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연구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선 괴짜 사회학자의 세상탐구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비정규직 1,000만의 생존권에 대한 문제,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장악 논란, 고물가와 고실업, 서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 등 힘없고 가난한 자들에게 큰 고통으로 내몰리게 하는 것들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즉, 우리는 상실과 위기의 시대에 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회 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를 통한 정책 입안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김영사에서 발간된 [괴짜 사회학]은 이러한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사회학에 대한 소명의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라는 우리의 옛 속담은 천재 사회학자 '수이르 벤카테시'의 특별한 연구를 염두해 둔 말과도 같다. 사회가 방치한 가난과 빈곤의 진실을 연구하기 위해 갱조직과 10여 년을 같이 생활하며 사회학자들이 빈민들을 인식하는 관점에 커다란 괴리가 있음을 발견한다. 비록 대학원 1년차의 학생 신분이지만 마약상, 코카인 중독자, 무단 입주자, 매춘부, 포주, 사회운동가, 경찰, 주민 대표, 공무원들과 어울리지만,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관계와 지하경제의 세계, 갱단의 비밀장부 입수, 소외 계층의 참모습을 체험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연구실에 틀어박혀 온갖 논문들과 설문지 등을 쌓아놓고 몰두하는 그릇되고 피동적인 연구의 산물은 정책 입안자들의 보고서로 활용되기도 하며 참고용 자료로도 이용된다는 점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확연한 오류가 있음에도 이러한 연구의 산물은 새로운 정책으로 반영되어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가져오기도 한다.

 

 

선진국이자 경제 부유국인 미국도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더라. 세계 유수의 학자들과 석학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도 재개발로 말미암은 이주자에 대한 대책은 답답하기만 하다. 시카고는 저자가 갱 조직과의 만남이 시작된 흑인 빈민층 거주 지역인 공영 주택단지를 철거하고 타운하우스를 건설하는 도심재개발을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시카고시의 이주 정책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인종과 빈민에 대한 차별이 가져오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것으로만 보여진다. 왜 국가 대신 갱 조직이 가난한 이들을 보호하는가. 전기를 훔쳐 아파트에 공급해주는 갱들이 마약판매의 거점을 사수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되어도 빈민들은 최소한 갱 조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상황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는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로 살아가는 소외계층의 반복된 삶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빈곤 문제를 전문가들이 더 나은 공공 정책 수립을 위해 벌이는 실태조사를 위해 갱들과 10년을 생활한 '수디르 벤카테시'와 같은 진정한 사회학자가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 전문가들이 펼치는 탁상공론[卓上空論]은 이미 우리도 체감한 양극화의 현상을 가져온다. 수출－내수 양극화와 기업간 양극화, 산업간 양극화, 그리고 우리가 가장 실감하는 고용 및 소득 양극화 등. 경제성장과 서민들의 삶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경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계속해 왔고 기업들의 순이익은 수배로 늘었으나, 서민들과 빈곤층의 삶의 질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성장에 따른 부가 일부 계층에게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가. 일부 지각없는 전문가들에 의한 정책 수립은 약자를 더욱 고립시키는 되풀이 되는 사회적 문제를 유발한다. 19~20세 초 WHO조차도 열악한 노동환경, 주거환경, 그리고 빈곤의 문제를 핵심적인 아젠다로 간주할 정도였다. 전문적인 이론으로 중무장한 지식인들은 이와 같은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하여 깊은 통찰과 더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학 통계와 처방이 과연 진짜인지, 그리고 사회가 방치한 가난과 빈곤의 실체를 [괴짜 사회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괴짜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의 용기와 열정에 갈채를 보낸다.

 

괴짜사회학

라온제나 : [옛] '즐거운 나' 라는 순우리말 입니다.

 

 

2005년 1집 앨범 '愛pisode' 으로 데뷔하여 2008년 KBS 국악대상 연주팀 부문 상을 수상한 퓨전 국악 그룹 '놀이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3집 타이틀인 [라온제나]는 순 우리말로 '기쁜 우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동양과 서양의 어우러짐의 한 판이 이 앨범 한 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동안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국악의 대중화와 현대화의 요구에 대해 어필할 수 있는 퓨전 국악 그룹 '놀이터'는 황영자, 하가영, 전지현, 김혜진, 이렇게 4명의 맴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3집에서도 그들의 '끼'를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다.

 

PONY CANYON에서 발매한 놀이터 3집 앨범의 가장 큰 주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는 한글과 동서양 아우르는 음악과의 만남을 통해, 놀이터가 표현하고픈 의미 있는 우리글을 선정하여 이를 음악적 표현으로 극대화 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즉, 기억 속에서 잊히거나 사라져가는 우리말들을 음악과 접목시켜 우리와 가까이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한 앨범이 [Noriter 3 라온제나]이다.

 

 

CD 1 
1. 어느 멋진 휴가                    2.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3. 아낌없이 주는 나무                4. 눈바래기사랑-하나 (노래:말로)
5. Tonight                           6. 별똥별
7. Meditation                        8. 행복한 어린 왕자
9. 눈바래기 사랑 - 둘               10. 함박웃음으로 걷다.뛰다.그리고 ...
11. The lonely Goatherd

 

특히 4번째 트랙의 '눈바래기사랑(사랑하는 사람을 눈으로 배웅하다.) - 하나 (노래: 말로)'는 고려가요 '가시리'를 바탕으로 재즈 보컬 말로의 애절한 목소리와 현이 만나 슬픈 이별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두 번째 트랙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올드팝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를 국악을 통해 흥겹고 경쾌하게 끌어내고 있다. 또한, 일곱번째 트랙의 일본 뉴에이지 음악 유키 구라모토의 '메디테이션'을 국악으로 편곡하여 색다른 느낌의 재미를 주고 있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놀이터의 매력에 쏙 빠져든다. 드럼, 기타, 피아노, 오케스트라 등이 국악과 사물놀이와 만나 서로의 재주를 시샘하듯 주고받는 악기 놀이가 일품이다. 오늘 서울 남산 국악당에서 공연을 하는 놀이터는 현장에서 3집 앨범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고 영상과 음악의 접목이라는 또 하나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한다.

국악을 알리고 현대화시키기 위한 놀이터의 모습에서 끊임없는 열정과 힘찬 질주만 보일 뿐이다. 쉼 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끝없는 여정은 훗날 국악계에 좋은 귀감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놀이터의 롱런을 기대하며...,

 

놀이터

스웨덴의 작고 아름다운 어촌 피엘바카, 지금 그곳에서 차가운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추리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 이번 달에 3~4권의 소설을 읽었다. 대부분이 남성 작가이다 보니 직선적이고 선이 굵직하며 또한 강력한 이야기에 끔찍하고 잔인한 면이 두드러지게 많았고 스피디한 전개와 반전에 매력을 느꼈다. 살림 출판사에서 발간한 [얼음공주]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일반적인 소설과도 흡사한 나름대로 재미가 느낄 수 있다. 초반부터 나오는 살인사건, 기대 이상으로 전개가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느림의 미학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얼음공주]는 스웨덴 어촌 마을 피엘바카에서 얼어붙은 시체로 발견된 '알렉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20여 년전 친구였던 작가 '에리카'와 형사 '파트리카'가 살인사건의 음모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소설은 마치 드라마를 보듯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과 비밀과 미궁이라는 요소,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차세대 '애거서 크리스티'라 불리는 스웨덴 출신인 저자 '카밀라 레크베리'는 별명답게 '애거서'의 추리소설과도 같은 전개를 희미하게나마 보여주고 있지만, 수준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

 

 

욕조 주변에 묻어 있는 빨간색 피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에리카는 잠시 그 대비가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곧 실제로 사람이 욕조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 15

 

유럽과 동양의 정서가 다른지는 몰라도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공포감과 서릿발 같은 모양새 없이 비교적 담담하게 사건을 풀어가고 있지만, 여성 작가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함과 인물들에 대한 심리묘사는 돋보인다. 특히 [얼음공주]를 접해보면 알겠지만 남성스러움 보다는 다소 여성스러움이 느껴지는 책으로 등장인물의 소소한 일상 생활사를 통해 주제를 좀 더 명확히 처리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보인다.

 

로맨틱과 유머, 자잘한 이야기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층의 독자에게 인기를 얻을 책으로 기존의 추리 소설로만 기대했던 분들에겐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첫 도입부에 시작된 얼음공주처럼 얼어붙은 시체의 살인이라는 굵직한 사건과는 달리 이후부터 전개되는 스토리는 '어라?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재미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기대했던 추리소설과는 동떨어진 일반적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얼음공주]는 작가의 섬세한 필체와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강력한 추리소설을 원하던 독자에겐 '비추'다. 

 

얼음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