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복절도 할 웃음과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 찬 성대한 만찬
지은이 : 아지즈 네신
1915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생. 사관학교 졸업한 뒤, 예술 아카데미에서 문학 공부. 신문 기자, 저널리스트로 활동. 시뿐만 아니라 소설, 희곡, 평론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백여 권이 넘는 작품.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영어, 독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비롯해서 34개국 언어로 번역, 이탈리아, 러시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풍자 문학상 수상. 1972년 고아들에게 교육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 '네신 재단'을 설립, 《생사불명 야샤르》《제이넵의 비밀 편지》《당나귀는 당나귀답게》《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개가 남긴 한 마디》
옮긴이 : 이난아
한국외대 터키어과 졸업, 터키 국립 이스탄불 대학과 앙카라 대학에서 터키 문학 전공. 앙카라 대학 한국어문학과 외국인 교수로 강의, 현 한국외대 터키어과 강사로. 《터키 문학의 이해》,《오르한 파묵과 작품 세계》(터키어) 등, 《내 이름은 빨강》,《검은 책》,《이스탄불: 도시 그리고 추억》, 《하얀 성》, 《눈》, 《새로운 인생》, 《툴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바닐라 향기가 나는 편지》,《제이넵의 비밀 편지》,《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안개 낀 대륙의 아틀라스》,《스타를 사랑한 거위》, 《파디샤의 여섯 번째 선물》등 많은 터키 문학 작품. 《 한국 단편소설집》,《이청준 수상전집》,《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터키어로 옮겨 소개, 엮은 책 《세계 민담전집-터키편》.
목 차
서문
그러는 당신은 어디 있었습니까?
날아오는 불덩이를 피하는 법
눈물의 달리기
원칙주의 화가와 신중한 기자
인연이 아닌가 보다
담요의 의미
차렷해야지!
하프즈 아지즈 씨
만약에 내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사회주의자들에겐 보드카가 제격이지
아버지께서 갔던 길을 따라가시오
시로 배를 채우다
희망이 거세된 시간들
관음증 환자가 준 케이크
한밤의 배신
아지즈 네신, 비밀 조직을 결성하다
눈처럼 새하얀 손수건
저자 후기
옮긴이의 말
포복절도 할 웃음과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 찬 성대한 만찬
터키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과연 어떤 내용이며 그들이 자랑하는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의 글이 얼마나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남기며 감상했습니다. 특히 외국소설의 경우 번역본이 대부분인지라 해석이 되지 않은 글은 더욱더 어렵게만 느껴지죠. 하지만 옮긴이의 실력에서 그러한 어려움은 없었으며 기분좋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요즘 발간된 [개가 남긴 한마디]도 네신의 작품으로 역시 이 난아님이 옮기겼습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폭력정권에 대한 대항과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 소수자들의 대변인의 역할로 발표된 책들에서 그의 내면을 자세하게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는 저자 자신의 유배생활을 경험으로 온갖 생활들을 겪으며 일어난 일들을 써내려간 책으로 읽는이로 하여금 바로 그내용에 동화시키는 매력이 있었고, 특히 그의 담백하고 차분한 필체가 더욱 책속으로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준듯 싶네요.
60년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그 당시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터키의 시대상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네신의 이같은 행보에 터키국민들은 저자인 네신을 영웅으로도 호칭하고 있으며 제가 볼때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네신은 신념이 대나무같이 굳은 실천적인 지식인으로 폭력적인 정권에 대항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믿기 어렵지만 230여번의 재판과 수배생활, 유배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관료주의 사회에서 '책임'이란 한마디로 불덩이 같은 거다. 내게 불똥이 튀지 않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려야 한다....page23
당시 터키 국민들은 모두 극심한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남에게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 했고, 불리한 상황이 닥치면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자신만 빠져 나가려고 했다.......page96
그날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마침내 나는 결정을 내렸다. 탈출을 하기로......page148
유배 생활을 마치고 이스탄불로 돌아왔지만 내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스탄불에 남겨둔 모든것이 흩어지거나 사라지고 없었다. 일이고 뭐고 전부다...page208
이 책의 시작은 네신이 수갑이 채워진 채, 소도시 부르사라는 곳으로 유배생활을 오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의 죄명은 '출판을 통해 국가 이익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것'의 터키 형법으로 심문과 협박, 그리고 비밀재판을 통해 10개월 징역과 유배생활을 선고 받습니다.
터키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터키를 잠식하려는 수단이라는 내용의 팜플렛을 제작하는 네신,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들이닥친 경찰은 모든 형법조항을 뒤져 죄목을 따졌고 그 법이 성립되려면 최소한 두명이상이 그 내용물을 읽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인쇄중에 닥친 일이라 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경찰은 주인과 식자공들을 소환해 갖은 협박과 심문으로 결국 네신의 유배생활을 선고하게 됩니다.
현대판 제국주의는 경제, 정치 및 전략적 이익을 위해, 특히 저개발국가에 원조를 한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착취하기 시작했다...page213(저자 후기중)
관료주의가 팽배한 경찰들, 유배생활을 겪으며 자신의 돈을 가로채는, 친구가 등을 돌리는 우정, 온갖 인간들에 대한 네신의 눈빛은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이해와 관용을 배풀려는 의도를 이 책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네신 자신은 자신을 유배지로 보낸 결정을 내린 정권에 대해 비판할 생각도 저주할 생각도 없다는 뜻을 내비치는 대목에서 그의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의 유배생활에서도 웃음을 잃지않는 모습, 그러나 그 웃음뒤의 씁쓸함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조적인 글에서 진정한 터키의 국민영웅을 만난것 같았고, 처음에 서술한 터키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떨쳐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책이었습니다.
지금의 우리현실과 비교할 때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과연 우리는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케 해주는 책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왔다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와 [개가 남긴 한마디]를 국회로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