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는 말은 론리니스loneliness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은 솔리튜드solitude이다." 

 

아주 가끔씩 그런날이 있다. 누군가와 미치도록 통화가 하고 싶은 날. 핸드폰 열어 한명 한명 전화번호부를 훌터 내려가며 멈춰선 곳, 잠시 고민을 하고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몇명과 통화를 끝내고 나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함이 거침없이 몰려 올 때가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한 론리니스라는 것이 이처럼 대중속의 공허함 또한 그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혼자였던 적이 없다. 세상의 빛을 보기 전에는 엄마 뱃속에서 열달동안 엄마와 함께 했고, 응애 응애 하고 태어나서는 가족이던 누군가와 함께하게 된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 졌을지도 모르겠다.

 

참 아이러니 한게 인간은 혼자 있어도 외롭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가족이 됐던, 연인이 됐던, 친구가 됐던 어떤 관계가 형성되었다 할지라도 우리곁에 늘 공존하는 것이 있다면 외로움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는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여럿 등장하고, 그들의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이 단편 소설 형식으로 담겨있다. 각각 진행되는 이야기에는 외로움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등장 하는 인물들은 서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책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혼자인 사람은 없다. 남자 친구가 있고, 여자 친구가 있고, 남편이 있고 부인이 있고 자식 있고, 가족이 있음에도 각자의 일상에서 모두들 외로움을 느낀다.

 

'참 못됐다' 라고 느껴지는 설리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측은했다. 어릴적 겪었던 아버지의 배신(?)이 어느한켠 트라우마로 남아 연인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끊임없이 확인하려 한다. 그런데 그런 확인의 과정에서 연인에게 상처를 내고, 더 나아가 본인에게 상처를 내는 것임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결국 홀로 남겨진 시간에야 비로소 그것을 깨닫게 되고, 지난 과거의 론리니스에서부터 해방되어 솔리튜드로 나아가게 된다.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독자는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이 론리니스인지 솔리튜드인지 알게 될 것이다. 론리니스였던 과거의 나에게 위로가 되고, 솔리튜드에 가까운 현재의 나 또한 위로를 받게 된다. 꽤 오래 혼자였던 시간 자신과의 소통을 늘려감에따라 대중속에 갇혀진 모습 이외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극심한 외로움을 느낄때가, 누군가와 소통이 안될 때이다. 그 대상이 가까운 사람이면 그 외로움은 배가 되곤 한다. 그런데 우리는 타인과의 소통을 하기 이전, 본인과 먼저 진정한 소통을 하였는지 생각해 볼 필요성을 갇게 된다. 사실, 소통의 부재는 내가 바라는 곳에 타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없기 때문일 때가 많다.

 

<재미>라는 책을 통해 한상복이라는 작가와 첫만남을 가졌다. 그때도 소소한 일상에서 잔잔하게 전해져 오는 감동에 위로를 받았었다. 이 책도 그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인간의 불치병인 외로움, 죽을때까지 가지고 가야할 병이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할 것인지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다.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것도, 온전히 본인이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내가 보고 듣고 몸소 겪은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결코 아는 것이 아니다. 알 것 같은것에 불과하다. 론리니스에서 솔리듀드가 되는 경계 사이에도 분명히 과정이 존재한다. 그 과정에 도움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 그 과정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지금외롭다면잘되고있는것이다, 한상복, 위즈덤하우스

<타잉>제목부터가 궁금증을 유발했고, 간단한 검색을 해보니 플라이 낚시에 대한 소설이라 더욱 그러했다.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어릴적 아부쥐와 종종 사냥도 가고 논두렁에 미꾸라지나 개구리를 잡으러 가고는 했는데, 그런 추억중에  하나가 낚시였다.  그것이 무슨 낚시인지도 모르고, 물고기 하나 직접 잡아보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찌를 지켜보았던 기억, 낚시 줄을 휘휘 던져 낚시꾼 흉내를 내 보았던 기억, 어쩌다가 한마리 잡고서는 방방뛰고 난리를 쳤던 기억, 이 소설은 그런 어릴적 추억을 자아내게 했다. 한국소설중에 담백하고 재미나게 본 책중 한권을 꼽으라면 완득이가 있는데, 장르가 다른 환경 소설이긴하지만 지방기없이 담백하고 읽는내내 재미있었던 공통점이 있다.

 

현재 출판되는 도서의 성향을 보면 시대의 흐름을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의 초판 발행일은 2007년이다. 물론 지금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환경의 심각성이 대두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각종 영상매체나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까지 보여주려 함은, 그만큼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기 위함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환경생태의 심각성을 사계절 산간 계곡의 매우 차가운 물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흰 반점이 아름다운 전설의 곤들매기라는 물고기와 플라이 낚시라는 소재를 통해 보여주려한다.

 

사건은 환경생태보호 대상인 다양한 희귀종을 찾아내어, 그것을 고가의 돈을 받고 거래하는 전문 사냥꾼을 은백이라는 형사가 추적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다 이미 오래전 멸종이 되었다는 전설의 곤들매기라는 물고기를 내린천의 한 지류에서 발견하게 되고, 그 기사를 통해 범인을 잡는데에 실말이를 찾게 된다.  그 후 곤들매기가 서식할만한 그곳으로 전국의 내로라하는 플라이 낚시꾼외 생태 전문가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플라이 낚시꾼으로 가장하여 희귀종 전문 사냥꾼들 일행에 합류하는 은백 형사, 말이 없지만 행동으로 그 카리스마와 실력을 보여주는 어릴적부터 낚시 매니아였던 플라이 낚시의 대가 타이맨, 플라이 낚시의 미끼로 쓰이는 타잉의 전문가 메이, 일본 플라이 낚시대회의 우승자이며 승부욕이 강한 박프로,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내린천의 깊은 산속을 손금 보듯 누비는 길잡이 늑대, 아무식량도 없이 산속에 며칠을 머물러도 산속 생태 식물만으로도 먹고 살아남을 수 있을만큼 산속 생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100KG이 넘는 거구 빅베어 등등.

 

불필요함 없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곤들매기를 추적해 나가게 되는것이 이 소설의 전박적인 내용이다. 그 안에서 그것을 지키려는 자들과 그것을 없애려는 자와의 대립구도가 이 소설의 재미중에 하나기이기도 한데, 그 과정이 약간의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또한 숲속에 서식하는 나무와 자연과 새들에 대한 관찰에 대한 묘사는 굉장힘 매력적이기도 하고, 몰랐던 지식도 알게되어 더욱이 푹 빠져들게 만든다. 보통 로맨스가 나오는 것을 좋아라 하지 않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것을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표현해 낸 것도 좋았다.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어느순간 등장하는 노인인데, 너무 누구인지 다 보여서 조금 시시하기도 했다.

 

플라이 낚시에 대해 알지 못해도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전문적인 용어 같은 경우는 중간 중간 설명을 쉽게 풀이 해 놓았다. 그리고 맨 막장 뒤편에는 플라이 낚시에 관련된 전문 용어들을 몇페이지를 통해 설명을 해 놓았는데, 낚시 광인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참으로 좋아 할 것 같다. 광이 아니어도 이 책이 참 좋았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내내 영화 제작사에 제작하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영화로 만들어도 참 좋은 내용인 것 같다. 

 

타잉, 장노일

단풍을 밟으러 가볼까, 헌책방에 들려볼까, 몇개월만에 찾아 온 토요일 오후의 시간 행복해 고민에 빠졌었다. 그리고는 책상 한켠 따로 빼 놓았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보고서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책을 읽으며 보내자고.. 그러고는 옥탑방 침대에서 울다가 멈추다가 다시 또 울다가 멈추다가, 껄껄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다보니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평소에 질질 짜게될 것 같은 무언가가 티비에서 흘러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글쎄, 언제부터 내가 우는것이 싫었다. 내 사정거리 안의 일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나는것을 제외하고는, 내 무언가의 행위로 인해 눈물이 나게 하는 것, 그것 만큼은 허락하고 싶지가 않다. 책을 몇장 넘기지 않았는데 가슴에서 복부까지 학창시절 시험을 칠 때나 나타나는 증상이 계속 이어졌다. 가슴과 배쪽이 자꾸만 오글거렸다 나아지고 오글거렸다 나아지고, 그런데 참 희안한게 페이지를 계속 넘기고 있었다.

 

의사라는 사람, 병원이라는 곳, 그곳을 찾는 환자들, 환자들의 사연, 삶과 죽음. 거의 매일 아침 라디오를 통해 짧막한 헤드라인 뉴스를 전해 듣는다. 뉴스에는 굿보다는 배드가 늘상 꽉 차있다. 그 중에는 오늘 누가 죽었다, 이것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참으로 그것이 나의 일이 아니기에 단순히 그냥 '죽었다'에서 몰인정하게 흘려 넘겼던 나를 책을 읽으며 새삼 발견한다. 한참 사춘기일때 동생을 잃었었다. 그때 그일 이후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죽음에 대한 사고 소식이 전해져 오면 그것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 되어 나를 괴롭히고는 했다. 그런데 참 사람이라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또 망각의 동물이 아니기도 한 것 같다.

 

책에 나온 사연속에 만난 사람들, 생과 사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였던 시간, 그리고 그 사투를 함께했던 가족을 보면서 나는 그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나보다. 그것은 내가 어떤 책에서 말하는 고통의 공장이란 것을 지어놓고 그 옛날의 있었던 일을 끄집어 내어 고통의 재생을 반복해서가 아니라, 그들앞에 놓여진 처참한 상황 속에서 그들과 함께 그 고통을 나누는 사람과 사랑이 내 마음을 적셨기 때문이다.

 

이 책 안의 사연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개 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불우한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부유한 사람에게 가혹한 일이 있어야한다는 뉘앙스는 아니지만, 왜 꼭 그들이어야 하는가. 현대인들이 느끼는 고통중에 상대적 박탈감이 그 하나일 것이다. 내가 결코 다른 사람보다 부유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가난하게 느껴지고 부족하게 느껴지는 박탈감 같은 것. 많은 환자를 통해 다시금 느낀다. 상대적 박탈감은 경제적으로 가난해서가 아니라, 가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진정 가난함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준다. 또 다른 이들은 매일 아침 일용직 노동 집합소에 대기를 하고 있는 중에도 매일같이 웃음을 짓는다.

 

자기것을 내어 고마움을 전하고, 웃음 지을 수 있는 그들은 나보다 부자였다. 울고 웃었던 시간속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지금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의 삶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끼며 나를 되돌아 본다.

 

 

시골의사의아름다운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