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알게 된 김선우 작가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가르며 여행을 다녀왔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 다녀온 여행이 아닌 여행이었다. 무엇인가를 버리기 위해서 다녀온 여행이었다. 삶의 권태로움, 나태함, 피곤함, 상처들. 말로 다 할 수 없는 삶의 지겨움과 찌꺼기들을 묻어버리고 재충전하기 위해 다녀온 여행이었다. 시끄러운 여행이나 겉으로 드러나는 즐거움은 없었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다녀온 여행이었다. 지금 나는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오로빌에서 다시 돌아온 것은 몇 시간 전이었다. 시차 적응을 하기 위해 이 새벽에 이렇게 그곳에 다녀온 느낌을 몇 자 적어본다.
그녀(김선우)를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그녀의 책 『캔들 플라워』를 통해서였다.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녀를 알게 되었고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녀와 이번 여행에 1등 공신인 작품이 바로 『캔들 플라워』였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조오금 많다. 하지만 누나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거 자랑하고 싶지 않다나 뭐라나. 음.
아무튼 그녀는 『캔들 플라워』외에도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아직은 접해보지 않았지만 곧 만나볼 생각이다. 그녀와 함께 한 오로빌 여행을 통해서 그 전보다 더 반해버렸기 때문이다. 뭐랄까? 인생의 깊이를 아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야 할까? 나의 정신세계까지 더 깊어진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 이런 좋은 느낌의 사람을 만나기는 오랜만이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착하다는 말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이 인생의 깊이가 깊은 사람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사람이 김 선우 작가이다. 지금은 뭐 하실까? 피곤해서 주무시고 계실까? 일거수일투족 다 알고 싶어지는 분이다. 하지만 나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 일거수일투족 알려고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오로빌로 가기 위해 나는 김선우 작가와 인천공항에서 만나 예약이 되어 있던 보딩티켓을 끊고 기다렸다. 아**나 항공편을 이용해서 한국을 떠났다. 그 동안 지쳐 있었던 나는 비행기 탑승을 하면서 잠에 빠졌다. 첸나이 공항에 도착한 것은 밤 1시였다.
그녀가 말하기를 3년만의 인도라고 했다. 내가 아는 인도는 지저분함, 갠지스강, 불교, 그리고 나의 인도인 프로그래머 파트너였다. 이번에 나의 프로그래머 파트너에게 인도에 간다는 말을 했다. 그렇더니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역시 그 나라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입국장에서 그녀의 이름을 쓴 표지판을 발견하고 표지판을 든 택시 운전사의 안내로 오로빌로 출발했다. 오로빌은 다른 세상이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길치 김선우씨. 하지만 그의 변명이 걸작이었다. 이런 건 배우고 싶다. “길을 잃어도 결국은 집을 찾게 될 것을 알고 있는 나 같은 몽상가가 조급히 서둘 이유는 없다.” - p. 38 - 맞는 말이다. 무슨 관광을 하러 온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렇지만 김선우 작가에게 한 가지 선물을 한다면 흐~ 흐. 네비게이션을 선물해 주고 싶다. 화 안 내시려나? 놀리는 거 아니냐고 막 따지면서 나를 몰아세우시는 것은 아니겠지.
그녀가 이상해졌다?
아! 오해하지 마시길. 그녀가 갑자기 붙인 취미 때문에 이런 생각을 잠깐 했지만 나도 따라하기 시작했으니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녀는 오로빌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미소 짓기’에 재미를 붙였다. 나도 그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아마 그녀와 나의 그러한 모습을 누가 봤다면 아마 ‘꽃 꽂은 사람들’ 아니야?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믿기지 않겠지만 절대로 미치지는 않았다.
예술 -
나는 그곳에서 예술이 뭔지도 깨달을 수도 있었다. 생활과 예술에 대해서 깨닫고 와서 참으로 기뻤다. 아마 김선우 작가가 그곳을 방문한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로 들 수 있지 않았을까.
오로빌은 어떤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알게 되었다.
그 외에 외로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알게 되고 듣고 돌아올 수 있었다.
오로빌에 버리고 온 것보다도 가지고 온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지금 한국이지만 - 오로빌에서 돌아온 지금 -
나는 언제든 떠 떠나고 싶다.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오로빌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 꿈을 또 꾼다. 아니 매일이라도 꾸고 싶다. 오로빌에는 내가 버린 삶의 권태도 있고 상처도 있는 소중한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