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

이 책을 다 읽은 시간도 밤 시간이다. 거기다가 장마비가 오는 밤에는... 그래서 우울하기만 하다.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 우울한 내용으로 인해 마음이 우울하기만 하다. 이야기 속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누구나 우울한 그 분위기에서 헤어나지를 못할 것 같다. 주인공의 직업은 교도관이다. 예전에 직장에서 지냈던 회사 동료 중에도 교도관 출신이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도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어색한 웃음 띤 얼굴이 생각이 난다. 아무리 그래도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범죄자들과 같이 있다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범죄자들 중에는 사형수(야마이 류지 같은)가 있을 테고, 주인공을 난폭한 사람으로 변하게 만든 사쿠마같은 범죄자도 있다. 그 안에서 어찌 우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박성원 교수의 해설을 첫 문장을  읽어보면 이런 말이 있다. “여기 세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다. 다른 한 사람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을 제압하고, 죽이기 위해 끌고 가는 사람이다. 마지막 사람은 죽지 않으려는 자와 죽이기 위해 끌고 가는 자를 지켜보는 사람이다.” 이 세 사람의 유형이 이 소설 속에 다 나와 있다. 이 세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해설에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직업이라는 말도 함께 했다. 그렇다. 직업에서 윤리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교도관이라는 직업. 주인공이 심적으로 느끼는 것을 온전하게 느낄 수는 없지만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 같다. 더군다나 13년 전 자살한 친구의 노트의 내용이 더 주인공의 마음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그 친구와 마음이 맞는 것이 많아서 대화도 많이 나누었다고 했는데. 어떤 사람이라도 그와 같지 않을까. 여기에 하나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어렸을 적 주인공이 들었던 말이다. “자살과 범죄는, 이 세상에 지는 거라고!” 나중에 가서야 원장이 주인공에게 해준 말이었다. 처음에는 원장이라는 말도 없어서 누굴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문장은 만화의 기법 하나가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어두운 방 안에 달빛이 비추는 데 유독 그 사람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고, 어린 주인공의 얼굴은 달빛에 비춰져서 보이는 그림말이다. 주인공이 이 말을 듣지 못했다면 아마 교도관이 되어 사형수인 야마이 류지에게 많은 것을 들려주지도 보여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실 그것보다는 이 말 자체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도관인 주인공은 야마이 류지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는 쓰레기라고 하지. 수많은 사람이 어서 죽으라고 하는 녀석이고, 정말 최악의 인간인지도 몰라. 하지만 네가 어떤 인간이건 나는 네 뒤를 봐줄 거야. 네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거고, 이 세상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려줄 거야.”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한 것이 그가 원래 휴머니즘이 있는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남자를 발로 차면 왠지 기분이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는 말에서처럼 휴머니즘이 있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어렸을 적 원장을 따라하고픈 마음이 생겼기에 야마이 류지에게 저런 말을 하면서 책과 음반을 맡기고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