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마흔두명의 새 애인을 얻었다. 그들의 이름은 모두 '에세이'였으며...
저 자 : 김서령외 41인
[약산은 없다] 오랜만에 접하는 수필집이라 더욱 더 관심이 갔고 요즘과 같이 힘든시기, 불경기에 대한 극복이나 처세에 관한 책들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음에 여유를 줄 수 있는 수필집의 출간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김서령님의'약산은 없다'라는 수필은 예전에 발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에서야 알았다는 사실이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핑계를 대고 둘러대도 책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점, 그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수필이라는 장르의 책을 읽어본지가 꽤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학창시절에 읽었던 기억밖에 없는듯 한데 그중 생각나는 수필이 신달자님의 수필이 아닌가 한다. 그만큼 수필집의 출간도 많이 보기가 힘들며, 아니 관심이 없었으며 이번 출간된 [약산은 없다]는 마흔두분의 수필을 담은 책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책을 받아든 순간 마음의 큰 선물이라도 된 양, 뿌듯하기까지 했다. 특히, [에세이스트]라는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격월간 에세이집과 기념 타월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어 더욱 더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무심코 앞산을 바라보며 어린시절의 기억속을 따라 전쟁통에 가족을 잃어 일꾼으로 살게된 황씨라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약산은 없다. 어린아이었던 그 당시 황씨와의 추억들, 유난히 묘향산(황씨의 고향)을 그리워하고 담배를 좋아하던 황씨는 그시절 어린나이의 주인공이 펴보겠다던 담배를 40이되면 약산 보다 높은 묘향산 같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라던,,, 그리고 세월이 지나 쉰이 된 주인공은 '천명이 되면 묘향산에 올라가소, 꼭 가보소, 애기씨요"라던 황씨의 말을 지켜낼 수 없는 약속으로 큰 그리움을 가슴에 묻어둔 채 약산은 없다고 말한다.
[약산, 약산은 더구나 없다. 약산은 1992년 임하댐 건설로 수몰되었다. 댐은 산만 묻는 게 아니다. 산이 포함했던 온갖 신비를 모조리 수장한다. 배를 타고 들어가 산꼭대기에 올라가볼 수 있을런지는 몰라도 약산이 제 발아래 기르고 있던 숱하고 향그럽던 지초들은 이제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그러니 약산은 더 이상 약산이 아니다. 세상에 약산은 없다.]
어쩌면 산의 신비와 숱하고 향그럽던 지초들이 영원히 사라졌다고 한 부분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의 그리움과 추억마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하다.
어린 시절 난 서울 자하문 밖 세검정이라는 동네에서 컸고 자랐다. 동네 뒤에는 '백사실'이라는 낮은 산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매우 높은 곳으로 기억되었고 10년전 우연히 그곳을 지나치다 차창밖으로 보인 '백사실'은 낮은 언덕과도 같은 나에겐 약산이었다. 동무들과 같이 올라가 풀밭에서 뒹굴며 추억을 담았던 곳, 언덕에 올라서면 경치가 좋았던 그곳은 그당시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새로운 아파트 개발이, 그래서 우리들의 작은 추억이 담긴 냇가가 지금은 냇가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수필을 읽으면 옛추억들이 떠오른다. 이상하게도 말이다. 수필집의 하나하나 이야기들은 우리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또 많은 사람들에겐 작품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중적인 잣대가 늘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나보다 고지식한 사람들에겐 하찮은 동네 아줌마나 아저씨의 이야기로밖에 취급당할 수 있겠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수필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본다.
[서천 휴게소], [어머니는 아직도 꿈만 꾸신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달콤한 유혹]등 작품 하나하나가 저자들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아 나도 모를 쾌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나머지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즐거움을 빼앗지 않기 위해 여러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연세가 많으신 작가분들에서 젊은 작가에 이르는 2008 대표에세이 [약산은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수필집이라 생각하며, 아니 베스트셀러라고 생각하며 난 즐거운 마음으로 두고두고 또 다시 읽어야겠다. 참 아까 언급했던 [에세이스트]라는 격월간 에세이집. [약산은 없다]와 버금가는 수필들로 또 한번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