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람에 취해...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저자의 해박함과 걸출한 입담에서 문학과 한시, 붓글씨, 미술에 있어서 마치 최고인 듯, 아니 그것을 달관한 듯 집필한 수필에서 '장이'만이 가질 수 있는 끼를 느낀다. 마치 조선시대 관직을 포기하고 산속에서 내와 함께 그렇게 자연과 탁주를 벗 삼아 흥취에 빠진 선비말이다.
손철주 에세이 [꽃 피는 삶에 홀리다]. 과연 그 제목답게 나는 저자의 삶에 홀딱 반하고 만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나뉜 에세이 집으로 예사 엣세이 집과는 또 다른 향이 있다. 미술 칼럼니스트 다운 면모가 흠씬 베어있는 그 만의 고집과 정겨움이, 때로는 한시의 구절에서 나의 무식함에 두번, 세번 읽어보게끔도 하지만 그 풍류의 내면에는 순수함과 정겨움마저 흘러내린다.
1장 <꽃 피는 삶에 홀리다>에서는 사람과 음식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생의 희열과 삶의 소중한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브리지드 바르도는 짖어도 복날은 온다." 이 걸죽한 한마디가 그렇게 정겨울 수 가 없더라. 북한산 자락에서 지인들과의 보신, 그러나 그 만남을 통해 또 한번 그들의 솔직함과 담대함을 본다. 이중섭의 소가 맛있는 이유. 비유가 그렇게 재미있고 솔직하게 표현 될 수 가 없으며 이중섭의 '흰소'그림을 통한 익살은 배꼽을 쥐게 할 정도로 그저 그렇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삶에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간간히 보이는 농 속에 진담들이 속속 숨겨져 있는 매력적인 한마당이었다.
2장 <사람의 향기에 취하다> 충선왕과 부용, 일본의 역사 소설가인 시바 표타로, 근원 김용준, 전혁림 화가등을 통한 인연과 그리움등의 이야기는 감동과 통한을 느끼게 해 주기에도 충분하지만 실제 내 경우를 돌이켜 보면 그러한 인물들이 과연 몇이나 나올까, 그리고 나도 저런 경우가 있나, 결국 인간관계는 실패로구나 하는 씁쓸함을 맛 본다. 이 장에서도 작가의 역사적인 인식과 박학다식, 허를 찌르는 글 쏨씨와 미술에 대한 일가견, 즉 경지에 이른 사람과도 같은 모습에 더욱 저자 손철주에 대한 매력과 궁금증이 더해만 간다.
3장 <봄날의 상사를 누가 말리랴> 이 장에서는 시. 서. 화. 동서양을 넘나드는 미술에 대한 고찰은 최 고조를 이루며 미술 칼럼니스트 다운 날카로운 시각에서 백미를 본다 하겠다. 조선 도자기와 묵란도, 조선시대 춘화도, 콜몬들리 자매...한마디로 전문가 다운 면모를 볼 수 있는 장으로 이 방면에 문외한인 나에게 그냥 소홀이 넘어 갈 수 있는 부분이고 하지만 역시 그 굽이치는 이야기에 홀려 마음속에 남는 잔상은 그렇게 클 수가 없더라.
너무 궁금해서 손철주라는 인물을 검색해 보았고 왜 그리 인맥이라는 것이 질기고 또아리를 튼 수 마리의 구렁이 처럼 굵게 얽혀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를 아는 지인은 이 시대 최고의 명문장가 라고 말한다. 한시는 수천 수 외우고 있으며 인사동 어느 술집에 가면 매일 손철주 선생이 들려 분필로 한시를 휘갈겨 놓고 가기도 한단다. 인문학에 눈이 어두운 지인을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때로는 딸 이야기를 자랑하기도 하고, 할머니 얘기를 들려주기도 하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이 책 말고도 그가 집필한 스테디 셀러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와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가 있단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글을 꼭 다시한번 접해 한시와 꽃, 그림과 붓글씨, 한잔의 술이 있으면 잘 논다는 저자에게 밤새 사람향기 나는 이야기와 인생의 경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수려한 문체와 소박한 유머로 써 내려간 [꽃 피는 삶에 홀리다]는 사람과 한시, 그리고 그림과 시화를 통해 잔잔하지만 때로는 괴팍한 그의 속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데 덧 없음을 없애주는 공감가는 이야기로 손철주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마음속의 벗으로 삼아본다.
꽃피는삶,
손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