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 온다 리쿠, 온다 리쿠.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유명한 온다 리쿠의 소설이었다. 그것도 그의 대뷔작. 나는 일본 소설에 별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라, 이 책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표지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스산함. 하지만 ‘책 소개’를 통해서 학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었나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에피소드라고 하기에는 크고 무거운 오싹한 괴담의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표지에서 제대로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건데. 늦은 밤 읽기 시작한 책은 100쪽을 넘기기 전에 접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밤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들면서.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이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런 책, 무섭다. 쉽고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지만, 그 아래에는 의미심장한 의의와 주제를 깔고 있는 소설, <여섯 번째 사요코>를 읽기 전에는 다른 책들만큼의 기대를 안 한 탓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일본 소설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무거움이 담겨 있다고 느껴졌다.

 나는 일본의 문화와는 친하지 않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가지고 여자인지, 남자인지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해 어려웠다. 이 책 역시 성별을 가리는 문제의 해결은 책의 중반쯤에 가서야 가능해졌다.

 ‘사요코’라는 이름과 결코 ‘빨간’이 아닌 ‘붉은’ 꽃다발, 그리고 열쇠와 괴담. 온다 리쿠는 이 소재들로, 소재들의 조합으로 소설을 풀어나간다, 무섭게, 그리고 천천히.

 나라를 떠나서, 어느 학교에나 괴담은 존재하나보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괴담과, 괴담이 주는 공포의 존재는 학교를 다니는데 있어 좀 더 다닐 맛(?)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 같다.

 괴담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아니다. 어느 나라나 입시 문제는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실도 알게 해주었고, 그런 학생들의 답답함과 막막함까지도 함께 다루어, 입시를 겪어온 내게도 공감할 거리를,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기억을 더듬어볼 거리를 주었다. 

 학교란 얼마나 이상한 곳인가.

 같은 또래의 수많은 소년소녀들이 모여들어

 저 비좁은 사각교실에 나란히 책상을 놓고 앉는다.

 얼마나 신기하고 얼마나 유별난,

 그리고 얼마나 굳게 닫힌 공간인가.

 

 교복을 입고 있으면 늘 생각했었다. 학교는 철창이 없는 감옥이라고. 나만의,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게 어쩌면 좀 반갑게도 느껴졌던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다시 찾아오는 것을 읽어나가면서 여섯 번을 거듭하고 있는 사요코가 쳇바퀴를 돌고 있던 다람쥐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에 대한 궁금증도 풀려나가면서, 추리소설이라고까지 한다면 약간 억지스러움이 있는, 약간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도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지만, 거부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온다 리쿠의 팬이라고 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본 소설 마니아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그만큼 이 소설에 푹 빠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팽이는 말이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지 않으면

 똑바로 돌 수가 없고,

 그렇다고 너무 빨리 돌리면

 위치가 어긋나버리지.

 하지만 반듯하게 돌고 있는 팽이는

 누가 뭐래도 강한 법이다.

 밖에서 돌이 날아와도

 튕겨낼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