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참 알차게 보낸 것 같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긴 하지만 채찍보다는 당근을 더 주고 싶다. 이맘때면 새로운 다이어리를 놓고 이것 저것 계획들을 적어가며 또 다시 다짐이라는 것을 하는데, 요즘은 틈만나면 책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이 행복하다. 책의 제목처럼 가끔씩은 잠깐씩 멈춰주는것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보지 못했던 것도 다시금 보게 되는 듯.

 

이 책의 저자 고도원은 아침편지로 유명하다. 저자의 아침편지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글에 묻어나는 느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약 두페이지 정도에 각각의 주제를 놓고 많은 이야기를 담아 낸 에세이집이다.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있고, 공감가는 내용도 많았지만 책을 덮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과거에도 꿈이 있었고, 지금도 꿈이 있다. 과거와 지금의 꿈에서 좀 더 추가된 것이 있다면, 나의 꿈이 아닌 미래의 누군가와 함께할 꿈으로, 나만의 공간 안에서의 꿈이 누군가와 함께로 확장이 되었다는 게 큰 차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잠깐 멈춤>안에서 유독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이 행복에 대한 방향이었다. 꿈이란 자기성공, 자기행복에만 머문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자기 앞길만 비치는 것이어선 안 된다. 꿈은 자기중심에서 이타적인 방향, 즉 다른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49p 언제인가부터인가 시작된 '나와 연애하기' 프로젝트(?)를 실행한지도 꽤 되었다. 그 시간동안 내면의 내공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어느순간 보니 자신과 사랑하는데 바빠 과거에 비해 부모님께 소홀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를 함께 보며 웃고, 작게나마 무언가를 해드리고 또 그것에 서로가 기쁠 때 행복함을 느끼고는 한다. 사소한 일상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행복이 되는 것인데, 바쁜 일정을 핑계로 합리화를 시키는 나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발견한다.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 현재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또한 무언가의 목표에 기한을 정해놓고 달려가는 것도 좋지만, 저자의 이야기처럼 슬럼프가 오거나 그 일에 진전이 없을 때는 잠깐 멈춰서 기한을 늘려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같다고 생각된다. 한달을 목표로 했다면 두달로, 일년을 목표로 했다면 이년으로. 기계가 아닌이상 모든것이 계획했던 대로 딱딱 맞아 떨어질리가 없다. 가끔씩 보면 스스로 정해놓은 틀 안에서 허욱적거리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물론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경우도 많지만, 너무 성급히 생각할 때도 있다. 여유의 시간을 갖다보면 오히려 생각도 여유로워지고 사고또한 유연해져 능률도 더 올라가게 마련이니까 여유를 갖고 좀 즐기면서 살자고.

잠깐멈춤, 고도원

해의 끝자락에 접어들면 년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된다. 목표한 바는 얼마나 달성했는지, 알차게 한 해를 보냈는지 말이다. 올해도 어느덧 2011년의 끝을 향에 가고 있다. 2012년을 생각하면 한살을 더 먹는다는게 그리 가볍지만은 않지만, 이 책을 통해 '재미'와 '마이 스토리텔링'이라는 두가지 미션으로 시작해 보려한다.

 

어느날 대장님의 책상위에 올라온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의 제목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게 만든다. 다른책은 먼저 읽어보라며 주시는데 이 책만은 예외였기에 더욱이 나를 자극했다. 급기야 대장님의 장기여행을 틈타 어느세 발은 대장님의 책장으로 직행하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아직은 미혼인 여자의 입장에서 책의 제목만을 보고 결혼에 후회하는 남자의 심리가 무엇 때문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저자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아주 가끔. 그리고 아내는 남편하고의 결혼에 만족한다, 아주 가끔. 이렇게 서로가 아주 가끔 후회하고, 또 아주 가끔 만족하는 삶.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을 했건 안했건 후회 없는 삶도 없고, 만족률이 높은 삶도 드문 것 같다.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려 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공장에 기계 돌아가듯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헌데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시종일관 주장하는 핵심을 간과하면서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내가 보인다. 저자 또한 그 핵심에 예외가 아니라고 전한다. 그래서 더욱이 독자에게 그 핵심을 전달하려고 하는 강한 욕구가 느껴진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재미를 찾아 재미있게 살아가자'는 것이다. 재미라는 단어의 의미를 음미하고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토록 목표를 향해 달려가서 그것을 이루면 과연 행복에 가까워 지는 것일까. 기성세대의 삶만 보아도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나 사오십대의 가장들을 보면, 가정에 대한 책임감에 재미라는 것을 느끼며 살아갈 여유도 없는 그 어깨가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금전적인 부분은 부자가 아니더라도 적정수준에 도달하면 충족 되는 것이지만, 인간의 본질적인 즐거움은 어느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전한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만의 욕구인 '감탄'과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문화생활등을 통해 찾아 나서야 하고 충족해야 함을 심리학적으로 다양하게 접근한다. 이런 접근법이 상당히 흥미로웠고 설득력도 있어서 중년층의 가장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인 것 같다. 다만 일부 내용에서는 설득을 위해, 사람들의 특정 행위에 대해 해석함에 있어 폄하하는 부분이 느껴져 살짝 거북했던 점도 있었다.

 

언제인가 손석희의 시선집중 토요일에 만난 사람의 초대손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초대손님과 친분이 있는 외국사람이 한국에와서 한국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이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말의 의미를 표현하자면 한국사람들의 표정이 꼭 지옥 불덩이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고 한다. 그날 이후부터 한동안 지하철 출퇴근길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 말에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 안에서도 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재미라는 처방전을 주려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아주 가끔씩이라도 지금 행복한가? 지금 즐거운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노력하는 것일까? 라고 질문을 던져 볼 필요성이 느껴진다.

 

 

나는아내와의결혼을후회한다, 김정운

어릴적에는 만화책이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만화방에 대한 좋지 않는 편견으로 그곳에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맘껏봐도 누가 뭐라하지 않을텐데, 보고싶은 책이 너무도 많아 만화책을 펴 볼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얼마만에 만화책인지 모르겠다. 역시나 만화책의 묘미는 다음 권이 계속 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요시오의 하늘은 다음권도 다음권이지만, 읽고 소장해서 조카 아이들이 조금 더 컸을 때 함께 공유하고 싶어진다.

 

요시오는 실존하는 일본의 소아뇌신경외과 의사이다. 만화로 독자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이는 요시오의 환자였던 자식을 둔 부모이다. 책의 초반 뇌수종을 앓게 된 아이와 그의 가족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기획자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소아뇌 환자의 아이를 둔 부모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행복했던 가정의 청천벽력같은 아이의 병명은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모두 본인의 탓이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의사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상태에 대해 말할 뿐, 그 어떤 희망도 전하지 않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그런 과정에서 환자는 죽음이라는 절망에 더욱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을 전해야 할까? 그것또한 아닐 것이다.

 

희망이란 것은 말로 내가 희망을 주겠다고 해서 희망이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희망의 밑바닥에는 믿음이라는 것이 깔려있는데, 그것은 곧 느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초반 등장하는 아이의 부모가 요시오를 만나게 되었을 때, 요시오의 공간에 붙어있던 많은 아이들의 사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희망과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말보다 먼저 병원의 환경, 그리고 다른 환자의 부모와 아이를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마치 감기입니다' 라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1권은 환자와 좀 더 따뜻하게 소통을 하는 요시오라는 의사의 탄생과 어릴적 이야기가 전개된다. 4형제와 함께 평범하게 자라는 요시오의 환경을 보면서 어릴적 향수를 느끼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맘때 아이들이 조금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자연과 함께 뛰어놀고, 형제들과 음식을 함께 먹는 모습, 엄마와 손잡고 시장에 함께 나가 장을 모는 모습들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어린 아이라고 사내아이라고 집안일에 예외를 두지도 않는다. 물론 시대적인 배경이 몇십년전이라 환경이 다른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아이들의 삶에 관여하여 고군분투하며 한참 흙밟고 뛰어놀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스펙쌓기의 교육열을 올리는지 요즘의 아이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요시오의 어릴적 모습을 봐도 느껴지겠지만, 진정한 교육은 학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먼저인 것이다. 국민학교 다닐 때, 종종 선생님께서 인구조사를 했다. 그때는 형제가 셋하고 넷만 되어도 손들기가 부끄러울만큼 사회적으로 분위기를 그리 조성했었다. 지금은 주위에 둘 나는 사람도 드물다. 대부분 혼자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어릴적 새우깡 한봉지도 서로 나눠먹고, 종이한장 연필한자루도 아껴쓰던 그런 모습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우리 조카도 예외는 아니다. 형제들과 함께 북적북적 자라는 요시오의 어릴적 성장환경은 현재의 이런 교육현실에 느끼는 바가 있게 해 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요시오의 성장기가 그려질지 너무나 궁금하다. 또 어떤 감동이 전해져올지 기대가 된다.

 

 

요시오의하늘1, aird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