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라는 거창한 장식을 업고 있는 이 책. 얼마나 대단한거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 자체가 우선 다르게 다가왔다. 우선 열 쪽쯤 읽었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을까, 아님 이대로 그냥 덮어버릴까 망설였다. 유독 외국인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누가 누군지 헷갈려서 다시 이름 중심으로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다가 작가의 이름 또한 생소했다. 그리고 그만큼 빠져들게 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읽는 사람을 집중하게 하는 책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처음에는 불쌍한 ‘마리암’. 나쁜 ‘나나’. 그래도 ‘잘릴’이 있잖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1장이 넘어가면서 이 책이 소설이면서도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이 한국에서 태어났음을 감사하며 읽어나갔다. 그리고 등장한 ‘라일라’. 그녀는 또 누군가?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옴니버스식 소설인가,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마리암의 눈으로, 또 라일라의 눈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었다.

 역사에는 깜깜했기 때문에, 이 책이 때때로 약간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마리엘과 라일라의 삶 속에 빠져들고 말았기에 어려운 역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시에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너무도 최근의 역사이고, 현재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놀랐다. 낯익은 이름은 부시와 빈 라덴의 이름도 종종 등장해 있었다.

 열세 살에 마흔이 넘은 남자에게 시집가야 하다니. 얼굴을 친친 동여매고서야 밖에 나갈 수 있다니.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시를 쓸 수 없다니. 여자는 병원에 갈 수 없고, 남자 없이는 집밖으로 나오지도 말라는 법이 세상천지에 있단 말인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철저하게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아프가니스탄의 현재가 ‘충격’말고는 달리 표현할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도 비인간적인지, 어쩌면 이렇게도 자유가 억압되어 있는지...

 라일라와 마리암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라시드를 내 손으로 없애주고 싶을 뿐이었다. 이렇게 잔인하고 인정 없고 위선적인 사람이 또 있을까... 그리고 나의 소망대로 라시드는 없어짐을 ‘당한다’. 통쾌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조금 더 일찍 없어졌더라면 좋았을 것을.... 타리크가 조금 더 일찍 나타나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결국 마리암은 모두를 위해 -딸처럼 사랑한 라일라와, 그녀와 타리크 사이의 딸 아지자, 그리고 그녀와 라시드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잘마리- 희생을 선택한다. 그냥 다 같이 도망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랬더라면 마리암도 좀 더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만, 마리암은 희생을 선택하는 그 순간 행복을 느꼈을 거라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다.

 그렇게 마리암은 그들의 마음속에 찬란한 태양으로 남았다. 벽에, 책에, 담요에, 시편에, 연필에, 기도에, 그리고 라일라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다네.

 멋진 말이다.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도 남아있을 구절이 아닐까 싶다.

 내게 있어 찬란한 태양은 무엇일까?

 나도 누군가의 찬란한 태양으로 남을 수 있을까?    

 

 아직 뉴욕이란 도시에 가본 적은 없다. 뉴욕이라고 하면 유명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도시라는 것, 패션의 집결지이자 세련됨의 대표적인 도시라는 것, 또 커리어우먼들이 살고 있는 도시라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다. 뉴욕하면 우선은 탄성부터 나왔던 나였다. 그리고 이 책을 접했다. 지은이 소개 코너에서 무용을 전공했다는 것을 읽고 작가도 아닌데 대체 뉴욕에 대해 뭘 쓴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 뉴욕 여행 후 사진이나 잔뜩 실어놨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책을 다 읽은 소감부터 말하자면, 뉴욕에 대해 품고 있던 나의 환상은 이 책으로 인해 완전히 깨져버렸다. 깨졌다는 말이 부정적인 것으로만 느껴지지만, 이 느낌은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이 책의 표지에도 써져있듯이 뭔가 구석구석부터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이다.

 우선 이 책에는 많은 사진들이 실려 있어서 뉴욕에 한 번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금방 그 도시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잡지나 인터넷에서 봐오던 화려하고 다채롭기만 한 뉴욕 도시의 사진들뿐만 아니라, 지하철이나 구석구석의 골목 등 곳곳의 사진이 담겨져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백화점 앞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친구랑 수다도 떨고 책을 보거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보이기는커녕 자연스러워 보였고 오히려 활기차 보였다.

 멋진 곳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할 수 있었고, 또 그만큼 뉴욕이 완벽한 곳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뉴욕의 지하철이 그렇게 낙후되어 있는지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새삼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게 작은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던킨도너츠나 배스킨라빈스의 상점을 보고는 많이 반갑기도 했다. 마치 뉴욕 여행 중에 한국 사람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뉴욕 다이어리>>는 뉴욕의 풍경을 담고 있다. 화려한 풍경부터 소소한 일상적 풍경까지 담아낸 이 책을 통해 짧은 뉴욕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뉴욕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심어준 책으로 남았다. 

 

 <절벽에서 젖소를 떨어뜨린 이유> 이 제목만으로도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장르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독특한 제목에 끌렸다. 부제라고 한다면 ‘나를 변화시키는 전 세계 우화 총집합’.  아! 세계의 우화들을 엮은 책이구나! 우화집임을 알게 되었고, 책의 제목이 지어진 이유가 궁금해 바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우화집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혜와 사랑, 믿음과 인생으로 각각 나누어져서 그 안에 여러 가지 우화들이 읽혀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60여 편의 우화가 실려 있는데, 각 우화들 하나하나는 나름대로의 가치 있는 교훈과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음, 재밌네. 하는 흥미를 주고, 이런 우화가 어떤 교훈을 이끌어내 주는지도 함께 알 수 있어서 일석이조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절벽에서 젖소를 떨어뜨린 이유’는 읽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주기 위한 우화였다. 스승과 제자가 우연히 어느 농장에 들르게 되었다. 농장 가운데에는 낡은 집이 있었고, 세 아이와 그들의 부모가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젖소 한 마리가 있었고, 그 젖소에게서 우유와 치즈, 버터를 만들어 생계를 꾸려나가고 그에 만족해 살고 있었다. 스승은 제자를 시켜 그 젖소를 절벽에서 떨어뜨리게 했다. 몇 년 후, 제자가 그 농장에 다시 들렀는데, 상상도 못할 만큼 아름답고 화려하게 변해 있었다.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고 제자는 집주인에게 사연을 물었다. 집주인은 젖소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바람에 당장의 생계를 위해 농장에 허브와 채소를 심고, 나무들도 심고, 면화도 재배했다고 말했다. 그 뒤 수확기 때가 되자, 채소와 면화는 넘칠 만큼 풍족해져서 도시에 팔았고, 결국 지금의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집주인은 그 때 젖소가 절벽에서 떨어진 게 이제와 생각하니 참 다행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이 우화는 끝이 난다. 한 가정에 닥친 위기가 삶을 바꿔 놓은 것이다. 이 우화가 읽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바로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는 것이다. 더 멀리 보는 지혜를 갖는다면 반드시 더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하는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실수이다.

 한 편의 우화를 읽고 나면, 함께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어 자기 개발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야기 탈무드 같은 책들과 비슷한 구성으로 책이 전개되고 있다. 우화들 중에는 어렸을 때 들어온 이야기들도 들어 있어서 읽으면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고, 책으로 읽으니 감회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화들이 주는 교훈은 새롭거나 탄성을 자아낼 만한 것은 아니었다. 부지런해야 한다든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든지, 쉽게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의 당연한 것들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주려는 교훈과 우화를 억지로 맞춘 듯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어떤 부분에서는 식상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알지라 카스틸유가 이야기들을 엮은 것이기에 완벽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계의 우화들을 책 한 권으로 엮어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당연한 교훈이더라도, 그냥 알고만 있는 것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돌이켜 보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이 우화집은, 독자들에게 생각을 머릿속에만 담고 있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 볼 것을 이끌어주려는 목적에서 엮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그런 엮은이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다. 비록 거창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적용하고 실천하나면 충분히 나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용서하라. 먼저 용서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용서하라. 용서하지 못해 하루를 망치지 말라.     - 경행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