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전에 빌렸다가 읽지도 못하고 그래도 이 책을 반납했던 적이 있었다. 대여기간을 일주일 갱신하려고 했었지만, 누군가가 이 책을 예약하는 바람에 갱신을 못해서 결국 반납했었는데, 이번엔 꼭 읽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빌려왔다.

이 책은 책으로 출간하기 전에 작가님이 블로그에서 연재하신 적이 있다. 연재 중에 볼 수도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소설을 읽는 것보다는 책으로 보는 걸 선호하기도 하고, 중학교 때 인터넷소설이나 팬픽들을 한창 읽을 때 눈아픔을 겪어봤기에 읽는 일은 출간 뒤로 미뤘던 것이다.

책은 가끔 시점이 바뀌기도 하지만, 대체로 준이가 나온다. 고등학교 시절 4.19 현장에서 친구를 잃고, 학교를 자퇴하고, 산속에서 친구와의 은둔생활, 한일회담 반대시위 현장에 있다가 유치장에가고, 그 곳에서 만난 한 노동자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일용직생활을 하며 방황하는 준의 이야기이다.

내가 이 책을 너무 끊어서 읽어서 그런지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꽤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다. 성장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하는 준의 모습이 너무나도 잘 그려져 있어서 그런걸까....

이 작가님의 책인 바리데기를 읽었을 때, 개인적으로 뭔가 재미있게 읽히는 듯 하면서도 심오한듯해서 별루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은 왠지 술술읽히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들도 보이는 그런 소설이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인데, 나이만 먹었지 정신은 아직 덜 성장한 나까지도 아우를 수 있게 한건 작가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신 자전적소설이라 더 그렇게 느낀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기 길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만들어주는 소설이었지 않나 싶다.

 <책 속 좋은 글귀>

어쨋든 먹고 사는 일이 목표겠구나. 헌데 어른이나 애들이나 왜들 그렇게 먹고 사는 일을 무서워하는거야.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거야. -p.41

세월이 무슨 재물 같은거냐? 뒷전에 쌓아두고 허비하는게 아니라구.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지평선에 꽃밭을 가꾸는거야. -p.163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바라는 것들은 손에 잡히지 않아 언제나 충족되지 않는 미열의 나날. -p. 227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잘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때면 개밥바라기 -p.270

처음에 이 책에 관심을 갖게된건 제목이었고, 그 다음이 내용이었다. 악몽의 엘리베이터라니 뭐가 악몽이라는건가 하는생각을 하면서 책의 줄거리를 읽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관심이 생겨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바텐더 일을 하고 있는 오가와는 송별회에서 만취한 알바생을 아파트에 데려다주고, 아내가 아이를 낳을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 집에 가기 위해 급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하지만 올라타자마자 오가와는 정신을 잃게되고, 깨어나보니 이상한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갖혀있었다.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자살하기 위해 이 엘리베이터에 탔다는 마녀같은 여자, 집을 털기위해 이 아파트에 왔다는 왠지 무서워보이는 남자, 그리고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초능력을 쓸 줄 아는 메뚜기같은 남자. 처음엔 폐닉상태였던 오가와는 점점 빈집을 털러왔다는 도미나가라는 남자의 페이스에 이끌려간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가와가 왜 이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었는지 이유가 밝혀진다.

이 책은 읽는 중간에 끊고, 다음에 보기가 힘들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읽는내내의 긴장감과 반전들에 도저히 중간에 내려놓지 못하고 계속 읽게 만든다. 마치 한 편의 영화나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이 책은 여러가지 반전이 있지만, 최고의 반전은 마지막에 있었다. 정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좀 무섭다라는 생각도 들고, 소름이 끼쳤달까....

이 책을 영화화나 연극화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가을에 영화화된다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도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인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시리즈의 첫 번째라고 하는데, 나머지 악몽시리즈인 악몽의 관람차와 악몽의 드라이브도 빨리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