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갈라파고스 섬의 탄생과 쇠퇴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600만년의 갈라파고스 역사는 그 섬에서 생존했던 동식물들의 진화의 역사입니다.
갈라파고스 섬은 남아메리카의 에콰도르의 서쪽에 위치한 여러 섬들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입니다.
600만년전 바다밑의 화산이 점점 커져 폭발해서 섬이 생겨나게 된 것인데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용암이 식으면서 암석이 되어 점차 섬을 이루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흘러내리는 용암으로 인해 섬이 점점 커지고 더 커진거죠.
화산폭발이 자주 일어나는 섬에 맹그로브 씨앗하나가 바다로 떨어지면서 바닷물을 타고 섬에 뿌리를 내렸고 바닷새, 바다 이구아나들도 헤엄쳐 왔습니다.
이렇게 생명이 깃들기 시작하고 100만년이 지나자 섬은 더욱 커지고 화산 분출이 뜸해지면서 섬은 동식물들이 살기 좋은 곳이 되었지요.
200만년이 지나고 먼저 생긴 섬들은 화산활동을 멈추면서 점차 가라앉고 있었고 또 새로운 섬들은 솟아났습니다.
먼저 생긴 다른 섬에서 건너왔던 생물들은 또 다른 섬으로 건너가서 정착해 살아가게 됩니다.
바다이구아나,맹그로브,육지이구아나 같은 동식물이 그렇게 건너오고 또 건너가고 했습니다.
그동안 다른 섬들이 새로 생기고 커지고 합쳐지면서 아주 커다란 섬이 되었어요.
갈매기, 펭귄, 군함조, 사다새가 각각의 생태에 알맞은 곳에 터를 잡고 살게 됐습니다.
또, 100만년이 흐르면서 바다사자, 거북, 가마우지, 핀치가 섬을 찾아왔죠.
섬은 계속 조금씩 가라앉아가고 가뭄이 들었습니다.
식물들이 말라죽고 핀치가 먹을 만한 씨앗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어요.
섬에는 핀치가 먹기 힘든 커다란 씨앗들만 남았고 부리가 작은 핀치는 커다란 씨앗을 먹을 수가 없었던 거죠.
결국 먹지 못한 새들은 굻어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핀치보다 부리가 쪼금 더 커서 큰 씨앗의 껍질도 벗길 수 있는
핀치가 살아남게 되었고 부리가 큰 핀치만 후손을 남기게 된 것이죠.
가뭄을 견딜 수 있는 생명체만 살아 남아 그 유전인자를 후손들에게 남겨 더욱 지난 세대와는 다른 모습의 생명체로 진화하게 됩니다.
환경에 강한 우성인자만 살아남아 더욱 진화하고 필요없는 열성인자는 도태된 것입니다.
밤에 사냥을 시작하는 갈매기들은 눈이 점점 커져서 어두울 때도 잘 볼 수 있게 되었고 거북의 등딱지는 가뭄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모양이 변해갔습니다. 달팽이도 건조해지는 주변 환경에 점차 가늘고 뾰족해지고 가마우지는 깊은 바다에서 더 많은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도록 몸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다리 힘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가마우지를 잡아먹을 만한 천적이 없었기때문에 가마우지는 굳이 날아다닐 필요가 없게 되고 날개는 점점 작아지고 결국 아예 날지 못하는 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갈라파고스로 건너간 이구아나의 조상은 원래 초록색의 육지이구아나였어요.
그런데 갈라파고스에서 해조류를 먹도록 바다 이구아나로 진화하면서 몸의 색도 진한 회색으로 변하게 되고 갈라파고스의 고유종이 되었습니다.
수백만년동안 갈라파고스로 찾아온 생물들은 이 섬 저 섬으로 퍼져나가면서 서로 다른 섬에 정착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이렇게 갈라파고스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한 갈라파고스만의 고유종은 식물이 200종, 조류,파충류,포유류는 130종이 넘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많은 섬들이 가라앉고 오래 전 사라진 섬에서 살았던 동식물들의 후손들이 열다섯개 정도의 섬에 살아남아 갈라파고스의 고유종이 된 것입니다.
갈라파고스의 고유종은 몇백만년을 견디고 살아오면서 바뀌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진화해 살아남은 강한 생명력의 소유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윈의 < 종의 기원 >도 갈라파고스에서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창조된 후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고 믿었는데 다윈은 생물 종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혁명적인 자연선택설을 발표했습니다.
다윈의 학설을 창조론과 진화론의 충돌로 보는등 많은 논란이 있지만 < 종의 기원 >이 창조론을 부정한 진화론에 근거를 두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작점이 없는 진화는 있을 수가 없고 다윈 자신도 종의 시작은 상상에 의거해 추측할 수밖에는 없으니까요..
창조된 생명체가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고 이해하는 편이 더 옳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보는 중에 딸이 다가오더니 책의 한장면을 설명해 줍니다.
새 한마리가 물고기를 물고 날아가는데 군함조가 나타나 꽥 소리를
질러 놀래키니까 놀란 새는 입에 물고있던 물고기를 떨어뜨리고
떨어지는 물고기를 군함조가 재빨리 채간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연결된 그림을 자세히 보지는 않았는데 그림 속에 그런 스토리가 숨어있더라구요..
그리고 갈라파고스의 갈매기는 원래 머리가 하얀색이었는데 밤에 사냥을 하려고 머리는 검게 되고 눈은 커졌다는 것도 설명해주더군요,^^
역시 아이들의 눈썰미는 어른들이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거 같아요..
안보이는 물건 찾으라고 하면 그렇게 못찾는 아이가 책속의 작은 부분까지도 집어내는걸 보면 참 희안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스콜라의 똑똑한 그림책의 첫번째 책인 < 갈라파고스 >는 지식과
이야기가 있고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진 대단한 책입니다.
사실과 지식을 근거로 매혹적이고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써내려간
지은이의 탁월한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갈라파고스의 바닷가 모래사장에 누워 있는 한 마리 바다사자가 되어 어디로 가면 좋을지 상상한다는 옮긴이의 즐거운 에필로그가 인상적입니다.
갈라파고스는 진화에 대해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상상력을 불어넣어주는 특별한 섬인 동시에 보물지도에 있으면 어울릴만한 그런 보물섬입니다.
매혹적이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지은이와 옮긴이의 상상속에서 많은 어린이들도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즐거움을 찾게 되길 바랍니다.
갈라파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