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자연 선택의 힘. 

 

지금은 어떻게 배우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해선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당하여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다윈의 진화론, 종의 기원, 갈라파고스 군도의 이구아나 등의 암기식 교육이었다 보니 대학에서 생물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성인이 되어서 단편적이고 기초적인 지식만이 남아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생물학만 보더라도 지금은 여러 종류의 학문으로 파생되어 알게 모르게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며 인류의 변화에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한 [진화의 미스터리]는 ’사이언스 마스터스’의 시리즈 중 17권째의 도서로 다원의 이론을 절대적으로 추총 하는 저자 ’조지 윌리엄스’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생명이야기 편이다. 1859년 20여 년에 걸친 관찰로 [종의 기원]에서 발표한 진화론의 핵심은 모든 생물종이 불변의 법칙이 아니라 살아나고 없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생물집단의 다양한 개체들은 경쟁력의 유무에 따라 도태와 진화가 이루어지며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이를 ’자연선택’이라 부른다. 

진화론에 근거한 이론은 생물종이 신에 의해 설계되고 창조되었다는 기존 설계론과 창조론에 정면 대응하는 이론으로 종교적 논란이 컸었던 일대 사건이었다. [진화의 미스터리]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이론을 많은 예제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종은 변한다.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동안 스스로 변화, 탄생, 그리고 멸종한다는 다윈주의가 이 책의 핵심이다. 

 

달이 지구를 위해 존재한다는 가정과 연필을 빗댄 설계론의 비판 등이 흥미롭다. 원래 이 책의 원제는 [주둥치의 발광]이었다고 한다. 이는 주둥치라는 물고기 복부표면을 따라 어렴풋이 나는 빛을 들고 있는데, 이 빛은 물 위에서 내리쬐는 햇볕으로 인해 생기는 주둥치의 윤곽을 사라지게 하여 주둥치보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포식자로부터 주둥치를 보호해 주는 감탄스러울 만큼 정교하게 진화한 보조물의 자연적응, 즉 자연선택의 작용을 통해 진화의 이론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자연에는 목적과 계획이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보인다. 

이러한 자연선택과 적응주의를 신체의 일부인 귀와 송곳니, 개체군의 번식 등을 예로 설명되어 있다. 또한, 현대 인류의 진화가 사회적, 의학적, 철학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간의 성과 번식, 노화와 그 외 결함들, 적용주의의 의학적 의미, 그리고 적용주의의 철학적 의미를 통해 인간 생활에 있어 진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 역설하고 있다. 

이름도 모르는 생물종들이 환경 파괴로 지구 상에서 급속한 속도로 멸종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매체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인간은 새로운 종의 발견과 진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일생을 바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이처럼 인간의 손에 의해 귀중한 종들이 사라지고 있다. 분명 인류는 이러한 생물종들에 대한 진화의 정보를 분석하고 고찰하며 아울러 이를 보존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진화의 미스터리]를 통해 자연선택의 의미와 적응주의에 대해, 그리고 진화에 대해 균형된 시각을 넓혀준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끄트머리 : 많은 이론의 설명에서 좀 어려운 면도 있으나 책 속에 제시된  많은 예제들로 말미암아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본적인 생물학과 진화론에 관심 있으신 분들께 추천 드린다. 

진화

멋진 페니스와 발기부전에 얽힌 헛소문과 진실 

 

책 소포를 받고 이렇게 당황해 본 적이 없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서재 책상 한가운데 떡 하니 놓여 있는 [페니스 건강학]. 제목도 민망하고 더군다나 딸 아이가 볼까 싶어 어디에 모셔둘지 고르던 차, 아내가 내게 말한다. " 걱정 붙들어 매셔, 당신 딸아이 조숙해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헉 어찌 내 마음을 그렇게 꿰뚫어 보고 있을까 싶어 딸아이의 얼굴을 보니 내 얼굴이 붉어졌다. 딸아이 왈 "내가 대충 훑어 보니까 내용 좋구먼. 아빠가 관심 있게 봐야 할 내용이네요." 뜨압!! 

어쨌든 민망한 제목의 [페니스 건강학]은 남성 건강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좋을 페니스에 관련한 이해하기 쉬운 안내서라고 보면 딱 맞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내 몸에 대한 무지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 그동안 뭘 배웠나 싶기도 했으며 이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와 요즘 회자되고 있는 전립선과 각종 질병 등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남성호르몬과 노년기 남자의 성생활 등의 언급에 대하여도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에서도 그러했다.  

생각해보니, 특별히 배운 성교육에 대한 지식이라곤 초등학교 시간 슬라이드를 보며 1시간 지도를 받던 일, 그리고 중고등학교 통틀어 3시간 남짓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남녀 모두가 자신의 몸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이었고 누구나 속닥이며 쉬쉬하던 시기였기에 그 영향이 아직까지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먼저 꺼내기를 꺼리던 빨간색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것들이 이제는 만천하에 공개되어 초등학생도 줄줄 꿰차고 있을 정도로 초록색을 띠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선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던 것들이 이제는 국내에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거침없이, 뻔뻔스러울 정도로 대담하게 집필된 [페니스 건강학]은 비뇨기과 상담 시간을 통해서 얻은 자신들의 무지함에서 부끄러움이나 불안감을 잠재우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 줄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 페니스의 사이즈에 얽힌 신화, 크기에 대한 고민, 포경수술이 필요한 때, 페니스가 꼿꼿해지는 이유 등과, 발기 장애와 약품, 고환의 역할과 암, 전립선,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 노년기의 성생활과 심장 질환, 94세에도 아버지가 될 수 있는 비결 등 페니스와 관련한 모든 것을 각종 실험과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멋진 페니스와 발기부전에 얽힌 헛소문에서도 그렇고 남자의 생식능력에 가장 중요한 음낭과 고환에 대해서도 그리고 전립선에 대하여도 모두 ’무지.’ 그 자체다. 알고 있지만..., 이런 얘기가 안 통한다.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무지나 부끄러움, 공포심으로 병이 상당 악화되었음에도 발병 후 수개월이나 수년이 지난 다음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아울러 문제 발생 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수이며 정기적인 검진의 방법도 제시한다.  

온갖 속설이 난무하는 페니스의 세계, 무엇보다 잘못된 속설과 헛소문의 진실을 아는 것이 남성 건강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열음사에서 발간한 [페니스 건강학]은 남성이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이고 한번은 읽어줘야 할 남성 건강에 관한 책으로 20대에서 7, 80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움과 조언을 줄 것이다. 이상한 책은 빨간 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자신의 남성 건강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떨쳐 버리자. 아내와 같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페니스

손에 묻어나는 블루스의 강렬한 감수성 

 

블루스는 탄생된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19세기 노예해방이 이뤄졌지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흑인들의 비참한 생활환경, 슬픔, 고뇌, 절망감 등이 그 이면에 깔려있다. 인간성이 무참히 밟혔던 노예제도때와 비해 어느 정도의 생활을 인정받게 되면서 흑인들의 솔직한 감정이 블루스에 담겨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한'과도 같은 것이며 블루스는 그들이 그리워하는 아프리카의 음악적 요소가 밑바탕을 이룬다.  

코리아 하우스에서 출간된 그래픽노블 [블루스맨]은 주인공 '렘'과 그의 파트너 '아이언우드'가 미국 전역을 떠돌며 곡을 연주하는 '블루스맨'의 이야기로 각종 차별과 살인 누명까지 받으며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꿋꿋하게 걸어가는 고단한 삶을 그리고 있다. 이는 초반에 언급했던 블루스 음악의 탄생 배경의 이면에 깔린 그것과 일치한다. 블루스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자적인 3행시 형식의 가사에 의한 12마디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블루스맨] 역시 총 4개의 장으로 각 장은 3개의 섹션으로 나뉘며 전통적인 12마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잠잘 곳이 없어 남의 집 마구간에서 자며 떠돌이 생활을 하는 주인공, 시골의 술집에서 연주하던 중 도시의 음반 제작자에게 제의를 받고 기쁨에 쌓인 주인공은 술집에서 만난 여인을 따라간 오두막에서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며 도망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된다. 이는 그 당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음에도 계속되는 인종차별과 흑인들의 비참한 생활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저자가 의도한 바를 표출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보안관에 체포되어 살인 누명을 벗게되지만 사고로...,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이 책은 작가가 흑인과 백인이라는 극명적인 대조를 위한 의도된 것인지는 몰라도 흑색과 흰색의 색채로만 만들어졌다. 분위기 역시 암울하며 우울하다. 이는 블루스라는 음악의 역사와도 같은 것으로 저자는 이를 통해 완벽한 작품의 귀결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내용 면에서 영화와 같은 스토리로 감동적인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내는 과정의 성숙함도 보인다. 

그래픽노블에서 공통으로 느껴지는 것은 원본에 비해 약간 어색하다는 것이다. 바로 글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인데 원본은 직접 수기로 작성하는 반면, 국내에 보급될 때에는 획일화된 컴퓨터 글자체로 변환되어 발간된다는 점에서 그림과 글의 완벽한 조화가 다소 떨어져 보인다. 바로 이점이 그래픽노블을 소장하는 사람들에겐 심기를 건드리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닌가 한다. 

한때 전도사였던 주인공에게 남은 오직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블루스 음악'만이 신이고 종교이다. [블루스맨]은 니콜라스케이지의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 속에서 들을 수 없었던 블루스의 선율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영화 역시 관심을 갖고 기대해 본다.  

블루스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