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로 마시고 귀로 듣는 커피 

 

한잔의 커피를 마신다.~~ 내가 마시는 커피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이다. 그 흔한 커피전문점이라고는 대학시절과 사회생활 초기 잠깐을 제외하곤 거의 가 본 역사가 없을 정도이니 커피에 대해 완전 문외한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어느 해인가부터 그리고 '커피 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의 열풍에 힘입어 급속한 물결을 타고 들어왔던 종류와 향, 그리고 원산지 등이 다양한 커피가 오늘은 대중화되다시피 했으니 나도 이제 상식선에서 공부할 때가 온 것 같다. 

떠돌이별 임의진의 [커피여행]이라는 앨범. 왠지 확 끌린다. 노래도 완전 좋다. 비록 우리가 많이 접해보지 못한 국가들의 노래이지만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도대체 왜 앨범이름을 [커피여행]이라고 했을까. 커피 마실 때 배경음악 삼도록 만든 흔한 종류의 선곡 음반이 아니고 커피를 노래하고, 커피와 면밀히 인연한 세계 전역의 숨겨진 노래들을 찾아 나란히 엮어보고 싶었다는 소개글로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전달된다. 

 

[커피여행]은 월드뮤직 스테디셀러 '여행자의 노래' 선곡자이며 작가, 화가, 음악가이기도 한 만능예술인 임의진이 선곡한 세상의 모든 커피 노래로 아프리카, 북남아메리카, 유럽, 중앙아시아, 러시아 대륙과 인도네시아 자바 섬, 동티모르까지 커피 향과 의미가 스며든 노래들이다. 비록 드물게 들어 본 음률들이지만 분명 우리에겐 이국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곡들이다. 탱고의 분위기와 푸에토리코 음악과 같은 분위기에서 마치 쿠바의 '부에노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이 연상되곤 한다. 

총 17곡 중 Marc Black의 Ooh, I Love My Coffee(오! 내 사랑 커피), Lior이 부른 Bedouin song(베드윈의 노래), Donovan이 존경하는 컨트리 가수에게 바친 새로운 버전의 The Mountain(산의 노래)이 보너스 트랙으로 제공되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특히 앨범 안에 포함된 설명서는 여행을 위한 소책자 같다. 감성적이고 인상적인 사진들과 노래 한 곡 한 곡 정성스레 적혀 있는 설명에서 팬들을 위한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커피여행]을 통한 보기 드문 새로운 여행.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그 커피의 매력 속에 흠뻑 빠져보자. 

커피여행

네 명의 엉뚱 소녀들이 벌이는 수상하고 발칙한 '내 꿈 찾기" 대소동 

 

책장을 덮고 한숨을 돌리니 아득했던 고등학교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청소년기의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학교와 공부에 매달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요즘과는 달리 그래도 마음 한켠엔 작은 여유라도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는 현재는 어떠한가. 유난히 부모의 간섭이 심해지고 사교육과 공교육의 피 튀기는 경쟁 속에서 청소년들이 꿈이라는 것을 꿀 겨를조차 없는 시대로 변한 것이 오늘의 청소년기 학생들의 현실이다. 

사교육과 공교육 사이에서, 부모와 학교 사이에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피동적인 일련의 과정을 겪는 학생들에게 꿈이라는 것이 존재할지 의문이 들지만 [닌자 걸스]를 통해 아직까지 시대가 변해도 '팔랑이는 나뭇잎도 즐거운 우리, 베토벤도 비틀즈도 모두 좋지만'이라는 청소년기의 꿈을 확인할 수 있어 한편으론 안도했다. 더욱이 중 3학년인 딸아이의 아빠로서 꿈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던 바이기에 다행으로 생각했다. 

은비의 꿈 찾기와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 또 평소에 성적만으로 차별을 일삼는 학교에 대해 불만이 많던 친구들은 모란여고 심화반 폐지를 위해 대소동을 벌인다. [닌자 걸스]는 대한민국 여고생들의 현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발랄하고 유쾌한 청소년 성장소설로 청소년기의 '내 꿈 찾기'와 제도권 교육과 학교 내 성적 위주의 평가에 대한 비판을 코믹한 학교 소동으로 풀어나간 현재 여고생들의 목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꼭 와플 같지 않냐?"....중략...."형체가 없었던 반죽이 결국 다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 나오잖아. 학교는 와플 기계고 우리는 와플이야." (p. 149~150) 

친구 소울의 제안으로 가까스로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은비, 합격하기까지의 상황이 참 눈물겹게 재미있다. 은비의 꿈 찾기를 위해 더불어 심화반이 누리는 특권과 그로 말미암아 다른 학생들의 피해와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폐해를 알리고 부적을 만드는 등 부산도 떨어 보지만, 역시 가장 으뜸이 되는 장면은 닌자 거북의 가면을 쓰고 옥상에서의 협박 부분이 하이라이트다. 결국, 심화반의 폐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진정성을 받아들여 꿈의 소중함을 인정하는 어른들의 일련의 모습들을 보며 한 아이의 아빠로서 느끼는 점이 많다. 

어찌 보면 [닌자 걸스]에서 보았던 학생들이 바로 우리 아이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그들의 일상사를 관심 있게 지켜본 것도 사실이다. 이젠 여드름 난 사춘기 소녀들의 미래에 대한 꿈이 부모와 교육이라는 덫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며 어른들은 그들의 '꿈 찾기'에 보다 믿음 있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닌자걸스

음악 평론가들이 선곡한 희로애락과 사랑을 노래한 명곡 300 Vol. 1 

 

대단한 앨범이다. 서양 고전 음악인 클래식 300곡 중 기쁨을 주제로 한 Vol. 1의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된 60곡. 아마도 국내에서 이와 같은 시리즈의 발매를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도 음악 평론가들이 선곡하고 연주자와 오케스트라까지 엄선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클래식은 두려움과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이는 지금까지 늘 우리와 함께해 왔다. 길거리에서 혹은 쇼핑몰에서 아니면 CF나 학창시절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음악 소리에서. 이렇듯 조금만 주위에 관심을 두고 귀를 기울인다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음악이 클래식이다. [당신의 기쁨을 위한 클래식]에는 멘델스존, 브람스, 비발디, 모짜르트 등 유명 음악가에 의해 만들어진 사계, 세빌랴의 이발사, 헝가리 무곡, 캐논 등의 우리에게 다소 친숙한 곡들이 총 5장의 CD로 구성되어 청각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MUSIC ZOO에서 발매한 클래식 명곡 300시리즈는 기쁨을 노래한 [당신의 기쁨을 위한 클래식]외에 화를 다스리는, 슬픔을 위한, 행복을 위한 사랑을 위한 이라는 저마다 색다른 주제로 제시되어 있어 자신의 기분에 따라 골라 듣는 재미도 마련해 준다. 더욱이 각 주제마다 5장의 CD로 구성되어 있고 친절하게도 음악 한 곡 한 곡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게나마 나열되어 있어 초심자나 입문자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여러 음악가가 마치 대형 콘서트에서 저마다의 음악을 뽐내고 있는 것 같은 이번 앨범은 켐필레이션(COMPILATION)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특히 눈여겨볼 사실은 기존 편집 앨범과는 달리 5장의 CD 전곡을 디지털 뉴 리마스터링하여 최상의 음질을 구현했다는 사실이다. 대단히 신경 쓴 부분이 여기저기 엿보인다. 

그동안 클래식 앨범은 누구나 한 번씩은 당해 봤을 고가의 방문 판매로 구입하여, 혹은 지인의 선물 등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방문 판매를 통해 구입한 앨범들이 음질 면에서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음을 고려해본다면 [클래식 명곡 300] 시리즈는 이 방면에 문외한이라 선뜻 고르지 못했던 나에겐 매우 훌륭한 앨범이다. 이 같이 '희로애락을 주제로 구성된 매력적인 클래식 명곡이 담긴 앨범은 클래식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 처음 클래식에 입문하는 청소년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귀에 익은 고전 명곡을 [당신의 기쁨을 위한 클래식]의 콘서트에서 즐겁고 편안하게 감상해볼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해보자.  

 

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