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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이 책 <마담 보바리>나 <오셀로>를 가지고 재구성한 소설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니까 장르는 소설이라고. 그러나 빗나간 나의 예상은 표지를 구석구석 보지 않은 내 탓이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학 속에 생물학과 과학을 접목시켜 새롭게 해석한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명으로, 부녀관계라고 한다. 나도 언젠가 아빠와 함께 책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고, 이 책의 저자가 부럽게만 느껴졌다.

나만의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읽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보다 더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소설에서 찾은 연애와 질투, 간통의 생물학을 다루고 있다.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1장에서는 소설에 나타난 인간본성에 대해 설명하며 저자가 문학에 생물학을 어떻게 접목시키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밝히고 있다. 2장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생물학과 문학의 만남에 대해 서술해 나간다. 첫 번째로 남성의 성적 질투를 다루는데, 소설 <오셀로>와 <위대한 개츠비> 등을 그 예로 제시했다. 3장은 여성이 원하는 것을 탐구하는 장으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해내었다. <오만과 편견>, <엠마>,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등을 근거로 내세웠으며,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의 주장까지도 그 인용을 서슴지 않았다. 4장은 3장과 대조적으로 남성이 원하는 것에 대해 다루면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러셀 뱅크스의 <대륙 이동> 등을 분석하고 있다.

5장에서는 드디어 마담 보바리가 등장한다. 간통의 생물학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생물학적으로 분석했다. 이 소설뿐만 아니라, 마르셀 프루스트의 <스완네 집 쪽으로>, 셰익스피어의 <사랑의 헛수고> 등도 언급만 된 소설들보다는 깊이 분석했다. 그리고 실제로 생물인 ‘흰 눈썹울새’의 습성을 예로 들고 있다. 6장에서 저자는 혈연과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윌리엄 포크너의 <소리와 분노>, 바버라 킹솔버의 <포이즌우드 바이블>, 루이자메이올컷의 <작은 아씨들> 등 많은 책들이 짧게 언급되며 피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7장은 신데렐라 신드롬이라는 제목으로, 의붓자식들의 투쟁을 다루었다. 반가운 시리즈인 <해리포터>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등이 월트 디즈니의 ‘신데렐라’와 함께 엮이어 설득력 있는 주장의 근거가 되었다. 꽤 많은 생물들도 등장하는데,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살로 제 뱃속을 채우는 아프리카산 거미 ‘스테고디푸스 미모사룸’, 다른 새끼가 자기 젖을 먹으려고 하면 깨물어 죽이기도 하는 ‘암컷 코끼리 바다표범’, 자신의 자식만을 끔찍이 아끼고 돌보는 ‘멕시코 큰 귀 박쥐’와 ‘산 유리새’ 등이 그들이다. 8장은 부모자식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호밀밭의 파수꾼>,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반가운 소설들이 등장했고, 그런 갈등을 긍정으로 표현하는 소설인 존 밀리건 싱의 <서쪽 나라의 멋쟁이> 같은 소설도 언급했다. 그리고 마지막 9장에서는 <삼총사>와 <생쥐와 인간>을 중점적으로 분석해 호혜주의와 우정에 대해서 생물학적으로 다루고 있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나 흡혈박쥐의 습성을 들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렇게 9장을 마지막으로 해서 저자는 다윈과 문학과 생물학과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문학을 접할 때, 아니 책을 읽을 때 과학적인 지식을 약간이라도 가미해보라는 말을 남기면서 끝을 맺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인오스틴의 소설을 깊이 있게 분석한 3장과 부모자식간의 갈등을 소재로 쓴 소설들을 연구한 8장, 그리고 호혜와 우정을 집중적으로 다룬 9장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소설을 이런 식으로 소재에 따라, 그리고 그 소재의 생물학적인 관점에 따라 분류해보는 것도 아주 새롭고 재미있는 연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문학을 분석하게 되면, 그 속에서 오랜 과거부터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인간의 본성과 전통까지도 파악하기 쉬운 것 같다. 고전 작품부터 시작해 현대 문학까지 분석한 결과를 보면서,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그 인간의 내면적인 것들은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그 두께만큼이나 묵직한 책이다. 실제로 책 자체는 가볍지만, 책 속에 들어있는 내용의 무게가 묵직하고 든든하다는 말이다. 45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읽는 데 시간만 조금 더 걸렸을 뿐,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장마다 다른 주제를 담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기도 했고, 정말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소설들이 언급되었기 때문인 것도 같다.

매일매일, 그게 한 줄이 되더라도 꼭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를 읽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작품들만 읽어도 꽤 많은 시간, 아니 세월이라고 표현해야 더 어울릴 만큼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언급한 소설들의 이름만을 적어놓기도 했고, 줄거리를 몇 줄 정도로 요약해주기도 했으며, 본격적으로 분석한 소설에 대해서는 줄거리와 분석을 함께 길게 서술하기도 했다. 정말 많은 소설들의 이름 속에서 헤매면서, 어지럽기도 했고, 이 많은 소설들을 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독서의 길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모두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얕게나마 지식을 쌓아 머릿속 어느 한 곳을 채운 느낌이 들었다.

나는 생물학에 관련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던 이유는 작가의 친절함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부감부터 일 수 있는 학문의 분야를 그보다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학 속에서 분석해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어 읽으면서 고마운 마음까지 생겼다.

그리고 번역가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느낀다. 물론 문학작품을 번역하는 데에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서적에 대해서는 더 많은 관련지식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번역을 맡으신 분은, 그런 관련 지식은 물론이고, 직접 발품을 팔아 공을 들인 흔적을, 책장마다 달려있는 각주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제인 오스틴 작품은 한결같이 적당한 배우자를 찾는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

누군가를 배우자로 선택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배우자로 선택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성 선택에 있어 여성중심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수컷들이 주로 폭력적인 동성 간의 경쟁에 집중하는 반면,

암컷들은 성 선택에 있어 조건을 까다롭게 따져야하는 경우에 오히려 칼자루를 쥐게 된다.

와! 맞아!

하고 공감이 가게 만든 작가의 제인 오스틴 작품 분석이 뼈 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 몇 줄 적기로 한다.

제인 오스틴이 남긴 여섯 편의 소설은 오늘날 하나같이 유명해졌다.

각 작품에서 독자는 여주인공에게 가장 이상적인 배우자감이 누구인지를

곧바로 짐작하게 된다.

물론 다른 인물들도 여럿 등장하지만,

그들은 좋은 배우자가 되기에는 뭔가 심각한 결점을 하나씩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