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깃든 신화의 꿈


다른 리뷰어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나름 비교, 분석질을 좀 해 보려한다.

고백하지만 그리스 신화의 책은 딱 두번 접했다. 그 하나는 '토머스 볼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한때 서점가를 강타했던 그 유명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고 그 다음이 황경신님의 [그림같은 신화].

읽었던 책의 발행 배경과 느낌을 살펴보면,

[볼핀치의 작품]은 미국 독자들로 하여금 영국의 고전문학에 익숙하게 하고 일반 시민들의 교양을 높이는 한편, 독자들을 고전문학의 세계로...시민들에게 정신 문화의 중요성과..위기를 깨닫게.....아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장장 499페이지에 걸친 대하극으로 글씨는 깨알같이 쓰여져 안경을 쓰지 않고서는 왠만한 사람들은 눈과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게다가 간단한 삽화하나가 없으니 첫장을 넘기면 읽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이며, 결국 완독은 하지 못한 채 책장에 꽃혀있다. (발행 동기가 너무 상투적이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경우는 나에게 딱 맞는 책으로 글과 그림이 보기 쉽게 아주 편하게 초등학교 수준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딸아이 덕에 시리즈인 이 책을 모두 사는데 15만원 가까이 들었지만 나름 그의 정신과 인문 교양에 도움이 되었으니 그 만한 역할을 해낸 책이다. 하지만 내겐 약간 쉬운 얘기로 그저 신들의 이름을 제대로 알았지만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는 것에 만족한다.

마지막 [그림같은 신화], 이 책을 신청하며 약간은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다. 위의 두편의 작품과 흡사 내지는 동일하게 생각했고 '이거 이 나이에 공부하면서 봐야하는것 아냐'라는 두려움?마저 들게 한 책으로 약간의 후회도 했다. 그러나 그 후회는 몇일가지 않았고 책을 펴고, 작가의 의도를 보는 순간 그 생각에 배신이라도 한 듯 금새 지난날의 걱정은 사그라들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된 그림들을 통한 신들의 사랑과 욕망, 슬픔, 외로움을 표현한 작가의 새로운 접근방식과 그 시각이 매우 흥미로웠고 책의 반을 차지할 정도의 위대한 그림들은 단지 그림으로서의 역할이 아닌 접하기 힘든 예술작품으로 소장하고 느껴보며, 충분한 감상의 시간까지 제공해 주는 'All in One'이었다. 더군다나 예술적 작품에 관련된 화가와 작가, 음악가들의 소개는 책의 작은 맛을 느끼게 해주는 양념과도 같은 존재였고 그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책들이 이러한 신화이야기를 다루면서 어떻게든 교훈이라는 것을 끄집어 내려 하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그저 진리인양 아무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누구에게도 강요를하는 것이 아닌 그저 저자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을 피력할 뿐 강요하지 않고 차분히 전개되고 있다.

이 책을 접하며 또 한가지 느낀것은 그들이 두발이 달렸건, 머리가 몇개던, 괴물이던, 아니면 하늘을 날고, 땅을 지배하는 신들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을 통한 나의 느낌에서는 그들도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우리들과 별반 없는 사랑, 욕망, 슬픔, 외로움등 인생의 희노애락이 그들에게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서 더욱 친근한 절대자들로 비추기에 이번 [그림같은 신화]의 발간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독자들에게도 큰 의미가 될 듯 싶다.

이 이야기속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이미 많은 분들께서 리뷰로 써주셨고 출판사에서 제공되는 책의 소개에서도 나온 바, 더 이상의 언급은 않겠으며 앞으로 접할 독자들의 영역 또한 건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여전히 어렵고 외우기 힘든 신님들의 이름...모두 읽고 잊지말자 다짐했건만 지금 또 가물거린다. 몇주전 장학퀴즈인가, 도전 골든벨인가에 나왔던 신화의 주인공 이름, 조금 빨리 이 책을 접했더라면 알 수 있었을텐데...많이 힘들다고,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는 세상이지만 더이상 그런 이야기들은 없었으면 한다. 이 책을 통해 사치스러운 얘기일지는 몰라도 약간의 여유를 누리는 것도 앞으로의 발걸음을 위해 좋은 보약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자 [판도라의 상자]를...제우스의 명령으로 모든 죄와 재앙을 이 세상에 뿌린 판도라의 상자, 하지만 그 판도라의 상자에는 희망이라는 것만 빠져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 희망은 다름아닌 우리들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해 본다.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행복론, 이 책을 받아들고 난 세상 모든것을 얻은듯한 기분을 느꼈다. 책 표지에서 주는 인상과 재질에서 마음 따뜻함까지 느꼈으니 말이다. 작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200편에 이르는 삶을 행복에 이르게 하는 지침서가, 아니 잠언록이 기록되어 있어 어느 책보다도 마음속에 보둠고 싶은 책이다.

힐티?(누구신지, 잘...) 러셀과 함께 세계 3대 행복론중 하나로 그 발간일은 놀랍게도 1928년에 발표된 행복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라는 사실이고 세계 각국에서도 많이 읽혀졌다고 하니 좀 늦은감이 없진 않지만 매일 머리맡에 두고 나를 반성하고 감정을 다스리고 행복을 생각하며 읽으리라. 마음의 양식이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특히 체근담과 잠언록이 가장 최고가 아닐까 한다. 특히 두서없이 바쁘게 살아온 우리들에게는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으므로 더욱 더 큰 의미가 있겠고 청소년들에게는 배고팠던 양식과 더 채워야 할 양식이라는 점에서 매우 권장할 만한 책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상기시켜 본다.

'불안과 감정에 대하여' '자기 자신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행동에 대하여' '사람과의 관계에 대하여' '일에 대하여' 마지막은 '행복에 대하여' 이렇게 7개의 쳅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책을 통한 철학자인 저자 알랭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특히나 마지막 쳅터가 '행복에 대하여'라는 점이 그가 가장 강조하는 쳅터라고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행복론에는 인간이 태어나 네발로 걷고 세발로 걸을 때 까지의 모든 희노애락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함축된 언어는 우리를 많은 생각으로, 또는 반성의 시간으로, 공감의 장으로 안내하는 평생동안 간직하고 친구처럼 생각하여도 지나치지 않는 벗과 같음을 새삼 느껴본다.

나는 예전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시절, 일기장 제출이 가장 싫었다, 방학숙제 일기장은 더더욱 싫었고 늘 그래왔듯이 나는 또 시 한편을 베껴쓰고 있었고 무려 일기장의 3분의 2를 시와 명언들로 들어 찬 일기장을 마치 소중한 보물인 양, 자랑스럽게 제출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많은 동지들이 나와 같이 제출한 덕에 맞지나 혼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 행복론에 담긴 한편 한편의 교훈이 마치 일기장에 쓸, 딱 그 모양새이다 보니 예전 생각에 웃음을 지웠고 이제는 이러한 좋은글을 보는 입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에 한번, 두번 읽어보게 되기도 했다.

인생에 있어서 배우게 되는 지혜란 두가지 방법이 있겠다. 하나는 직접 경험을 통해 아파가며, 또는 손해를 봐가며, 어땐때는 우정을 잃어가며, 비싼 수험료를 치른 후 얻은 지혜와 또 한가지는 책을 통한 간접적인 교훈으로 지혜를 얻을 수가 있겠는데 전자의 경우는 빠른 터득과 되풀이 되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그 반대가 아닐까 본다. 인생에 있어 행복에 대한 지혜와 교훈을 얻는 것이 아마 우리가 모르던 사이 두가지 모두 경험을 하며 습득해가지 않을까?

어제 책을 받아들고 바로 몇편을 읽었지만 다른 어느 두꺼운 책들보다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았다. 한편을 읽고 많은 생각과 마음에 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내 자신을 보며 너무 많은 세파에 물들었구나 하는 생각에 짜증과 씁쓸함까지 느껴봤다. 이런 행복론과 같은 책들은 큰 도서관, 아니 작은 도서관의 한켠이라도 자리잡아 행복과 사랑, 우정들의 주제로 한 국경을 뛰어 넘는 작품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그들의 힘든 마음과 다친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역할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말을 한다고 내가 메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니다. 아니 적당한 메너리즘에 빠져도 무방할 것 같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