 골목 곳곳에 숨겨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탐색하고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해 조명하는 일종의 문화 여행 에세이다. 만화 평론가인 저자 박인하 교수는 일본 만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장난감을 사면서 일본의 역사에 대해, 문화에 대해, 심지어 지리적 조건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갔다고 한다. 이는 기 언급한 만화와 관련된 사업이 일본의 대중문화 중 가장 발달했다는 것에 기인한다. 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화에서 일본인들의 모습과 문화와 역사를 발견할 수 있기에 저자의 말에 매우 동감한다. 

 

일본 제2의 국화인 벚꽃, 가장 아름답게 만개한 생명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벚꽃이 지는 것은 곧 죽음을 암시하며 이러한 비유와 상징은 일본의 문화를 알 수 있는 부분으로 벚꽃의 만개와 순식간에 낙화하는 모습에서 일본 무사도 정신이나 그들의 민족성을 잘 나타내 준다 하여 왕벚꽃(사쿠라)을 국민의 꽃으로 정한 것이라고 한다. 다카하타 이사오의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에서 오빠 '세이타'가 죽어갈 때 도시의 야경이 빛을 발한 부분을 두고 저자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는 상투적 이미지 중 하나인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도심의 불빛과 죽어가는 생명의 교차는 비장한 일본적 미의식이라 표현한다. [바람의 검심]이 그러하다. 

이 부분을 읽으며 생각해 본다. 사실 2차대전 당시 가미가제 조종사들은 비행기가 급하강하며 떨어지는 모습을 '벚꽃'에 비유되곤 했다. 합방 당시 강제징용되어 태평양 전쟁을 치른 조선 청년들의 모습도 사쿠라로 비춰졌을 것이란 사실에서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마음속에 잠재된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표출되곤 한다.  

일본에는 오타쿠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 있다고 하는데 간사이 지역에선 '덴덴타운'이 도쿄에는 '아키하바라'가 대표적이다. 소개된 곳 중 가보고 싶은 곳이 한군데 있다. 유명 만화 관련 복합매장 '애니메이트'의 덴덴타운에는 건담즈의 오너 죠신이 운영하는 대형 장난감 매장 '슈퍼 키즈랜드'로 어른들을 위한 종합 장난감 상점이 그곳이다. 요즘 가끔 생각나면 하나씩 구입해서 조립하고 있는 건담 로봇 시리즈, 원조는 가격이 비싸 살 엄두도 나지 않지만, 국산도 비교적 정교한 수준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고스트 바둑왕](원제 : 히카루의 바둑)의 만화가 연재되고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서 어린이 바둑교실을 찾는 어린이가 2배로 늘었다고 한다. 이는 침체한 바둑을 부활시킨 만화의 힘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근거이기도 하다. [만화 공화국]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장남감 외에 일본의, 일본다운 테마파크도 발견할 수도 있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헬로 키티로 유명한 산리오 퓨로랜드, 네덜란드와 유럽의 정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하우스텐보스, 라면 테마파크 등 테마파크의 천국으로 불릴 만 하다. 

2006년 일본 교토에 만화 박물관이 설립되었다. 34만 권이라는 방대한 양을 보유한 박물관에는 50년 전 창간된 만화잡지는 물론, 에도시대 때 그려진 일본 최초의 연재만화도 온전히 소장돼 있으며 지난 2000년부터 일본 정부는 만화를 아예 예술의 한 분야로 분류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이것이 만화 강국의 비결이다. 

국가 지원과 투자가 없는 국내와 비교한다면 천지 차이로 또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종사자들에 대한 대우와 소재에 대한 재재, 그리고 국내 현실로 말미암은 제약 등이 양국 간의 수준차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내 만화가 일본 만화에 버금가는 또 인정받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만화 공화국]을 통한 다양한 일본인의 의식과 문화, 역사, 먹거리, 볼거리 등 간접적인 체험이지만 색다른 흥미를 유발시키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