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의 신화를 한꺼풀 한꺼풀 벗겨 내다!
공안(公案), 화두(話頭), 간화선(看話禪)..., 등등 도대체 알 수 없는 단어의 의미는 무엇일까? 또 이 책의 제목인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라는 뜻도 그렇고. 불가의 세계를 깊이 공부하지 못한 나로서는 매우 애매한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무늬만 불자인 나에게 불가의 세계는 외형적이고 단편적인 사찰의 관람과 달마, 성철 스님 등 누구나 다 아는 얄팍한 지식이기에 그럴 것이고 성당, 교회도 뻔질나게 드나들었으니 알 턱이 있을 리가 만무(萬無)하다.
그럼 화두(話頭)는 무엇인가. 선종(禪宗)에서는 이를 공안(公案)이라고 한다. 선가에서 예로부터 조사(祖師)들이 정한 설(說)·언구(言句)·문답 등 불조(佛祖)와 인연이 된 종강(宗綱)을 수록하여 공안이라 하고, 이를 선(禪)의 과제로 삼아 인연화두(因緣話頭)라고 한다. 간화선(看話禪)은 이 화두를 참구하여 오경(悟境)에 이르는 참선법이라 문화원형 백과사전에 기록되어 있다. 역시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한자가 빠지면 결코 알 수도 없거니와 설령 한자로 기록되었더라도 오묘하고 심오한 선자들의 대화를 어찌 우매한 일개 시민인 내가 이해하겠는가.
즉, 사제간의 문답(화두)에 따라 수행을 하면 꼭 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선종의 1,700개 공안은 이미 법칙화되어 그 시대에는 일상적인 생명력 그 자체였다고 한다. 저자 원철 스님은 그 공안이 다시 생명력을 가지려면 지금 세상에도 새로운 화두가 계속 만들어져 우리나라 토종의 창조적인 공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설파한다. 선종사에 있어 화두 즉, 신화 같은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오늘에 되살려 내기 위함이 이 책의 집필 동기이다.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는 말 그대로 선종에 있어 신화 같은 이야기로 고전이라 볼 수도 있겠다. 다만, 과거 조사(祖師)들의 어려운 문답을 원철 스님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현대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나갔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선종에서 가장 유명한 이 화두(공안)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구절이지만 그 이면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침묵으로 일관된 달마에겐 이유가 있었다. 앞니가 빠져 보기 싫은데다 서역인의 모습이라 사람들의 눈총이 싫었고, 이 닦는 것도 잊은 채 늘 벽만 바라보고 있어 이빨에 곰팡이가 필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라는 화두에 "앞니에 털이 돋았다."라는 조주의 동문서답과도 같은 대답이 모두 깨달음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미 [간화선]이라는 수행 지침서를 조계종과 전국선원수좌회가 공동으로 출간하여 커다란 호응을 받았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평가라고 한다. 이에 현재에도 초심자와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2차 대중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귀족적인 간화선, 독재화된 간화선, 국수주위 간화선도 있다는 말이 되는데...," 이는 새로 출간될 간화선의 제목을 두고 스님들이 주고받은 농담 중에 한 부분이다. 비록 농담이긴 하나 이것이 간화선이 갖고 있는 위기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의 제목은 '임제할 덕산방(臨濟喝 德山棒)', 선사 임제의 할(고함)과 덕산의 방(몽둥이)에서 따왔으며 큰소리로 꾸짖는 고함 등을 의미하는 '할'과 몽둥이로 팬다는 의미의 '방'은 제자의 훈육 수단이라고 한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옛 역사 속 화두에는 조사들의 현실적 고민과 더불어 인간미가 물씬 배어 있다. 오늘날의 현실과 감각에 맞춰 재해석된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를 통한 선인들과 만남, 그분들의 깨우침에서 지혜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끄트머리 : 부처님 믿으라는 얘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고전이라 생각하면 딱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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