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태 헛 시간만 낭비하며 살았다.
눈이 아프도록 시리도록 시원함과 청량감을 만끽했다...강.릉.에.가.고.싶.다.
가장 만만한 여행지, 강원도, 그 중에서도 강릉. 어린시절은 아버지, 어머니 손을 잡고 놀러간다는 기쁨에 몇 일 전부터 잠못 이루던 그때. 그리고 학창시절 방학때면 동무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던 그 시절들, 어여쁜 애인과 소중한 추억을 담았던 기억들, 그 애인이 지금의 아내이지만...사회생활때 야유회의 쓰디 쓴 추억, 딸아이와 함께한 강릉에서의 즐거웠던 시간들.
맞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나와 강릉의 인연도 벌써 30년은 족히 되어 간다. 30년지기 강릉에 도착하면 내 고향과 같이 아늑하고 이곳 저곳 남겨진 추억을 주워 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순원님의 '강릉에 가고 싶다'는 여행을 통해 가장 인기있는 그리고 저자의 고향이기도 한 강릉의 문화유산과 볼거리, 먹거리, 맛거리를 부럽기까지 할 정도로 자랑을 하고 있다. 아니 그 자랑이 부러울 따름이다. 책의 첫머리...여행을 떠나기 전 거실에서 여행준비를 하는 가족의 대화속에서 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어린시절의 추억과 또 한번의 부러움에 지금이라도 열일 제쳐 놓고 따라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책의 반이 사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글의 구성과 표현이 가족간의 대화 형식과 아내의 편지 형식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수필과 같이 여유로운 마음과 편안한 자세로 감상할 수 있게끔 표현되어 있는 부분에서 작가의 세심함이 돋보였으며 그 대화속에 '내가 함께'라는 의식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고...
그렇게 수십번을 넘게 갔는데도 왜 나는 강릉 경포호반과 오죽헌만 알고 있고 허균, 허난설헌 유적공원, 선교장, 신라의 역사가 담긴 헌화로를 모르고 있는 걸까? 고구려와 신라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강릉은 서울 면적보다 크단다. 동대문 밖 강릉(그만큼 살기 좋은 곳을 의미)이라고 불리울 만큼 세간에 유명했던 그곳을 많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노는 여행이라는 의식때문인지 그렇게 깊은 역사와 유산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잊혀진 채 살아온 것 같다. 나 역시 반성을 하고 강릉의 바지자락을 슬며시 잡아 보노라.
그 동안 못보던 관광지도 생겨났고 말로만 들었던 정동진이 어느 구석에 있다는 것도 알았으며 동예에서 고구려 땅이 되면서 불려진 이쁜 이름의 '하슬라'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배흘림 기둥이 일품인 객사문등 여행지 곳곳에 감춰진 역사와 문화, 먹거리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또 다른 강릉의 매력을 만끽했다. 딸아이 앞에선 좀 창피하기도 했지만...
새로이 지어져 생명을 얻고, 또 그 역사의 뒷 자락을 꼭 붙잡고 함께하는 관광유산과 기존의 깊은 문화 유산과의 조화속에 그렇게 강릉은 우리 마음속의 고향으로 자리 잡는다.
오랜만의 즐거운 여행이었고 몸은 벌써 가쁜해진 기분으로 너무 힘들고 머리 아픈 경제, 철학, 고전등의 책만 탐독할 것이 아니라 가벼운 도서지만 그 속에서 신선한 '폐'를 느껴 보기를 권장한다.
서평을 쓰면서 중간에 써 넣을까 아니면 맨 마지막에 써 넣을까 고민하던 것이 한가지 있다. 책속의 사진에서 나온 '동치미 막국수와 금진항에서 갓 잡아 올린 회 한접시' 약간은 허기진 배를 아우르고 달래며 손은 벌써 라면 봉투를 뜯고 있음을...
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