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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도 하 수선한데 한가하게 책을 읽고 있자니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아마존닷컴이 영화 산업으로의 진출을 공식 발표를 하고 첫 영화의 원작으로 택한 아마존 베스트셀러이자, 워싱턴포스트, 캔자스시티 스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 지가 선정한 최고의 소설 중 한 권인 판타지 소설 [스톨른 차일드]

번역본을 보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얼마나 원작에 충실한가를 알고 싶은 마음은 이 [스톨른 차일드]에서도 그 생각이 간절하게 느껴진다. 책을 덮고 난 후 채워지지 않은 포만감과 아쉬움 등으로 허한 마음이 지배적이긴 하나 그렇다고 원작을 마주한다는 깜찍한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한 터라 지금 80% 상태의 채워짐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2007년 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기도 했던 [스톨른 차일드] 주제의 모티브는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시 ’The Stolen Child’라고 한다.

그들은 나를 훔쳤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숲에서 살았어. 바꿔친 이들 사이에서, 마침내 내가 인간 세사으로 돌아올 차례가 되자, 나는 그 질서를 받아들였지. 우리는 데이라는 아이를 찾아냈고 바꿔치기를 감행했어. 나는 그의 욘서를 구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어쩌면 그 아이와 나는 너무 멀어져서 서로에게 닿을 수가 없을 거야. p. 407

요정이 바꿔친 아이들. 요정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현재의 예닐곱 살 정도 된 인간 아이와 요정이 백 년 전 현실에서 바꿔치기하여 키워온 아이를 뒤바꾸는 일이다. 짧은 인생살이에서 어려움을 겪었거나 이 세계의 눈물 나는 괴로움과 맞아떨어지는 소수의 아이만을 바꿔칠 수 있다는 설정은 ’예이츠’의 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 [스톨른 차일드]에서의 관점은 인간의 아이가 요정의 세계로 세상을 등지고 떠나는 모습을 아이의 시각을 통해 형상화되어 있는 반면, 도서 [스톨른 차일드]의 관점은 미지와 현실을 언어를 빌어 조합하여 형상화 시켜냈으며 나아가 이들이 환상과 현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끝없이 희구[希求]한다는 점이 그 궤를 달리한다.

체인즐링(changeling, 요정이 인간의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낸 [스톨른 차일드]는 다소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삶의 가치와 성장기의 정체성 문제, 가족의 소중함 등을 켜켜이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 ’키스 도나휴’의 데뷔작 치고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요정에게 납치되어 요정으로 살아가게 된 한 아이와 요정에 의해 인간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는 또 다른 아이. 이들이 30년간 현실과 환상에서 끝없이 고뇌했던 공통적인 임계점은 바로 정체성이다.

끄트머리 : 영화 A.I. 에서 나왔던 섬뜩한 시가 바로 [스톨른 차일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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