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진수 

 

소위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피아노 연주 잘하는 사람'은 대다수 만인의 로망이다. 어려서 배운 피아노를 중학교 들어서 내치고 성인이 된 후 연애하던 시절 막상 다시 손에 쥐고 보니, 까마득한 고리고적에 배웠던 것이라 손도 못 대겠더라. 어느 드라마에서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되나요?"를 박신양이 피아노를 치며 부르던 장면만으로도 피아노 학원이 장사진을 쳤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맘만 먹으면 배울 수 있는 피아노, 취미로라도 계속 지속했더라면 하는 후회만 남을 뿐. 

클래식과 뉴에이지를 통한 피아노 연주는 확연한 장르의 구분이 있지만 듣고만 있어도 쉽게 동화되는 이치는 아직 '미련'이라는 요놈 때문에 비롯된다. 오랜만에 듣는 피아노 연주, 바로 치하루 아이자와 (Chiharu Aizawa)의 피아노 솔로작 Elegia(엘레지아)라는 앨범은 또 한 번 감동의 도가니를 선사한다. 피아니스트 치하루 아이자와 (Chiharu Aizawa)는 구소련 출신이자 2005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고인이 된 세계의 명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Lazar Berman)', 리스트에 심취했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주를 해왔던 러시아의 전설인 그를 만나 러시아 전통 피아노 연주법과 음악적 아이디어를 갖추며 인생 최대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DISK 01
01. Rachmaninoff: Elegie in e-flat minor, Op.3－1 from Morceaux de fantaisie
02. Prokofieff: Piano Sonata No.3 in a minor, Op.28 'in an old note in 1917'
03. Rachmaninoff: Etudex-Tableaux, Op.39 No.1 in c minor : Allegro agitato
04. Rachmaninoff: Etudex-Tableaux, Op.39 No.2 in a minor：Lento assai
05. Rachmaninoff: Etudex-Tableaux, Op.39 No.8 in d minor：Allegro moderato
06. Rachmaninoff: Etudex-Tableaux, Op.39 No.9 in D Major：Allegro moderato Tempo di Marcia
07. Scriabin: Fantasy in b minor, Op.28
08. Shostakovich: Prelude & Fuga No.24 in d minor, Op.87  

 

이탈리아 '발 티도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치하루 아이자와 (Chiharu Aizawa)는 역시 거장 베르만을 사사하고 정통 클래식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뉴에이지, 재즈 및 크로스오버 작, 편곡 연주로도 정평이 나있는 국내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아내이기도 하다. 또한,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그의 아내 치하루 아이자와, 바이올리니스트 박종훈의 동생인 박치상과 그의 아내 박미선 두 부부 듀오의 연주가 2007년 춘천에서 개최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번 앨범 Elegia(엘레지아)는 유명한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스크리아빈, 쇼스타코비치의 러시아 피아노 곡을 연주한 앨범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그러나 아름다움과 음색, 그리고 구성을 유지하는 매력적인 연주를 발산하고 있다. 특히 3번 트랙 03. Rachmaninoff: Etudex-Tableaux, Op.39 No.1 in c minor : Allegro agitato에서 보여준 정교함과 세련됨이 그대로 연계되어 모든 연주에 확연하게 배어있는 느낌은 선뜻 가시지 않는 여운까지 남겨준다.  

이제 가을이 어느덧 성큼 다가왔다. 책을 읽기에도 좋은 계절이거니와 더불어 음악 감상하기에도 그만인 계절로, 그동안 처절하게 경쟁으로 치달았던 사회와 학교에서 벗어나 음악이라는 골고른 양분을 통해 한숨 돌이킬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엘레지아

꽃 같은 열정과 신비한 관능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Klimt, Gustav)' 

 

마로니에북스에서 출간된 Art Book 시리즈는 '호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언제나 방대한 미술 역사와 다수의 작품 감상에 매우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유디트'와 '베토벤 프리즈' 등 200여 점이 예술의 전당에서 4개월간 전시되었으며 국내 많은 예술 팬들의 호응 속에 막을 내렸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전시회라 티켓도 예매했지만 급작스런 약속으로 관람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나마 이번 '아트북'을 통해 그를 만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1862년 7월 14일 빈의 외곽마을에서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수공업자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예술방면에 소질을 보였던 클림트는 14세가 되던 해 미술공예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며 두각을 나타낸다. 학업을 마친 후 하층 계급 출신의 클림트는 1883년 벽화 전문 화실을 운영하며 그의 초기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빈 시립극장과 미술사 박물관의 계단에 그린 벽화들을 통해 19세기 후반의 전형적인 아카데미 회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후 자신의 고유 양식을 터득한 클림트는 전통적인 미술에 대항하여 반(反) 아카데미즘 운동을 일으키며 이를 옹호하는 화가들의 단체인 '빈 분리파'를 1897년 결성하기에 이른다. 

 

빈 아르누보 운동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미술가 중 하나였던 클림트는 상류층 부인들을 대상으로 한 초상화와 누다 베리타스 등 관능적인 여성의 육체를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당시의 사회는 선정적인 표현과 염세주의로 큰 반감을 일으키며 비난을 받기도 한 작품들이 대다수다. 1차 대전의 소용돌이로 합스부르크 제국이 사라졌고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비극 속에서도 그는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달관한 그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뇌졸중으로 말미암은 반신불수, 다시 이어지는 독감과 합병증으로 숨을 거두며 마지막 순간까지 관능적인 미와 장식의 세계를 탐닉한 '구스타프 클림트(Klimt, Gustav).' 힐책과 비난, 역사가 흐르고서 현재 그에 대한 예술인들의 평가는 '찬사'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마로니에북스에서 출간된 Art Book 시리즈는 매우 흥미롭고 관심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 특징을 살펴보자면 첫 번째 300여 점의 원색 도판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한 예술가의 조명에서 가장 필요한 작품을 책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는 특징이며 두 번째는 예술가의 삶과 예술 그리고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책의 전체 맥락 속에 자세히 설명되고 있어 시대상의 역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예술가의 삶 속에 관련 깊은 명작들을 노출함으로써 미술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도 부담없이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클림트

절제된 음량의 보사노바 

 

보사노바라는 음악 장르가 생긴지도 이제 40년이 흘러 작년이 탄생 50주년이라고 한다. 그동안 보사노바가 많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나 이 조류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바덴 포얼, 짐보 트리오, 조빔, 스탠 게츠, 허비 만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불모지와도 같았던 일본에서도 이제 하나둘씩 보사노바 뮤지션의 활약이 도드라진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는 보사노바의 매력은 아마도 재즈에 익숙해진 탓이기도 하지만 브라질의 전통 삼바와 미국식 쿨재즈가 결합한 브라질의 대중적인 음악이 낯선 이국문화에서 오는 세계 공통언어 즉, 음악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요원함이 일치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DISC01. COMO A PLANTA
01. Nunca(결코) - Lupicinio Rodrigues 
02. Se e tarde me perdoa(늦었다면 미안) - Carlos Lyra(Ronaldo Boscoli)
03. Por causa de voce(당신 탓으로) - A.C.Jobim(Dolores Duran)
04. Amor certinho(딱 어울리는 사랑) - Roberto Guimaraes  
05. Sem Voce(당신 없이는) - A.C.Jobim(Vinicius de Moraes)
06. Felicidade(펠리시다지) - A.C.Jobim(Vinicius de Moraes)
07. Desespero(절망) - A.C.Jobim(Jocafi)
08. Candeias(칸데이아스) - Edu Lobo
09. Saia do caminho(사이아 두 까미뇨) - Custodio Mesquita(Ewaldo Ruy)
10. Este seu olhar(그대 그 모습) - A.C.Jobim  
11. Ate amanha(내일 또 만나) - Noel Rosa
12. Samba da separacao(이별의 삼바) - Kiyoshi Hasegawa(Lysias Enio)
13. Felicddade foi se embora(행복) - Lupicinio Rodrigues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신곡보다는 우리의 귀에 익숙한 곡들이기에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못했다. 더군다나 보사노바의 광팬이라면 귀를 기울이게 되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곡이 무려 다섯 곡이나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만족할 만한 앨범으로 평가하고 싶다. 일본에서 새롭게 탄생한 보사 소녀 '니로'의 앨범도 접해봤지만, 그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니로가 톡톡 튀고 어쭙잖은 보사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요시다 게이코(Keico Yoshida)의 보사는 조용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이 앨범을 통해 그녀의 순수하고 맑은 목소리가 일본 뮤지션에 의해 불린 보사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가늠해볼 좋은 기회로 보인다. 

보사 탄생 50주년 1년 전에 일본에서 발표된 이 앨범은 여유로움과 심플함이 엿보이는 그녀만의 보사 풍으로 촉각마저 잠재우는 매력적인 목소리가 일품이다. 마치 아침 햇살이 비추는 침대에서 잠자고 있던 내 귓가에 속삭이는듯한 목소리라는 표현이 맞다. 비록 그녀는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때묻지 않은 소녀와도 같은 목소리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니. 또한, 심플한 면에선 기타 반주가 주를 이루며 피아노와 보컬, 베이스 등이 가세하는 어찌 보면 정통적인 보사와는 다른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사랑과 기쁨, 이별과 그리움이 모두 담긴 보사의 선곡으로 말미암아 요시다 게이코(Keico Yoshida)의 목소리가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이번 앨범. 일본인에 의해 불리는 보사노바가 어떻게 평가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모태는 결국 브라질 정통 보사노바이기에 설령 비평이있다 하더라도 그 유전자는 같이 한다. 마음이 편해지는 그녀의 노래...,

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