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기회만 되면 심리학 관련 도서를 많이 접해보려고 한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겪게되는 여러 감정들 안에 놓인 심리적인 갈등.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 같다. 타인의 심리 이전 본인의 심리에 대한 고찰을 가져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은 작가 김형경이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이기도 하고, 그안에서 만나게 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심리학 책이기도 하다. 많은 심리학 도서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 느낌이 지금까지 읽어본 심리학 책과는 달리 묘했다.
책을 읽으면 심리적인 접근을 나로부터 시작해 본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 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를 보고 '친절하다', '착하다', '배려심이 많다'고 한다. 물론 인정은 하지만 가끔씩은 타인이 바라보는 그 '착하다'는 잣대에 화가 나기도 한다. 누가 착하게 살라고 해서 산 것은 아닐진데, 스스로가 만들어 살아가는 그 착함에서 오는 성장통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왜 착하게 살려고 할까? 또 그렇게 살지 않으면 왜 더 힘이드는걸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심리, 그런 행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느끼는 자기 마음에 닿는 것 같았다. 그것은 중독에 취약한 사람의 특성이기도 했다. 122p
인정할 것은 깨끗이 인정하기로 한다. 그렇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 나는 기뻤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끊임없이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음 마음이 내재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는것에 나를 찾아 주는것에 나를 이뻐해 주는것에 어느세 중독이 되어 있었는지도. 지금은 누군가 내가 싫다고 하면 '그래' 하고 제법 쿨하게 넘기는 단단한 마음이 생겼지만, 어릴적에는 누군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타인에게 과잉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눠 설명한다. 상대에게 사기를 치는 사람, 자기 자신에게 사기 치는 사람.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상대방으로 부터 돌아올 호의를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면서 그것에 대해 보답을 하는지 지켜보는 무서운 속성이 있다는 후자, 그래서 전자보다 더 문제가 된다고 전한다. 나 또한 그런 심리가 어느정도 내재되어 있음을 느낀다. 과잉 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를 위하는 마음 이전 본인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호의를 베풀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적인 부분이 유아기에 그 감정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형성된다고 하는데, 어느정도는 공감하게 된다. 사람은 사랑만 제대로 해낼 수 있다면 인간 정신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한다. 유아기 때 뭣보다 중요한 것이 사랑인 것 같다. 모든 심리적인 부분이 이럴적 환경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지만, 심층적으로 풀어나가는 책의 내용이 참 좋았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으나 다른 심리학 도서를 좀 더 접해보고 다시 읽어보면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람풍경,
김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