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소통
우리의 폐와도 같은 역할을 해 주는 도심 속의 작은 산들. 그 안에 수많은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만끽하며 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받으며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파헤쳐져 아파트와 인공의 자연 공간을 만든다는 이 현실이 생태계 파괴라는 극약이다.
국내에도 이와 같은 '팩션' 장르의 소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해 준 책 [아웃터넷(Outernet)]. '다빈치 코드'와 '개미'를 벤치마킹하여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아웃터넷]을 통해 과학과 자연이 소통하기를 바란다는 저자는 놀랍게도 현직 차관급 공무원으로 2002년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기획과 운영 실무책임자를 역임하며 인간과 자연, 녹색성장 등에 대한 관심을 뒀다고 한다.
이 책에선 인터넷의 인터(inter)는 사람 간의 연결고리이듯,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해 열려 있는 연결고리를 '아웃터넷(Outernet)'이라고 한다. [아웃터넷]은 크게 식물과 인간의 소통을 매개하는 장치 '플라워텔레스코프(아웃터넛)'를 개발과 유전자 공학의 산물인 신비의 꽃 '튜라플리네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의 초반부의 내용만으론 마치 식물도감과 관련된 소설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살인'이라는 음모가 내재 되어 있어 자연을 이용하여 인간의 탐욕을 채우려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다.
쉬뢰더 박사에 의해 탄생한 신비의 꽃 '튜라플리네스'는 향기에 독성분이 함유된 일종의 독초로 새로운 돌연변이 자연의 창조로 자신의 사랑하는 딸의 목슴을 잃게 되는 대목에서 저자는 자연에 역행하는 처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독자들에게 묵시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녀의 사인을 꽃 개발에 참여한 한국의 과학자들에게 혐의를 두고 있지만, 예지 능력을 가진 야생란의 일종인 '비란코상'에 식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해주는 '플라워텔레스코프(아웃터넛)'를 연결하여 사인과 범인을 밝혀낸다.
한국, 일본, 네덜란드, 미국인의 주 인물과 안면도 국제꽃박람회의 킬러 콘텐츠로 확정되었던 ‘튜라플리네스’와 ‘플라워텔레스코프’의 전시를 주제로 네덜란드와 일본을 오가며 벌어지는 다체로운 이야기의 구성이 볼만하다. 특히 저자의 생태과학에 대한 해박함과 무엇보다 팩션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말미암아 완성도 있는 [아웃터넷]이 빛을 보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 책에 나타난 식물들의 설명과 저자의 글재주,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생각들은 모두 하나같이 차지고 옹골차다. 자연은 우리의 육신이 편히 쉬어갈 안식처이며 삼라만상의 오묘하고 외경하는 위대한 스승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이어가며 많은 교훈을 안겨주며 자연은 우리의 벗이며 스승이며 어머니이기에 인간과 자연이 모두 조화롭게 공존해야만 한다. 저자가 이 소설을 통해 식물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웃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