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죽이려는가. 아니면 자연과 공존하려는가.

 

 

1. 책 뜯어 먹기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서울 자하문 밖 세검정이란 동네에서 태어난 나로서는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독서 여행이었다. 능금과 앵두밭으로 유명했던 그곳. 이제 백사실 계곡도 트래킹 코스로 변했으며 울창한 산림과 계곡은 뭇사람들에 의해 다시 보존되고 자정되고 있었다. 가재와 반딧불이, 올챙이와 도롱뇽, 장수하늘소, 소쩍새 울음소리는 여름밤 공허한 하늘을 꿰뚫으며 할머니 무르팍에서 잠을 청하는 나의 자장가 소리였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백사실 계곡을 둘러보고 서울에도 이런 자연이 있었느냐며 놀라기도 했단다.

 

급속한 도시화와 개발 논리에 자연은 하나둘씩 사라져 갔으며 인간의 폐와도 같은 작은 산과 들이 그렇게 우리와 멀어져갔다. 자연을 등진 채 인간의 욕심을 위해 하염없이 삽과 곡괭이로 죽어가는 자연. 자연은 인간에게 당한 것 이상으로 앙갚음한다는 사실을 어리석은 인간은 좌시하고 있으며 후대에 물려 줄 최고의 유산을 그렇게 파괴해간다. [촌놈, 쉼표를 찍다]의 저자 송성영 씨. 과연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릴만한 작가다. 그의 삶을 보면 내 유년의 시절을 발견할 수 있다. 삶의 쉼표를 찍어가며 느림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고 자신의 허술함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속에 우리 인간의 속성이 바로 이것이 아니든가 하는 반문을 되뇐다.

 

반추해 볼 일이다. 그가 왜 자연을, 아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 그것은 이 책에서 음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과 저렇게 되어야 한다는 의무 이상인 것 같이 여겨진다. 근래에 들어 생태혁명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오른다. 한반도대운하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국민에게 처절하리만큼 비판받고 그 모순됨의 강한 질타를 받으며 물류혁명에서 관광역사, 치수사업 따위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다가 결국 강력한 민심의 반대로 말미암아 포기선언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민심이 잠잠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반도니 대운하니 하는 말만 사라진 채 전국의 4대 강을 죽은 것으로 간주한 4대 강 살리기라는 말이 등장했고 이 땅의 대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그것도 강바닥에 버려진 예산만 22조 원인 천문학적 혈세를 들이붓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자본주의는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 자본주의하에서 생태혁명을 이루기 위한 대책은 오로지 기술적인 접근방법 예를 들면, 자본주의하에서 탄소배출을 축소하는 통제안이 도입되어 기후변화를 제한적으로 더디게 했다고는 하지만, 탄소 배출 통제안은 보다 대규모의 에너지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생태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무용지물인 이러한 기술적인 접근은 자본주의의 특징인 부의 축적을 고려했을 때 매우 모순된 대책으로 생산체제를 동반한 전반에 걸친 혁명만이 참된 생태혁명의 근간이 된다. 즉,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생태혁명을 위한 그 어떠한 생태위기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불가하다는 것을 어느 책을 통해 접한 기억이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기득권자는 현 상황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좌파는 전면적인 생태혁명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본주의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열로 말미암은 파장은 이윤의 획득이다. 이는 자본주의는 이윤의 획득이 주된 목적으로 이윤은 재투자되어 또 다른 이윤을 낳고 오로지 이윤의 확대를 위해 무분별한 자연의 약탈과 노동자에 대한 착취로 빈곤이라는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또 한 가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화. 분업과 기계의 도입으로 노동자 계급의 신성한 노동은 단순화되어가고 점차 소외되어 간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수반되는 생태문제에 대하여 노동자들에겐 철저히 대응하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모 대기업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쓰러진 노동자도 이러한 희생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술의 발전, 생산력의 발전은 생태위기를 더욱 악화시킨다. 석탄 같은 자연 자원을 사용할 때 활용성이 증가하면 생산 규모가 커지는 비례공식이 적용되어 생산을 위한 생산, 제한 없는 축적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생산방식에 문제점은 대두한다.

 

2. 끄트머리

 

책 표지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명랑 가족 시트콤"이라는 문구는 그래서 나를 더욱 슬프게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자연과 더불어가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동네 어귀 개천에서 물장구치던 그 모습을 이젠 볼 수가 없다. 아니 전설 속의 풍경으로 기억될 것이다. 자연이 임계치에 다다를 무렵 저자가 찍어놓은 쉼표에 나도 동참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오늘도 다시 한번 부러움에 한숨짓는다. 

촌놈쉼표를찍다, 송성영, 삶이보이는창, 자연, 4대강

너도 살아봐라...

 

 

1. 책 뜯어 먹기

 

처세나 자기계발을 위한 서적은 당분간 멀리하려 했지만, 가끔은 초심을 생각하며 마음을 새롭게 다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 통상 이런 종류의 서적은 이론이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으나 어리석음은 실천을 강행하지 못해 주저하기 일쑤이다. 나로 인해 파생되는 일임에도 늘 주변의 상황에 맞춰나가는 삶과 한 가지 일에 몰두한 뒤 적어도 2~3년이 지나면 쉽게 메너리즘에 빠져 버리는 인간 본연의 나태와 나약함을 내 안에서 몰아내려 필수로 읽어줘야 하는 서적이 바로 처세와 관련된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한다.

 

최소한 책을 읽고 꿈과 미래 따위는 차치하고라도 본인의 인성이나 기본 소양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말짱 도루묵. 방법은 읽고 또 읽는 재독이다. 마냥 활자만 뚫어지라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사색은 필수요, 실천도 필수로 이 또한 불가결한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서래에서 펴낸 [희망은 잠들지 않는 당신의 꿈입니다]는 중국 작가 한페이의 낙관적인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타인의 삶을 통해 꿈과 희망을 재조명한다. 당연히 구구절절 바른 소리로 가득 차 있다. 기회는 항상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와 성공을 위해 스스로 변화하라. 그리고 인생의 꿈을 펼쳐라. 여타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방법론 보다는 한 개인의 성공 사례를 통해 나와의 비교 점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

 

어느 소설가가 그랬던가. 미래를 위한 목표와 희망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라고. 지금 자신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 과연 구체적인 목표와 항상 준비된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현재의 위치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다. 지금까지 가슴이 뜨겁다고 머리까지 뜨거워야 한다는 오류를 안고 살아왔다면 이젠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살아가는 습관의 이동이 필요한 때이다. "꿈이 없는 인생은 불완전한 삶이며, 도전이 없는 인생은 결핍된 삶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꿈과 희망이 이 책의 가장 큰 줄기요, 심장이다.

 

 

꿈이 있고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은 언젠가는 지금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실패 앞에서도 훨씬 담담하고 여유가 있다.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법이다. 기적은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본문 중

이 책에 등장하는 제2장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라]는 카네기의 인생론과 매우 흡사하다. 항상 준비하는 자세와 섬광처럼 내리꽂는 통찰력은 기회를 차지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불평과 불만은 개인에게 독이다. "대충 마무리하자." 혹은 "시간이 없으니 대강 끝내자." 등, 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이던가.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요 즉 시간을 다루지 못하고 시간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뜻이며 대강과 대충이라는 말은 규칙 위반으로 퇴장 감이다. 인간이기에 군더더기 하나 없이 완벽할 순 없겠으나 오직 정도를 걷는 길만이 내가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2. 끄트머리

 

명예를 위해, 부를 위해, 건강을 위해 사람은 살아가는 목표가 모두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미래는 희망과 꿈의 유무에 따라 낙관과 비관 사이의 어느 한 정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자. 꿈과 희망,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의미이던가. 인간이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여.

희망은잠들지않는당신의꿈입니다, 서래, 한페이, 처세, 자기계발

인생이 서글픈가.

 

 

1. 책 뜯어 먹기

 

그동안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밀려드는 공허함은 무엇 때문일까. 지난해 중국에서의 사업을 접고 귀국했다. 극심한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겪고 마치 내 인생에 태풍이 휘몰아치듯 일을 손에 놓은 채 힘든 날들을 방황하고 무기력함으로 살아온 죄. 중년으로 접어들어 모진 세파에 한 번 휘청하고 나니 더이상 살아갈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세상과 담을 쌓고 가족과도 최소한의 대화로 연명한 죄. 악몽의 법정에서 법관은 내게 선고를 내린다.

"당신은 유죄다."
"내가 왜 유죄입니까?"
"왜냐고? 당신이 더 잘 알텐데. 당신의 죄명은 바로 [인생을 낭비한 죄]"

어느 영화 속 이야기가 고스란히 내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쓴웃음만 나온다. 지금이야 트라우마가 모두 사라졌다고는 얘기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많이 진전되었다. 헛된 욕망과 욕심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그동안 내게 비켜서 있던 길도 나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는 외롭고 고독하다. 외로움과 고독은 인간 누구나가 안고 살아가는 존재로 아무리 거부하고 뿌리치려 해도 내 안에서 밀쳐내지 못하는 내면의 심리학적 요소에서 파생된다. 수없이 많은 물리적, 정신적 좌절과 동반하는 고독은 인간 집단에서의 이탈에 대한 관습적 공포로부터 기인하여 고독과 공포라는 밀접한 관계로 발전, 늘 반사적으로 인간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즉, 고독의 순간이 찾아오면 이런 종류의 공포심이 발현하는 것이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와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로 잘 알려진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씨. 5년 전 출간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의 증보판으로 정신분석 전문의답게 인간 내면의 상처를 살포시 보듬어준다. 마음의 상처는 누구나 안고 살아간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살펴보면 나와 많이 닮아있다. 과정이야 어떻든 상처로 말미암아 파생된 그들의 심리 상태와 지금 내가 사회를 등지고 회피하려는 모습,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차 살아가는 모습들을 견주어 보게 된다는 사실만으로 글과 나와의 공감대는 쉬이 형성된다. 저자는 이들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 아니, 나의 심리 상태를.

 

 

지나친 이상화에서 벗어나야 나와 타인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그래야 서로 감싸 주며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어쩌면 그 너그러움을 배우는 과정이 바로 어른이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슬픈 일이 아니다... p. 102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긍정적인 사고와 의지로 표현될 수 있다. 길을 잃고 털썩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 조용히 손을 내밀어 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힘들 때는 굳이 어른인 척하지 마라!"

 

고독으로 고통 받고 외롭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많고, 즐긴다는 사람은 쉽게 찾아보기가 어렵다. 살면서 고독과 싸워본 일이, 즐겨본 일이 있는가. 융은 프로이트와 학문적으로 결별한 후 자신에 대해 끝없는 몰입과 침잠을 통해 ’심리적 원형’이라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학설을 정립하였고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으로 말미암은 신체적 유폐가 자신에 대한 몰입을 가능케 했으며 궁극적으로 그의 이론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줬다. 고독이라는 시간이 천재적인 강렬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이런 사실을 나열했을 때, 우리는 보통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희생과 고통을 치러야 이뤄낼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반사적으로 느끼는 회피와 고통의 의식으로 고독을 모면하려는 의식이기도 하다.

 

3. 끄트머리

 

가끔 인생이 서글프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그 길을 걷고 싶다. 그러나 그 길은 나를 허락지 않고 늘 비켜서 있다. 그러나 의지에 따라 내 안에 사는 상처입은 어린아이에게는 더이상 비켜선 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심리적 상처일수록 빛과 소금이 필요한 법이다. 더이상 음지에서 상처가 곪아 썩지 않도록 양지의 밝고 따뜻한 빛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치유의 힘이다.

 

어른으로산다는것, 김혜남,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