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책 속에 인류의 비밀을 감추다.

654페이지 대작이다. 내가 읽은 '나니아 연대기' 이후 가장 많은 분량의 책으로 그에 못지 않는 스케일이 엄청났다. 책을 받아들고 약간은 부담감으로 다가 왔지만 책의 간단한 소개를 접한 후, 꼭 읽고 싶었던 책이라 만족감을 느낀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읽은 책으로 수많은 충격적인 인류의 비밀이 담겨진 [비밀의 요리책] 이 책은 인류의 모든 비밀이 담겨져 있는 '비밀의 요리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스토리로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중세의 상황을 자연스레 연상하게끔 해 준다.

그 동안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진실이 담겨진 비밀의 책을 간직하고 있는 요리사. 그가 바로 이 비밀의 레시피를 지키고 다음세대에 넘겨줄 역할을 하는 '수호자'의 한 사람으로 또 각기 다른 비밀들이 담긴 요리책들을 간직하고 여러 곳에 퍼져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호자'들 중 한사람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 '비밀의 요리책'을 요리사로부터 넘겨받은, 지금은 자신이 수호자가 된 주인공의 옛 회상으로 시작된다.

사람을 상대로 한 실험을 통해 '불멸의 약'을 찾고자 하는 총독, 그리고 주인공을 아들과 같이 생각하는 요리사, 고아인 요리사 수습으로 들어와 많은 일들을 겪으며 다음 수호자로 비밀의 책을 넘겨 받은 주인공 루치아노, 이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마지막의 허무한 결말이 아쉽기도 하지만 2부가 나왔으면 하는 은근한 기대를 해 본다.

다음은 비밀 중 하나이다. 예수는 신의 아들이 아니라 우리 인간과 같은 인물이라는 것, 십자가에 못이 박혀 있는 예수, 그의 추종자인 로마병사가 못박힌 예수에게 약물(죽은 듯 하나 곧 깨어나는 약물)을 먹여 죽은것으로 위장했다는 사실, 이후 거짓으로 부활했다는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듯 이 책에 펼쳐보인다. 물론 허구이지만 이 책의 스토리에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니 대작의 역사 추리 판타지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저자의 문체가 눈에 띄는데 그녀의 나이가 예순이란다. 평소 작가가 되겠다는 소원이 2007년 발간 된 [비밀의 요리책]이 그 소원을 들어준 것. 인생여정 또한 많은 굴곡이 있었던 그녀의 삶을 통해서 얻어진 것들이 이 책을 집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향수]라는 책이 아닌 다른 책을 통해  비슷한 스토리의 내용을 가진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지만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그리고 내용의 구성을 엮어갈 수 있었는지 존경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다시 얘기하지만 끝부분이 너무 허무하다...ㅠㅠ

혹, 모르겠다 영화로 만들어 질 지는. 하지만 2007년 첫 출간 뒤 16개국에 수출되었다는 사실, 2009년 재판되었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지금도 이웃 나라에서 나 처럼 이 책에 몰입된 사람이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이탈리아 요리사인 아버지에게 그 영감을 얻어 만들어 졌다는 [비밀의 요리책] 글쎄다 내 딸도 아빠의 모습에 영감을 받을 일이 있을지...

 

 

비밀, 요리책

담담하고 섬세한 문체가 끌리는 소설.

많은 교양서적과 지식의 습득을 위한 책들로 그리고 무시무시한 철학과 관련 된 책등 그 종류도 가지가지 참 많다. 말이 나온김에 어느 온라인 서점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챡을 찾으려면 인문, 고전, 문학등 나열되어 있는 가지수도 수십가지. 다행이 제목이라도 알고 있으면 쉬우련만 책의 정보를 얻어갈라 치면 어느곳을 클릭해서 들어가야 할 지 망설여지는 때도 한두번이 아니다. 이러한 수 많은 책들의 홍수에서 그나마 좀 다른 문체의 책이 마음을 이끈다.

[유코의 지름길] 이 책도 역시 '오에 겐자부로상'의 수상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하듯 상을 탄 책은 재미가 없다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책이다. 서양 골동품 상점인 '후라코코'에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그와 주변의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생활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커다란 사건과 사고없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을 수 있는 트러블 없이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주변의 보통 사람들을 통해 행복은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것을 알아가는 주인공에 대한 연재 소설이다.

저자인 '나가시마 유' 덥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이지만 그의 필체에서 묻어나는 매력은 읽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으며 감탄마저 나오게 만드는 마술이 있다. 이 책에 잠깐 그의 소개가 너오는데 근처 도넛 상점에서 2시간 정도 집필하는 것이 일상의 하나이며 주제를 정하지 않고 생각나는 장면 부터 써내려간다고 한다. 강박관념으로 쓴다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각에 의해 써내려 간 글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점이다.

글의 표현이 너무 섬세하다. 섬세하다 못해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한편의 영화로 그려지는 느낌으로 그의 관찰력과 겉모습과는 다른 매력에 왠지 마음이 끌리기 까지 한다. 이 책에는 클라이막스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주인공이 만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의 표현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승화 시켰다는 점이 상당한 장점이라 하겠다.

마치 여성적인 감수성과 사물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에서 섬칫함까지 느껴 지지만 나카시마 유의 작품을 한번 탐독한 사람들이라면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킬 만 하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가? 바쁜 삶과 무료한 삶에는 모두 사람들과의 필연이든, 우연이든 인연이라는 것을 나누고 살아가지만 우리는 그것을 느껴보지 못하는 때가 거의 대부분이리라. 바쁘다는 핑계로 아프다는 핑계로 만남을 가볍게 생각하는 나 이기도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와 만남을 통해 그리고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은 것들을 통해 행복을 느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점은 글을 번역하신 이기웅님의 큰 활약, 원본에 충실한 섬세한 번역으로 막힘없이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 매우 만족한다.

 

유코, 지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