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1. 저자 소개 및 저술 의도
 

저자 : 지셴린 季羨林

1911년생으로 98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셴린은 중국인들로부터 ‘나라의 스승’이란 칭호를 받을 정도로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원로학자이다. 지셴린은 학문을 연구하는 틈틈이 쓴 산문들을 묶어 여러 편의 산문집을 출간해, 인간적인 면모를 내보이는 한편 젊은 세대에게 인생에 대한 충고와 가르침을 아끼지 않았다.

 
역자 : 이선아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와 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옮긴 책으로는 『총리의 5일』, 『빌게이츠의 19가지 충고』, 『황제의 남자』상,하, 『살면서 의지해야 할 9종류의 사람』등이 있다.

 
2. 주제 및 요약

 
중국의 위대한 대학자이자 나라의 어른으로 추앙받던 지셴린이 들려주는 인생이야기.

98년에 걸친 인생 동안 깊은 학문 세계와 고매한 인품으로 존경받은 인물이었던 그는 이 책을 통해 솔직하고 편안한 어조로 세상살이를 이야기.

 

3. 책 뜯어먹기

 

지셴린의 인생은 고요하고 유유자적하게 흐르는 물길과 같다. 내가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린 작은 인생은 궤도 속을 유영하며 불규칙을 반복하고 살아가고 있으나 항상 정신적 구심점을 향해 진보한다. 변변한 인생철학이라는 것을 갖추지도 못하고 지금껏 살아온 나에게 지셴린 선생의 겸손하고 소박한 가르침은 나의 불규칙한 인생 유영을 일정하고 반듯하게 평정한다.

 

500권이 넘는 저서를 발표하며 중국 전통문화와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는데 평생을 다 바친 지셴린 선생의 철학과 연륜에서 묻어나는 인생의 관조와 달관은 산문집 [인생]을 통해 잘 나타나 있다. 일정한 형식과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인생과 자연, 그리고 일상의 느낌과 체험을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명심하고 경계해야 할 잠언과도 같다.

 

대역무도(大逆無道)라는 말과 같이 사람의 도리에 벗어나는 행동과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목도하게 되는 세상사의 혼돈을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그만의 인생철학으로 우리의 가슴을 깊게 파고든다. 완벽한 인생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에 대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00% 완벽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으며, 완벽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선생에겐 한낱 통속적인 추상화와도 같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셴린 선생이 말하는 즐거운 인생을 유지하는 세 가지는 무엇인가. 첫째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지향하고, 둘째는 가족관계와 인간관계, 셋째는 생각과 감정 사이의 갈등과 균형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으로 이 세 가지의 충분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고달픈 인생을 걷게 된다고 한다.

 

특히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는 항상 마가 낀다는 말로 이에 대하여 선생은 아주 기뻐하지도, 지나치게 낙심하지도 않는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선생의 장수 비결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인생이며 참된 가치의 현명한 인생인지 지금 우리는 레테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한 일을 하면 기쁘다 하나 누가 있어 그대를 알아줄까? 깊은 생각은 삶을 다치니 마땅히 운명에 맡겨야지. 커다란 격랑 속에서도 기뻐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네. 해야 할 일을 다했으니 더는 걱정 마시게...책머리에

 

중국 근대 역사의 커다란 등줄기를 살아온 지셴린 선생과의 책을 통한 담론은 그가 왜 중국인들로부터 ’나라의 스승’으로 일컬어지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2009년 백수(白壽)를 한 해 앞두고 98세의 적지 않은 나이로 타계한 선생은 학자로서, 나라의 어른으로서 학문과 인품이 뛰어났으며 특히 이 책에 열거된 겸손과 소박한 삶, 자연에 대한 사려,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태 등에 대해 뚜렷하고 굽힘 없는 역사 인식은 그의 곧은 품성을 짐작케한다.

 

4. 끄트머리

 

아흔이 넘은 현자 지셴린 선생도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원한 과제를 안고 타계하셨으나 아직 지천명에도 이르지 못한 나에게 인생의 페시미즘은 그저 사치일 뿐이다. 인생의 도리와 참뜻을 연륜 있는 어른이자 대학자에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이 책을 통해 주어졌다. 우리는 물질적인 윤택함과 인생에 대한 동상이몽을 파하고 가르침과 인생 경험, 열정과 절제를 사유하는 노스승의 깊은 혜안을 헤아려 훗날 인생의 진리를 논할 기회를 지녀야 한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타 출판사에서도 번역되어 제목이 다르게 출간된 적이 있다. 번역은 이 책이 좀 나은 것 같기도.

지셴린, 인생, 멜론

2.3.5. 문학의 숲을 거닐다.



1. 저자 소개 및 저술 의도

저자 박완서, 김동인, 카프카 외
엮은이 박찬영, 이서인 외 3인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문학필독서 시리즈.
문학 교과서 수록 빈도, 문학사적 의의, 예술성을 작품 선정의 기준으로 삼음.
최다 편수를 선정하면서도 전문을 수록하여 완전한 감상을 유도.

2. 주제 및 요약

중고생이 읽어야할 문학 작품을 다양하게 총망라.
’눈길’,’그 여자네 집’등 중편에 해당하는 작품들도 전문을 수록.
작품의 줄거리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성 단계에 따라 구분해 서술.
오디오북 제공. 

3. 책 뜯어먹기

책을 왜 읽는가? 이러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 적이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주체가 자아 정체성에 빠져 극복하기 어려운 슬럼프를 경험하고 사색을 통해 그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때까지 좀처럼 마주하기 힘든게 독서다. 독서란 단지 수준 높은 교양인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 대표이신 도정일 교수님의 말씀처럼 깨어 있는 시민, 성찰하는 인간, 생각하는 사회가 되기 위한 것이 진정한 독서의 목표이며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정신과도 결부된다.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더라도 입시와 사교육 등으로 말미암아 도서관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넘어서야 할 교육방식이다. 이와는 반대로 긍정적인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우리 때야 도서관은 차치하더라도 학교에 기증된 학급문고가 고작이었던 시절로 먹고살기 바쁜 부모님은 자식에 대한 독서의 인식에 스스로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주말 같은 경우 인근 도서관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는 모습은 지난 시절과는 판이한 변화로 독서 문화에 대한 확대와 호기심과 탐구력, 그리고 창조력 계발, 나아가선 국가 장래를 좌우할 바람직한 모습이다.

아쉽게도 입시에 논술이라는 항목이 강제적으로 편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슬프게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소한의 자기주장 내지 논증과 논리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는 방법이 독서에 있다는 사실을 방증해주는 결과이다. 리베르에서 발간한 문학필독서 시리즈는 한국 단편소설, 한국 고전소설, 세계 단편소설, 그리고 한국대표수필로 이루어진 총 5권, 235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 밝혀둘 점은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작품이라는 문구로 말미암아 수록된 작품의 질적 저하나 수준 미달로 인식한다면 이는 오인(誤認)이다.

한국 단편소설의 경우 민음사나 기타 세계문학 전집에 수록된 단편소설과 99% 같다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예전에 발표된  작가의 원전을 인위적인 편집이나 수정 없이 그대로 전문을 수록했다는 점에서 학생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호소할 수 있다. 독서를 하면서 작품에 대한 몰입과 이해가 난해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원인 중 하나가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활자만 읽어내려가는 경우가 그것으로 이는 또한 독서와 거리감을 두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리베르 [문학필독서 시리즈]는 작품 서두에 작가와 작품 세계, 작품 정리,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과 생각해 볼 문제의 구성 단계를 구분해 서술되어 있어 수행평가와 독후 활동에 대비하고, 작품 전체에 대한 흐름과 문제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습관을 길러주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난이도 높은 어휘와 문구를 주석으로 표현하고 작품의 구성과 줄거리, 생각해 볼 문제에 대한 해설을 함께 제공된 오디오북으로 청취할 수 있으며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 김정한의 사하촌, 루쉰의 아큐정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병신과 머저리의 작가 이청준의 눈길 등의 중편도 전문을 수록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한국대표수필로 발길을 옮기니 청소년기에 읽었던 수필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게재가 허락되지 않아 엮은이의 글로 대체되어 있지만, 그 뜻과 의미를 헤아리고 짚어보는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4. 끄트머리

독서는 학문의 발전에 필요한 독창적인 사고 능력, 비판과 종합, 원리와 논리를 끌어내는 집합체이다. 현란한 수사를 동원해 아름답고 매끈한 글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과 반복 속에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글은 만들어진다. 이미 공포의 대상으로 낙인 찍힌 글쓰기와 대한민국 직장인 중 10%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사회적 현상은 배경지식과 기본교양 지식 체계의 중요성을 무색케 한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나태와 공포를 극복하며 물량과 교양주의에 편승한 주입식 책읽기를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피상적 이해를 탈피할 수 있다. 자신의 사고를 가다듬고 논리화시킬 수 있는 기회는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

국내의 고전소설과 단편소설, 대표수필 그리고 세계의 단편소설 235편을 곁에 두고 곱씹을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니 더없이 행복할지어다. 

리베르, 문학시리즈, 박완서, 김동인, 논술

일탈을 접고 또다시 일과 현실에서 답보하다.




1. 저자 소개 및 저술 의도

 

저자 : 문화우리

부수지 않고 만드는 새로운 세상을 기치로 무분별하게 조성되는 대도시의 도시공간과 도시문화에 대한 대안을 연구하는 단체.

 

저 : 이윤기외 2인

197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되어 등단.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종교학 초빙 연구원으로 재직.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로 동인문학상을, 2000년 소설집 『두물머리』로 대산문학상을 수상.

서양 문명의 주류를 이루는 서유럽권이 아니라 유럽 문명의 수용 과정에서 격동을 겪었던 러시아와 오랫동안 역사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북유럽의 일곱 도시를 예술의 관점으로 조명.

 

세계 문화의 조류 속에서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사고의 기회를 제공.

 

 

2. 주제 및 요약

 

도시 문화와 환경을 연구하는 단체인 ’문화우리’가 기획한 시베리아·북유럽 여행의 기록.

건축가·화가·소설가로부터 가수·만화가·역사연구원에 이르기까지, 예술과 학문 각 분야의 일선에서 활약하는 24인이 ’북위 50도’에 위치한 4나라 일곱 도시를 돌아보며 건축과 미술을 중심으로 개성 강한 각각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3. 책 뜯어먹기

 

현재의 생활에 일탈을 꾀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마음과 몸의 흥분과 두근거림은 왜곡된 삶을 보정시켜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웃 블로그를 방문하며 그들의 여행담과 소개되는 여행서를 보면 내가 동행한 것과 같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내일은 가까운 산길이라도 가자, 오늘은 가까운 호수라도 가자고 결심하지만, 이내 나는 또 한 권의 여행서를 꺼내어 또 다른 이들과 멀고 긴 여정을 떠난다.

 

어제는 한동네에 사는 비행기 승무원이 먼발치에서 비행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모습이 보였다. 장거리가 아닌 중국에 잠깐 다녀오는 일이라며 대답하는 피곤한 미소는 일과 여가 사이를 가로막은 높은 벽을 일말 공감케 한다. 안그라픽스에서 펴낸 [북위 50도 예술 여행]은 건축가 승효상, 가수 이은미, 화가 임옥상, 소설가 이윤기 등 21인과 도시 문화와 환경을 연구하는 단체인 ’우리문화’가 기획한 시베리아 북유럽 여행의 기록이다.

 

이 책을 통해 간접 동행했던 나로서는 온몸이 노곤한 듯 피로감만 밀려들 뿐 짐짓 예상대로 건축 답사의 후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다. 대학 시절 암흑 속에서 슬라이드를 상영하며 서양 건축사를 강의받던 그 느낌 그대로 여행서라기보다는 건축 답사기로 이해하면 딱 들어맞다. 건축 분야에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의 공동 저자인 건축가 승효상 씨의 인간적인 내면의 모습과 일상을 엿보고 싶었으나 지극히 건축으로 시작해서 건축으로 끝난다. 일과 여가 사이의 높은 벽을 나는 그래서 언급했다.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의 도시들을 돌아보며 건축과 미술에 대한 담론이 펼쳐진다. 이 나라의 도시들에 대한 인식은 기타 유럽국의 그것과는 달리 내겐 미지와도 같이 하얀 도화지에 점하나 없는 이미지로 그저 생경하지만 도스토옙스키, 막심 고리키, 릴케, 푸시킨, 톨스토이 등 작가들의 근저가 녹아있는 이 나라들에 대한 호기심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각 도시의 역사와 배경, 당시 사회의 이념과 종교, 그리고 미술과 건축의 양식에 대한 정착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나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챕터마다 소개되는 도시와 유적지에 대한 설명은 마치 백과사전과도 같이 기계적으로 기술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이 기술은 중간중간 불쑥 튀어나오는 공동저자들의 미술과 건축에 대한 찬양과 부조화를 이루는 기름과 물과도 같은 눈엣가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윤기씨의 대문호에 대한 평가로 열 명이 넘는 하인을 거느리고 살았고, 이백여 명의 농노를 거느렸으며 신발조차 직접 벗지 않았던 톨스토이를 가리켜 향기가 없는 결코 무소유 철학의 휴머니스트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책 초반부에 기술된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 내에서 밤새 보드카를 들이마시며 고성방가를 일삼는 이 예술 여행의 일행들에 대한 객차 승무원의 반복된 자제를 뚱보 승무원 부부로 비하하는 문구와 민간외교 운운하며 떠벌리는 저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4. 끄트머리

 

이 책은 그리 어렵게 읽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쉽게 읽을 수도 없는 책으로 그동안 외경스럽게만 보아왔던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의 역사, 미술, 건축과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뤘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책이다. 다만,

 

태오의 볼리비아 여행기 [당신의 소금꽃에 비가 내리면]이 사람향기 폴폴 나는 여행기인 반면 [북위 50도 예술 여행]은 공동저자에 대한 글의 지면 할애에 대한 한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미술과 건축에 대한 외형적인 탐방과 전형적인 전공 분야에 대한 일관된 설명, 그리고 필름을 잘라 한 편의 완벽한 영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편집의 부재는 답답한 현실을 일탈하고자 했던 야무진 꿈을 다시 일과 현실에 답보하련다.

 

권장대상 : 애매모호, 여행기도 아니고 건축사나 미술사도 아닌 무척 생경한 책으로 일반 여행서나 내면의 자아를 찾는 감성적인 여행서를 찾는 분은 필히 리뷰 등을 접하기 바람. 예술 입문서.

북위50도, 승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